방장은 그 약상자를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원경능에게 말했다. “다시 눈을 감고 이 노승의 말을 들으십시오.” 원경능은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젠 이 대승려에 대해 마음속으로 이미 승복하고 있었다. 비록 아직도 좀 의아하기는 했지만. 방장의 목소리가 느릿느릿 울렸다. “당신 앞에 한 위급한 환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주적으로 호흡할 수 없고 비장이 파열됐고 내장에 출혈이 생겨 목숨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그녀가 아홉 달이 된 임산부라는 것입니다. 아이는 곧 태어날 텐데, 횡태위로 있는 상태입니다. 당신은 어찌하겠습니까? 무엇을 사용하여 이 환자를 구하겠습니까? 원경능은 머릿속으로 재빨리 생각을 굴렸다. 비장이 파열되고 내장 출혈이 생겼는데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 그럼 절대 순산할 수 없다. 우선 먼저 응혈시키고, 피를 수혈하고 제왕 절개하여 아이를 꺼낸 다음 비장을 고치고 내출혈을 막아야 한다. 이건 한 차례의 큰 수술이었다. 수요되는 수술기구들이 수두룩하다. 그녀의 약상자에는 오직 수술칼, 수술 집게 밖에 없다. 심지어 확장기마저도 없었다. 참, 그리고 그녀는 호흡할 수 없다고 했다. 호흡기도 필요했다… 수요되는 물건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그때 방장이 말했다 “눈을 떠 보세요.” 원경능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의 광경에 너무 놀라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약상자는 아주 아주 크게 변해 있었다. 선방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길이, 너비, 높이가 거의 삼 미터나 되었다. 다시 말하면, 성냥갑만했던 약상자가 아홉 제곱미터나 되는 큰 약상자로 변해버린 것이다. 의자며 책상이 다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아마 금방 약상자가 커지면서 밀어버려 넘어진 것일 테다. “왕비께서 가셔서 약상자를 열어 보십시오.”방장이 말했다. 원경능도 놀라고 의아해하며 걸어갔다. 실로 믿을 수 없었다. 이 약상자가 바로 그녀의 원래 약상자라는 것을. 그렇다면 이 대승려가 약상자를 공제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그녀는 문을 여는 순간 뒤를 한번 돌아 보았다. 방금 전에 이리저리 나뒹굴던 의자며 책상들이 다 제자리에 가 있었다. 마치 전혀 넘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선배, 살펴 가십시오!”대승려는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 원경능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대승려의 눈에 그녀는 삼백 세나 되는 케케묵은 사람일 터였다. 선배라는 한마디를 그녀는 감당하고도 남았다. 겨우 문을 붙잡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우문호의 목을 붙잡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리 이만 가요!” 우문호는 어리둥절해하다 얼른 그녀를 부축하였다. “얼굴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사특한 걸 쫓아 냈어? 귀신이 떠나갔어?” 원경능은 그를 보고 있자니 부들부들 떨리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당신… 당신은 그렇게 제게 귀신이 씌우기를 바라는 건가요?” 우문호는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가 정말로 괴로워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조급해졌다. “어찌된 일이야? 방장이 당신에게 뭐라 했어?” 방장의 목소리가 원경능의 뒤쪽에서 유유히 들려왔다. “노승이 왕야 부부를 청하여 절에서 하룻밤 묵게 하려 합니다.” 원경능은 심장이 다 놀라서 터질 것 같았다. 급히 머리를 돌리니 그는 이미 자신의 뒤에 서 있었다. 여전히 그 자애로운 모습으로. 그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은 왜 걸을 때 발걸음소리도 내지 않는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 간 떨어질 뻔했네.” “왕비께선 기분이 엉망이셔서 이 노승의 발걸음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입니다.”방장은 우문호를 보며 성의 있게 초대했다. “왕야, 날도 저물었으니 절에서 하룻밤 묵고 가시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우문호가 말했다. “그렇지. 날도 어둡고 길도 험해서 본왕은 갈수 있지만 왕비는 갈수 없네.”게다가 그는 방장과 몇 마디 말도 못해보고 쫓겨났다. 무슨 일인지도 아직 몰랐다.원경능은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날
원경능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렴. 만약 네가 나라면, 너는 기왕비를 구할 거야?” 아사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구할 거예요!”원경능은 의아해졌다. “왜?”아사는 입을 벌리고 웃었다. “기왕비가 죽으면 그 저명양이 정비가 되는 거잖아요. 기왕비와 비교했을 때 저는 저명양이 더 싫어요.”“나도 저명양이 싫어. 하지만 저명양은 기왕비처럼 직접 내 목숨을 노리지는 않았어.” 그럼 이 선택은 좋고 싫음에 따라야 한단 말인가? “만약 저명양이 이후에 기왕비가 된다면 그녀는 지금의 기왕비와 똑같은 일을 할 거예요. 게다가 그녀는 더욱 거리낄 것이 없죠. 기왕비의 계략은 깊고 진중해요. 비록 독사같이 매우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저명양은 그냥 미쳐버린 승냥이나 이리 같잖아요. 그 짐승이 한번 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독사는 해독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원경능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 점은 기실 그녀도 생각했었다. 기왕비도 저명양보다 나은 곳은 없지만 저명양은 반드시 기왕비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잔혹하고 포악할 것 같았다.아마 이것이 그녀의 잠재의식이 기왕비를 구하게 한 원인인 것 같았다. 동시에 다른 하나의 원인이 더 있었는데, 원경능은 그다지 달갑게 승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기왕비가 그날 그녀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기왕비는 다섯째가 태자자리에 오르는 것을 돕겠다 했다. 그녀는 기왕비의 도움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만약 기왕비의 오빠인 동안의 문하 사람들이 모두 기왕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왕의 양쪽 팔을 잘라내는 셈이었다. 심지어 그보다 더 심한 것일 수도 있었다. 기왕의 세력이 꺾이고, 이번에 폐하의 처벌까지 합해지면 자연히 때를 기다리며 낮은 자세로 행동하면서 암암리에 세력을 키울 것이다. 이건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바꾸어 말하면, 이건 세력을 다시 키워야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아사, 너의 말대로 저명양이 좀더 밉고 좀더 흉악한 것 같아. 그럼 기왕비가 살아있다 해도
이튿날 우문호는 원경능과 돌아갈 때 직접 산을 내려가지 않고 방장의 분부대로 뒷산에 있는 작은 절에 가서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안돼 여러 마차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마차는 뒷산의 평지에 세워졌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마차에서 내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서일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말했다. “이 대인? 오 대인? 손 장군? 조 군왕?” 그걸 보고 있던 우문호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모든 사람들이 첫째가 부황의 명에 따라 여기에서 근신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또한, 엄격히 성지를 내려 누구도 방문할 수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지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건 절대로 방문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배웅하러 온 혜사부(慧師父)가 말했다. “왕야, 이 몇몇 대인들은 매일 옵니다. 뒷산으로 들어가서 기왕 전하와 일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우문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잘 알겠네. 알려줘서 고맙네, 사부. 방장한테 전해주게. 본왕이 먼저 작별을 고한다고.” 혜사부는 합장했다.“왕야, 왕비, 살펴 가십시오.” 마차는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비록 산길이었지만 황실의 사찰인지라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다. 우문호는 내려오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거의 경성에 도착할 즈음에야 그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 기왕비를 치료할 충분한 약이 있는 거 맞지?” “네!”원경능도 사실 입을 떼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이 일을 꺼낼까 고민 중이었다. 하여 그가 말을 꺼내자 얼른 대답했다. 우문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그녀의 병을 치료해줄 수 있어. 하지만 이 일은 절대 비밀이야.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그녀의 명줄을 당신 손안에 쥐고 있어야 해. 나도 이번 사건으로 그녀를 견제할게.” 원경능은 그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니 조금 이상했다. “방금 그 사람들은 다 기왕 일당이에요?” “다 그런 건 아니야.”이 점이 우문호의 걱정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그는 예전에 큰 형님은 적어
아사는 기왕부에 도착했다.기왕부는 측비를 맞을 준비로 분주하여 부중 어디에도 안주인의 병이 중하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호국사에 있는 기왕이 명하길 이번 결혼은 반드시 성대하고 번화하고 호화스럽게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하여 부중의 모든 가신과 집사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병세가 중한 정비의 뜰은 쓸쓸했다.아사는 원경능의 분부대로 입 가리개를 하고 나서야 기왕비를 만나러 갔다.기왕비는 주위를 물리고 침대식 의자에 누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아사를 한번 보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게.” “왕비께서 저더러 말을 전하라 하셨어요. 그녀는 내일부터 약을 제조한다 했습니다. 하지만 기왕비의 병세가 도대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니 내일 기왕비더러 한번 초왕부에 들르라 하셨어요.”아사가 말했다. 기왕비가 냉소했다. “그러던가? 그녀도 두려운 모양이지? 아니면 나의 조건에 동의한 것인가?” 아사가 쌀쌀하게 말했다. “왕비가 한마디 더 전하라 했습니다. 만약 기왕비가 목숨을 연명하고 싶다면 선후를 잘 판단하라 하였습니다. 만약 왕비가 협박에 의했거나 기타 다른 뜻이 있어 당신의 병을 치료해준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예 올 필요 없습니다.”말을 마친 아사는 몸을 돌려 나갔다.“왕비, 원씨네 계집애가 참으로 괘씸합니다.”신변에 있던 시녀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기왕비는 눈을 감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아사의 건방짐을 그녀는 이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목숨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만약 네가 본비를 구할 능력이 있으면 너도 저렇게 건방져도 된다.”기왕비가 쌀쌀하게 말했다.시녀는 눈을 내리 깔았다. “소인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기왕비는 아주 의아했다.그녀는 자신이 비천한 먼지로 변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그녀는 원경능 앞에서도 비굴하게 아첨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었다그녀는 내키지 않았다.원경능 때문이 아니었다. 원경능이 다 뭐라고. 그녀는 그저 한 마
기왕부는 파악하기 아주 힘든 곳이다. 두 측비가 전부 죽었다. 기왕부부도 상생상살 하는 사이었다. 보기에는 잘 꼬아진 동아줄 같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비튼다면 실은 각자 제멋대로인 셈이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원경능은 오늘의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다.우문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할 것 없어. 기왕비가 만약 병으로 죽는다면 동씨 집안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고 틀림없이 계속 그를 도울 테니까.”“기왕은 실로 사악하고 잔인한 사람이네요.”원경능의 말했다.“부부가 다 똑같아. 둘 다 야심이 있으니깐.”우문호는 그들이 똑같이 모질고 지독한 것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참, 그녀의 태도는 어땠어?” 원경능이 말했다. “제 말은 그렇게 모욕적이지 않았지만, 아사는 아마 그녀에게 꼭 거만하게 굴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참았어요. 태도는 가히 비천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정세를 잘 볼 줄 아는 사람이니까.”우문호는 잠시 생각했다. “내일 오면 당신이 그녀에게 말해줘. 정강부의 사건은 내가 그녀에게 뒷길을 남겨 줄 것이라고. 일단 막문을 잘라내겠지만, 막문과 경중의 접촉은 내가 여백을 남길 거라고 전해주면 돼.” “하지만 어떻게 부황께 보고할건데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원경능을 보며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 “부황도 첫째가 연루되는 걸 바라지 않을 거야.”원경능은 어리둥절해졌다. “어째서 그렇게 말해요?”“내각에서 공문을 내려 보냈어.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정강부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일단 파면시키고 조사하라고 지시했어.”“이것으로 부황의 의중을 보아낼 수 있어요?”원경능이 보기에는 이 공문에 그리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저 빨리 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 같았다. 우문호가 말했다. “내각의 뜻은 먼저 파면시키고 안건을 수사하라는 거야. 이후에는 형부나 이부로 넘어가 처리되겠지. 그건 나도 몰라. 어쨌든 우리 경조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테
원경능은 지금 떠돌아다니는 제왕부의 소문을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예전에 제왕비가 한가지 일을 벌였었는데 아사가 돌아와서 그녀에게 알려준 적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참으로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처음에 저명취란 사람을 너무 높이 평가했었다. 원래는 그녀의 야심과 실력이 대등한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가 그녀의 야심을 따라가지 못했으니, 결국에는 그저 안채에서 측비와 싸우는 지경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듣자 하니 일곱째와 원측비가 아직 합방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손왕비가 말했다.원경능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며 궁중의 일들을 두루 말했다. 나중에는 손왕비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오늘 손왕비와 나눈 이야기가운데서 원경능의 가슴에 맺힌 건 바로 저명양이 우문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저녁때 우문호가 돌아와 식사를 하려고 하자 그녀가 물었다. “저명양은 당신을 좋아하죠?”우문호는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더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당신 어디서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어?”원경능도 그를 보았다. “애써 태연한척해도 당신 그 내면의 어수선함은 감출 수 없거든요. 당신은 알고 있어요.”“몰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당신이 임신 중이라 생각이 많아서 그래.”우문호는 그릇을 들고 계속 밥을 먹었다. 누가 아는가? 그는 모르는 일이다. 누가 또 입을 잘못 놀렸단 말인가?“손왕비가 말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대요. 그저 사람들이 말을 안하고 있을 뿐이래요.”남편마음은 부인이 제일 잘 안다고 했다. 원경능은 그가 눈을 똑바로 뜨고 앞만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감히 좌우로 곁눈질조차 하지 못했고, 감히 눈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못했다.그는 마치 잔잔한 하나의 못 같았다.켕기는 게 있는 것이다!그녀도 그릇을 내려 놓았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이 일은 당신 탓이 아니잖아요. 전 그저 알고 싶을 뿐이에요.”우문호의 눈빛은 그제야 가볍게 움직였다. “확실히 나를 탓 할 수 없지.
아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서일, 당신의 말이 다 사실인가요?”“아주 확실합니다.”서일은 자칫하면 맹세까지 할 기세였다.“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돼요. 당신 어제 봤을 때 왕야는 그렇게 화난 표정이 아니었단 말이죠?” “화난 표정이 아니었어요. 왕야는 하나도 화를 내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아도 화내는 표정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제 돌아오자마자 왕비한테 알리려 했어요. 하지만 탕 대인한테 말하니 탕 대인이 왕비에게 말하면 안되다고 해서 감히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 손왕비가 와서 이 일을 말해주니 저도 응당 왕비께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왕비께선 울먹이셨는걸요.”서일은 누구에게 미안한 짓을 해도 다 괜찮았지만 왕비에게만은 아니었다. 특히 왕비가 막 울려고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마음은 개에게 물어 뜯긴 것처럼 괴로웠다.아사는 서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왕야는 당신을 죽이려 할거예요.”서일은 어리둥절해 났다.“무엇 때문에요? 제가 그 저씨 집안 둘째 아가씨를 들여보낸 것도 아닌데요.”원경능은 서일을 보며 말했다. “자네 지금 당장 가서 관아의 일군을 찾아보게. 어제 저명양이 경조부에가서 그를 찾은 일을 꼭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네. 가서 물어보게. 누가 그녀가 온 것을 보았는지. 그녀가 아무 이유도 없이 점심 휴식을 하는 곳에 찾아갈 리 없지 않은가.”“그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남성 복장을 한 작은 노파가 있었습니다.”서일이 말했다.“작은 노파?”원경능은 어리둥절했다. “혼자 들어간 게 아니었다고? 작은 노파를 자네 본적이 있나?”“본적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옷은 아주 진귀한 것이었습니다. 눈에 익숙한 옷이었고 어디서 본 것 같았습니다.”서일은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원경능은 즉각 명했다. “그만 생각하게. 자네 머리로 내년까지 생각해도 생각하지 못할 거네. 빨리 가 보게.”“지금 가라고요?”“지금 당장 가보게. 난 일초도 기다리지 못하겠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