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씨 어멈이 석연치 않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왜 까발리지 않는단 말입니까? 설마 그녀를 여기에 두시려고요?”원경능이 말했다.“자네들이 말하길 그녀가 지원했을 때 이미 신분을 밝혔다고 했네. 저부에서 왔다고 말이야. 우리를 속이지는 않았지. 그러나 그녀에게 다른 의도가 없다는 뜻은 아니네. 하지만 이렇게 신분을 밝히고 초왕부로 들어와서 뭘 하려는 걸까? 외모를 바꾸지도, 신분을 바꾸지도 않았으니 내가 그녀를 중용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 텐데. 그녀도 나를 가까이 할 방도가 없지 않은가? 그럼 대체 여기에 와서 뭘 한단 말인가?”희씨 어멈이 불현듯 무언가 떠올라서 말했다.“그녀는 여기가 초왕부인 것을 몰랐습니다.”“몰랐다고?”원경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어찌 모른단 말인가? 계약서를 쓰지 않았나?”“예, 하지만 그녀는 글을 모릅니다. 본인은 남강인이라며 글을 모른다고 했습니다.”희씨 어멈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날 제가 여기가 초왕부라고 하니, 그녀는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얼굴색도 변했고요. 그때 조금 주의하긴 했으나 그녀가 왕부에서 시중든 적이 없어서 규율을 모를까 걱정된다고 한 말을 믿었지요.”“초왕부인 걸 몰랐다고?”원경능은 의심스러운 시선을 들어올렸다.“혹시 모른 척 한 게 아닌가?”“그럴 수도 있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어쨌든 이 사람은 매우 위험합니다. 제가 보기엔 당장 쫓아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아사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너무 위험해요. 그녀는 환술을 할 줄 알아요.”“최면술이지 환술이 아니야.”원경능이 바로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무고도 할 줄 안다고요. 남강인 대부분은 무고를 할 줄 알아요.”아사는 그녀가 저명양을 도왔다는 걸 떠올리자 구역질이 났다.희씨 어멈이 말했다.“맞습니다. 그는 왕비를 가까이하지 않고도 무고를 할 수 있습니다.”원경능은 무고의 술에 대해 조금 연구했었다. 그녀가 말했다.“아니, 무고도 독충을 놓아야 가능한 일이네. 독충을 놓으려면 음식이나 혈액에 놓는
그녀는 만아를 감싸주려는 게 아니었다. 혹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만아가 이렇게 왕부에 들어온 것에 꼭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문제를 똑바로 해결한 다음 내보내면 더 좋지 않은가? 이렇게 애매하고 어정쩡한 일을 아직도 몇 번이나 더 당해야 한단 말인가?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후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하고 그녀의 아이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이런 초목이 다 군사로 보이고 사람이 다 귀신으로 보이는 생활이 싫증났다. 모두들 이렇게 긴장해 하는데 그녀가 긴장해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생활이 좀 여유롭기를. 더는 이렇게 팽팽하게 죄이지 않기를 바랐다.그녀는 자신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진 나머지 끊어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일어났다. ‘됐어, 그래도 나가서 들어나 보자.’밖으로 나오자 우문호는 그녀가 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는 체도 안 했다. 그저 정좌에 앉은 채 낯빛을 냉랭하게 굳히고 있었다.원경능은 객석의 의자에 앉았다. 그와 말을 섞지 않고 그저 아사한테 물었다. “그녀는?”“서일이 데리러 갔어요.”아사가 조용히 말했다.만아는 서일이 오는 것을 보고 자신이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도 달아나지 않았다. 운명에 순응하듯 앞으로 걸어나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서 대인.”서일이 냉랭하게 말했다. “왕야께서 너를 보자 하신다. 충고하는데 육체적인 고통을 적게 받으려면 순순히 다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만아가 말했다. “서대인, 길을 안내하시지요.”“네가 앞에서 걷거라. 뒤에서 무슨 속임수를 쓸지 누가 알겠어?”서일이 말했다.그리하여 만아가 앞에서 걷게 되었다. 뒷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였다.원경능은 만아가 걸어 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깔고 있었는데 표정은 고요했다. 비록 조금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저 운명에 맡긴 듯이
원경능은 고개를 돌리고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겠지요."희씨 어멈이 탄식하였다."됐습니다. 다투지 마십시오. 얼마나 큰 일이라고 그럽니까? 만아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쫓아내면 그만입니다."만아는 그제야 눈앞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초왕비임을 깨달았다. 일시에 마음이 매우 복잡해진 만아가 무릎을 꿇었다. "왕야, 왕비,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소인 바로 가겠습니다!"그녀는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는 몸을 돌려 가려고 하였다.우문호는 마침 마음에 화가 들끓고 있었다. 만아가 말을 안 하면 괜찮았지만, 말을 하니 일시에 화가 치밀어올라 만아에게 호통을 쳤다."이렇게 그냥 가려고? 저씨 저택에 있을 때부터 본왕은 너를 혼내려고 하였다. 여봐라, 이 간사한 노비를 끌어가 곤장 쉰 대 때린 뒤에 쫓아버리거라."시위가 들어오자 원경능이 몸을 일으켰다. 우문호를 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때리지 말고 그냥 가게 하세요.""끌어내거라!"우문호가 분노하였다. 정말 도우려 하다니, 특별히 자신과 맞서려 하는 것이었다."때리지 말아요!"원경능도 화를 냈다.시위는 일시에 멍해졌다. '때려야 하는 건가? 아니면 때리지 말아야 하는 건가?'아사와 희씨 어멈은 서로를 바라 보았다. 희씨은 어멈이 우문호를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왕야, 어차피 쫓아버릴 것인데 그저 보내십시오. 왕비의 말씀 한 번 들으십시오."우문호는 고집을 피우며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꼭 때려야 한다. 너희 두 사람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이냐? 본왕이 한 말을 듣지 못했단 말이냐?"시위는 천천히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원경능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비녀를 뽑아 만아의 목에 갖다 댔다."가!"만아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왕비....""원경능, 이 미친 여인아!"우문호가 크게 노하였다. 원경능이 만아를 접촉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만아를 빤히 주시했다. 자신이 움직이면
그녀는 희씨 어멈을 바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것이 내가 만아를 꼭 지키려고 했던 원인이네. 누구의 목숨이 귀중하지 않겠는가? 왜 꼭 누군가의 생명은 천한 것인가? 마치 이 아이처럼, 나와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무릎을 꿇어야 한다네. 이 아이는 배고프지 않는가? 어멈은 이 아이가 찐빵 하나를 빼앗기 위해 묵사발이 되도록 맞고도 기쁜 얼굴로 한 켠에 숨어서 먹는 것을 보았는가? 그러나 현재 곤장 서른 대를 맞더라도 자신이 매우 먹고 싶어하는 밥을 먹으려 하지 않네."희씨 어멈이 나지막하게 답하였다."왕비는 저들과 다릅니다. 왕비의 신분은 존귀합니다."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며 일시에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혹 말해도 무용지물이었다.이것이 바로 갈등이었다. 받은 교육과 인식에 관련이 된 것들이었다.원경능은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에서 자랐고 고등교육을 받았다.초왕부의 하인들은 그녀에게 굽실거렸고, 그녀가 입궁하면 다른 귀인들에게 굽실거리며 큰 절을 해야 했다.이러한 것들은 습관이 되지 않으나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것은 목숨 앞에서도 이렇듯 뿌리 깊게 귀천을 따지는 것이었다.원경능은 자신이 받아들이고 개변하도록 시도했었다. 이 시대가 자신의 사상에 맞추어 개변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신이 사상을 개변할 수밖에 없었다.제일 처음 만아의 일에 이렇게까지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명백히 밝히고 싶었다. 명백하게 밝힌 뒤 계속 남겨도 좋고 쫓아내도 좋았다. 다만 이 일은 자신을 너무 성가시게 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만아는 자신과 우문호가 싸우게 된 도화선이었다.곤장 쉰 대는 만아가 했던 행동에 대한 원망인지, 자신들이 싸워 고의적으로 기를 채우려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모두 부적합했다.곤장 쉰 대에 그 아이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만일 정말 아무런 음모가 없었던 것이라면? 만일 정말 일자리를 찾고 싶었던 것이라면?뭇사람들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주니 매우 고마웠다.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다른 사람의 목숨을 대
우문호가 탁자를 내려치자 잔들이 위로 튀어올랐다가 다시 쿵 하고 떨어졌다.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그녀를 믿지 않는다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도 없는 사람을 본왕이 신임할 가치가 있어? 이것도 됐어, 됐다고. 본왕은 그녀와 이것도 논쟁하지 않아...."그는 술단지를 들어 꿀꺽꿀꺽 또 한 근너머 마시고서야 멈추고 입가를 닦았다."본왕은 그녀와 이것을 다투지 않아. 너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글쎄 본왕이 저명취의 그러한 희롱을 즐긴다고 했어....""저명양이겠죠. 당신 취했네요."냉정언이 시정했다.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 보았다."저명취가 누구야? 아, 알아, 알아...."그는 또다시 탁자를 내리쳤다."바로 저명양, 글쎄 본왕이 저명양을 희롱한 것은 원해서 한 것이라....""저명양이 당신을 희롱한 것이겠죠!"냉정언은 참지 못하고 다시 시정했다. 학술연구를 하는 사람이라 언어상의 흠집을 용납할 수 없었다.우문호는 다시 그를 빤히 바라 보았다."너 왜 그렇게 말이 많아? 꼭 말참견해야겠어? 좋아, 네가 말해, 네가 말해보라고. 원경능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해봐."냉정언은 청한다는 손짓을 하였다."아니요, 아니요, 왕야가 말하세요. 왕비가 또 어떻게 했는데요?""그녀가 저명양이 저명취를 희롱한 것은 본왕이...."우문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불현듯 놀라 말했다. "봐, 본왕 화가 나 미쳐버렸네. 그녀가 본왕을 미쳐버리게 했어. 이 못난이, 본왕 돌아가서 필히 때려줄 것이야."그는 두 손으로 탁자의 끝을 잡고는 힘들게 언어를 조직했다. 드디어 오늘밤 발생한 일을 명백하게 말했다.냉정언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사소한 일을 떠들썩하게 굴었군요. 초왕비가 처음에 무엇이라고 했던 아마 장난이었을 거예요. 도리어 당신이 진심으로 받아들였죠. 도가 지나쳤어요, 공주부의 일을 다시 들추다니. 왜 옛적의 묵은 빚을 들추지 않았어요? 다툼을 할 때 옛일을 말하는 것을 가장 금기시해요. 그리고 만아의 일은 확실히
우문호는 '아' 하고 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너무 세게 껴안아서 원경능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화나지 않았어? 내가 했던 건 모두 허튼 소리야. 마음에 두지마."우문호 몸의 술기운이 확 풍겨와 원경능도 조금 취하는 것 같았다.원경능은 버둥거렸으나 그를 밀쳐내지 못해 그저 그의 품에 안겼다. 우문호의 향기가 온 저녁 불안했던 마음을 안정시켰다.그녀는 얼굴을 그의 부드러운 옷감에 파묻었다. 코가 시큰거려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원경능이 흐느끼고 있음을 느낀 우문호는 자신의 뺨을 두 번 갈기지 못함이 한스러웠다. 화가 풀리고 나서야 자신이 했던 말이 얼마나 못되었는지 의식되었다.그는 안았던 손을 풀고 그녀의 얼굴을 받들었다.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으면서 매우 후회된 모습으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당신이 상처받을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했어."원경능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얼굴을 그의 거친 손바닥에 댔다."저에게도 잘못이 있어요. 다만 우리가 무엇을 위해 다투든지 그러한 말은 정말 다시 하면 안돼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다시 말하지 않을 거야, 맹세해. 다시는 안 말할 거야."우문호가 그녀를 안았다. 냉정언의 부중에서 해소한 뒤 분노는 일찍이 사그라졌다.그러나 체면 때문에 고사와 냉정언 앞에서 틀을 차렸다. 사실 대문을 뛰쳐나온 그 순간부터 우문호는 후회되고 근심하기 시작했다."당신이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탕양에게 들었어."우문호는 그녀를 놓아주고 짙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배고프지 않으니 넘어가지 않아요.""나도 먹지 않았어. 나와 조금 먹어."우문호는 그녀가 반박하지 못하도록 말하고는 곧 나가 하인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하였다.희씨 어멈은 일찍부터 원경능을 위해 준비해두었다. 원경능이 배고프다고 말만하면 바로 음식을 올리라고 명할 수 있게.서일이 밖에서 고개를 기웃거리자 아사가 그를 쫓아냈다."뭐 하는 거예요?""왕야께서 그 자식의 일에 대해 물었
우문호와 원경능은 화해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태도는 모두 조금 오묘했다. 의도적으로 전에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문호는 그 절름발이 거지 호명에게 묻지도 않았다. 서일에게서 원경능이 호명을 부중에 남겼다는 말을 듣고도 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였었다.아침 관아로 돌아갈 때 그는 원경능의 얼굴에 입맞춤했다."오늘밤 일찍이 돌아올 테니 함께 식사해."원경능은 그의 소매를 잡고 일어나 그의 옷깃을 정돈해주었다."좋아요."그가 떠나는 것을 눈으로 바래준 원경능은 낮게 탄식하였다. 어젯밤 동안 한시도 놓아주지 않고 자신을 안고 잤었다. 다만 우문호는 매 한 마디마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에게 미움을 살까 봐 혹은 가슴 아프게 할까 봐 두려워했다.사실 원경능은 이러한 것이 싫었다. 전에 서로 토를 달고 욕설을 뱉던 교류 패턴이 더 자신들에게 어울렸다.그 말을 뱉은 뒤로부터 우문호의 애착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우문호는 그녀를 더더욱 신경 쓰는 것 같았다. 한밤중에 그녀가 조금 움직여도 바로 깨어나 그녀를 바라 보았다.혹 무슨 원칙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 정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로 최대한 이러한 일을 피면 하면 되었다.그녀도 최대한 소빈의 죽임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공포감을 잊기로 했다.왕부에서 나온 뒤 원경능은 열심히 잊으려고 했다. 그건 악몽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심지어 이 안건을 최후에 어떻게 처단하는지조차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약상자에는 안경 한 틀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여덟째에게 주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원경능은 잠시 궁에 가져가지 않았다."왕비, 기왕비께서 도착하셨습니다."희씨 어멈이 들어와 말했다. 원경능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나가겠네."기왕비는 오늘 밝은 하늘색의 비단 의복을 입었고 여우털 망토를 걸쳤다. 조금 생기가 있어 보였고 낯빛도 그렇게 창백하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마치 고소해 하는 듯한 빛이 어려있었는데 계속 희씨 어멈을 빤히 바라 보고 있었다.원경능
원경능이 말했다."이미 기왕비더러 증거를 찾으라고 했네. 저씨 저택에서 소식을 퍼뜨리라고 한 것이 입증된다면 우리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희씨 어멈은 어두운 눈으로 원경능을 바라 보며 말했다."왕비,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 겁니까? 저씨 저택에 가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겠습니까? 소란스러워진다면 다시 외부에 이야깃거리가 더 많아질 겁니다.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됐습니다, 한동안 지나면 사람들도 말하는 것이 질려 자연히 말하지 않을 겁니다."원경능이 답했다."어멈, 난 어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아네. 이 일은 확실히 해석해도 쓸모가 없어. 그러나 소문을 퍼뜨린 사람은 절대 가만두어서는 안되네. 아니면 이후에 더 방자해질 것이네."어멈은 여전히 손사래를 쳤다."아니요, 아닙니다. 됐습니다. 누가 퍼뜨린대도 다 괜찮습니다. 다 같습니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마십시오. 더 소란스러워진다면 얼마나 듣기 싫은 말을 할지 모르겠습니다."어멈은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쓱쓱 쓸었다."왕비,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인 여태껏 얼마나 많은 풍상고초를 거쳤다고 그럽니까? 이 정도의 유언비어는 소인을 상하게 할 수 없습니다."원경능은 어멈의 잿빛이 된 얼굴을 바라 보았다. 생기를 잃어 마치 살아있는 송장 같았는데 마음 아프기 그지 없었다.어멈이 출궁하여 초왕부에서 지낸 뒤로부터 자신을 살뜰히 보살폈고 매우 주도면밀하였다.그리고 태상황의 병을 치료할 때 비록 잘못을 저질렀지만, 유일하게 자신에게 따뜻한 얼굴로,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었던 사람이었다.원경능은 이 억울함을 정말 삼킬 수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그래도 어멈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어멈이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니라, 밖에서 계속 소문이 도는 게 두려워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더 듣기 난처한 소문이 돈다면 어멈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원경능은 낮게 탄식하고는 아사에게 어멈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최대한 어멈이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다음날 기왕비가 와 원경능에게 말했다."유언은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