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29화 간파한 태상황

모든 사람이 건곤전에서 물러나자, 태상황은 상공공을 언짢게 바라보았다. 이 자는 왜 나무토막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눈치가 없는 것인가?

상공공은 서러운 눈길로 원경능을 바라보았다. 초왕비가 입궐하여 병시중을 든 후로 자신은 태상황 앞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와 초왕이 복보를 구했는데, 이런 걸 따져 무엇 하겠는가?

상공공은 물러가면서 밖의 시중드는 궁인들도 함께 물렸다. 궁전 안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태상황은 원경능을 한번 훑어보고는 물었다.

“복보의 배 위에 저건 무엇이냐?”

“지네…가 아닐까요?”

원경능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전 사람들은 온몸이 피로 흥건한 복보의 배를 주시하지 않았었다. 오직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주인만이 그것을 발견했다.

“사실대로 고하지 못할까? 다섯째에게 죄를 물어야만 입을 열 참이냐?”

태상황이 차가운 목소리로 문책했다.

우문호에게 죄를 묻는 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왕이면 곤장 서른 대 정도 쳐주길 바랐다. 그러면 원한이 조금은 풀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이런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태상황의 매서운 눈초리 아래 그녀가 대답했다.

“복보의 비장이 찢어졌기에 개복해서 그곳을 봉합했습니다. 지네 같이 생긴 것은 꿰맨 자국입니다.”

태상황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어떻게 했는지 더 묻고 싶었지만, 그의 체면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치료 방법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는가?

“자금단은 누가 먹었느냐?”

태상황의 이어진 질문에 원경능이 대답했다.

“제가 먹었습니다.”

“다섯째가 네게 잘 해주는 모양이구나.”

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경능은 결코 이 말에 수긍하지 못했다. 걸핏하면 곤장을 치고, 뺨도 때리는 사람인데, 어딜 봐서 잘해주는 것인가?

“너는 어째서 다친 것이냐?”

태상황이 다시 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원경능은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정말 넘어진 것입니다.”

“고집도 세고, 거짓말도 잘하니 참으로 매를 버는구나. 아직도 매가 모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