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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밝히다

그러나 원경능은 조용히 서있기만 했다. 화가 난 표정도 아니었다. 심지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저명취는 그녀가 정말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여 계속 도발했다.

“그분이 왜 제게 그런 말들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때 원경능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그녀를 끌고 안으로 걸어갔다.

“궁금해요. 하지만 저는 네 사람이 앉아서 못 나눌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원경능은 우문호와 제왕이 안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제왕 부부가 우문호를 찾은 목적을 그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랬기에 저명취는 문 밖에서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원경능을 만난 뒤로 계속해서 도발하고 끊임없이 모욕하며 원경능을 분노하게 했다. 저명취는 그녀가 더는 궁에 머물지 못하게 함으로써 태상황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손 놓으세요!”

그러나 저명취는 그녀의 이런 행동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대경실색하며 새끼 손가락으로 원경능을 그어 버렸다. 뾰족한 새끼 손가락의 끝이 원경능의 팔목을 할퀴었다. 그녀는 강제로 원경능의 손을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

원경능은 어려서부터 집요한 구석이 있었는데, 할 일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저명취를 끌고 들어가다가 피가 떨어져 바닥은 어느새 석류꽃 모양의 핏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왕, 제왕!”

원경능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굳이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기에 저명취를 질질 끌어와 의자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상처를 싸맸다. 그녀는 잊지 않고 덧붙여 말했다.

“제왕비가 할 말이 있다고 하네요.”

우문호는 저명취를 거칠게 대하는 그녀를 어두운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방금 전까지 낭패를 보았던 저명취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차림새를 가다듬고는 차분한 얼굴로 원경능을 쳐다봤다.

저명취는 그녀가 민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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