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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네.”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꺼내 앉아 침술을 시행할 준비를 했다.

“잠깐만요, 뭐 하는 겁니까?”

양운철이 호통을 쳤다.

“치료요!”

“누가 당신더러 치료하라고 했어? 분명히 말하는데, 난 이미 경성의 명의인 이대선 신의를 청했어. 그분이 곧 도착할 거니까. 빨리 비켜.”

양운철이 호통을 치다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착각하셨나? 이런 애송이를 신의라고 데려오다니, 사기꾼같이 생겼구만.”

지연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예천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때 문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중 한 명은 희끗희끗하고 약상자를 들고 있는 노인이었다.

양운철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 신의 맞으시죠? 드디어 오셨군요. 빨리 제 여동생 좀 봐주세요.”

“그래!”

이 신의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비키지 않고 뭐해? 내 여동생의 치료를 방해한다면, 너 같은 놈 10명의 목숨으로도 보상할 수 없어!”

양운철은 예천우에게 대놓고 욕을 퍼부었다.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옆으로 걸어갔다.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었다면, 그는 바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이 신의가 앞으로 나와 그녀의 맥을 짚어 보더니 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단지 한독이 침입했을 뿐이야. 침 몇 번 맞고, 약 몇 번 바르면 반드시 나을 거야.”

양운철은 자기가 무슨 큰 공이라도 세운 듯 기뻐하며 말했다.

“봤어? 이게 진정한 신의야!”

이 신의의 은침이 그녀의 손을 찌르려고 하는 순간, 예천우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이 이 바늘로 찌르면, 목숨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목숨을 앗아갈 겁니다.”

그의 말에 이 신의가 살짝 멈칫했다, 도대체 무슨 신분이길래, 자신의 실력에 의문을 품는 건지,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러자 또다시 양운철이 나서서 말했다.

“이봐, 이 신의가 계신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너도 이 신의가 어떤 사람인지 알 거야. 의사협회의 부회장님이라고!”

더 이상 헛소리하면, 앞으로 네가 함부로 의사 행각을 하지 못하게 할 거야!”

“못 믿으면 말고, 후회할 거야!”

예천우가 담담히 말했다.

“닥쳐, 좀 있다가 상대 해줄게.”

양운철이 매섭게 말했다.

그때, 이 신의도 입을 열었다.

“젊은 사람들이 실력이 떨어지는 건 괜찮지만, 경쟁을 위해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 옳지 않아. 오늘 내가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말이 끝나자마자 손에서 은침이 빠르고 정확하게 떨어졌다.

이 신의라는 명색 답게, 침술이 꽤 고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한기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통 한독이 아니라 극히 드문 사악한 한독이었다. 침 한 번에 오히려 몸 안에 사악한 기운을 북돋아 주는 광적인 반격으로 결국 몸이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된다.

지연수는 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 신의의 침 한 번에 딸의 안색이 조금 좋아진 걸 보고는 흥분하며 말했다.

“됐어, 좀 좋아졌어.”

양운철도 더욱 흥분하며 예천우에게 소리 질렀다.

“사기꾼아, 지금도 할 말 있어?”

이 신의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3, 2, 1...”

그들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1’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양체은의 얼굴은 핏기가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고, 죽도록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더욱 심하게 떨었다.

“체은아, 체은아.......”

“이게, 어떻게 이렇게.....”

지연수는 몹시 초조했다.

양운철도 겁에 질려 이 신의를 쳐다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나, 나도 몰라. 이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이 신의도 당황해서 쩔쩔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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