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간이 일러서 다행이었다. 태양은 점점 뜨고 있었으며, 세상은 아직 시끄러워지지 않았다. 목정침은 기분이 괜찮아서 아침을 먹자마자 콩알이를 데리고 정원에서 놀았고. 온연은 옆에 있는 벤치에서 책을 보았다. 정원엔 바람이 솔솔 불었고, 아직 점심때가 아니라 그렇게 덥진 않았다. 9시가 넘자, 진몽요가 갑자기 찾아왔다. 미리 온연에게 전화도 없었고, 이번에도 여전히 아이를 데려왔다. 경소경은 같이 오지 않았다. 온연은 책을 내려놓고 차에서 그녀가 아이를 안고 나오는 걸 도왔다. “오늘 일찍 왔네, 왜 미리 전화 안 했어?” 진몽요는 급하게 집으로 들어와 물을 한 잔 따른 뒤, 한 모금 마시고 얘기했다. “나 어제 경가네 공관에서 잤거든, 경소경씨는 없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 데리고 나왔어. 그 사람은 오늘 회사에서 추가 근무해야 돼서, 우리 신경 써 줄 겨를이 없길래 그냥 너 만나러 왔지. 오늘 목정침씨는 회사 안 간데?” 온연은 정원에 있는 두 부자를 흘낏 보고 말했다. “아마 안 갈 거 같은데, 왜? 있으면 너 불편해?” 진몽요는 헤벌쭉 웃었다. “아니 아니, 내가 불편할 게 뭐가 있어? 난 철판이 두껍잖아. 집에 있어도 상관없어, 내가 밥 얻어 먹는데엔 지장 없으니까. 내가 아이만 따로 데리고 나오고 싶었는데, 경험이 별로 없어서, 네가 경험이 많으니까 같이 있으면 허둥지둥하지 않을 거 같아서 왔어. 매주 아들이랑 놀 시간이 겨우 이틀밖에 없는데 당연히 소중히 여겨야지. 나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거 같아, 아이도 아껴줘야 하고, 경소경씨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 온연은 되려 진몽요를 부러워했다. “불평 그만 해. 넌 나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고 있어, 경소경씨 봐봐, 너무 잘해줘서 거의 너를 모시고 있잖아. 돈으로 널 먹여 살리고, 밥하고 설거지하는 것 마저도 네가 못 하게 하니까. 매일 밥 먹으면서 누리는 것들이 다 셰프가 직접 너한테 해주는 대우잖아. 너 같이 행복한 운명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지 몰라. 나는 반
보통 진몽요가 있으면 목정침이 대화를 할 틈이 없었고, 그도 여자들 사이에 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서재로 들어갔다. 콩알이는 온연이 다른 아이를 안지 못하게 계속 온연의 주위를 맴돌았고, 생기가 넘치는 큰 눈을 깜빡이며 유모차 안에 있는 아이를 감시했다. 아이들은 노는 걸 좋아하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와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진몽요의 아들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콩알이와 함께 놀지 못 해서 상황이 어색했다. 처음에 온연은 여전히 콩알이가 어린 아이를 때릴까 봐 두려웠지만, 나중에 보니 콩알이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자 그녀는 마음을 놓고 진몽요와 수다를 떨었다. “너 지금 모유 충분해? 나올 때 분유 같은 거 안 챙긴 것 같아서.”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충분하긴 무슨? 난 이제서야 네가 그때 콩알이한테 순수 모유만 먹인 걸 알았는데, 난 지금 아무리 해도 부족해. 평소에 우리 아들은 거의 분유만 먹고, 저녁에 내가 보러 갈 때만 모유를 먹어. 오늘 데리고 나올 때 모유 잘 나오게 하는 탕까지 마셔서, 오늘은 어느정도 나올 수 있을 거 같아. 정 안되면 너네 집에도 분유 있으니까, 어차피 우리 애도 같은 브랜드 거 먹어서 굶길 일은 없겠지.” 온연은 살짝 부끄러워서 진땀을 흘렸다. “넌 아들이 아직 어린데, 우리 콩알이 분유는 먹이면 안되지. 다 단계별로 나눠져 있는데, 너 바보 아니야? 너 같은 엄마는 또 처음 본다, 너무 세심하지 못 해.” 평소엔 매번 하람이 아이에게 분유를 사다주었기에, 진몽요는 분유에도 단계가 있다는 걸 알리가 있나? 그녀는 순간 억울했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잖아. 뭐든 다 어머님께서 해주시니까, 이런 걸 배울 기회가 없어. 평소에 내가 분유 타는 것도 못 하게 하시고, 내가 젖병을 잡는 순간 뺏기는데, 내가 어떡해?” 이 말은 보기에는 불평 같지만 사실상 자랑에 가까웠다. 온연은 진몽요의 입에 과일 말랭이를 집어넣었다. “너 그냥 조용히 해, 이런 사소한 지식들은 네가 조금만 주의해도 알 수
목정침은 마음 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둘이 설마 애 둘 나한테 맡기고 나갈 건 아니지? 나 돌아버릴 수도 있어! 나가지 마!” 온연은 말을 절대 잘 듣지 않았다. “금방 올게요, 어차피 당신 나가지도 않는데, 좀 봐줄 수 있잖아요? 한 명은 친 자식이고, 한 명은 절친의 자식인데, 수고 좀 해줘요.” 말을 끝내고 그녀는 얼른 도망쳤다. 목정침은 거절하려고 했던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두 명의 아이를 동시에 본 적이 없었고, 만약 두 아이에 동시에 깨어난다면, 그건 상상만 해도 악몽이었다… 나가는 길, 진몽요는 운전을 하면서 신나는 음악을 틀고 몸을 움직였다. “이전에는 차에 애를 태워니까 자유롭지 못 했는데,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진 느낌이야. 목정침씨한테도 오늘 같은 날이 있구나!” 온연은 웃으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아이들이 깨어났을 때 얼마나 허둥지둥할지 상상했고, 계속 전화로 재촉하며 그녀에게 집에 오라고 할 것 같았다. 그녀들을 놀라게 만든 건, 외출한지 3시간이 지나도 목정침은 아무 소식이 없었고 진몽요는가만히 있지 못 했다. “뭐지? 우리 아들 그렇게 오래 안 자는데. 일어나면 울면서 밥 달라고 할 텐데, 왜 목정침씨는 아무 소식도 없는 거야?” 온연도 상황이 어떤지 몰랐다. “아마… 유씨 아주머니가 달래고 있을 거 같은데, 아님 우리 지금 들어갈까?” 진몽요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쇼핑을 멈췄다. 목가네로 돌아온 후. 1층은 조용했고, 진몽요는 쇼핑에서 얻은 전리품을 내려놓은 뒤, 살짝 뛰어서 위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연 순간, 그녀는 소리를 내지 못 했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온연도 따라가서 보니, 목정침이 아기 침대 앞에서 콩알이를 안고 진몽요의 아이를 놀아주고 있었고, 콩알이도 더 이상 친구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얼굴을 만지며 신기해하고 또 신나 보였다. 이 장면을 보고 목정침이 정말 최고의 아빠라고 해도 과찬이
온연은 경계하고 있었다. “뭐야? 설마…?”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거. 내 것도 샀어.” 온연은 불편해졌다. “너나 가져가서 써, 난 필요 없어.” 진몽요는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웃음이 음흉했고 온연은 얼른 그녀를 저 멀리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얼른 가! 갈 때 운전 조심하고.” 해성, 국가네. 아택은 옆에서 캐리어를 정리하고 있었고, 예군작은 국청곡의 화장대 앞에 앉아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국청곡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오라고 재촉하시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요?” 예군작은 담담하게 웃었다. “여기 온지도 좀 됐고, 이정도 같이 있어줬으면 됐잖아요. 아니면 나랑 같이 가든지요.” 국청곡은 망설였고 예군작이 그녀를 향한 태도가 명확하다는 걸 그녀는 알았다. 제도에 가도 그녀는 배가 나와서 불편할 테니 친정에 있는 게 나았다. 그녀는 원래 예군작이 여기서 그녀와 오래 있었으니, 아이를 다 낳은 다음에 같이 제도로 돌아갈 줄 알았으나, 생각지도 못 하게 그는 상의도 없이 오늘 저녁 비행기표를 끊었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남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음이 없는 사람은 붙잡을 수 없었다. 이 원리를 이해한 그녀는 웃었다. “됐어요, 그냥 혼자 가요, 어차피 못 붙잡을 거 알아요.” 예군작 손목시계를 보더니 일어나서 말했다. “시간 거의 다 됐네, 아택, 정리 다 했어? 이제 출발해야지.” 아택은 캐리어를 정리했다. “네, 거의 다 됐습니다.” 국청곡은 창문 앞으로 걸어가 등을 돌렸다. “마중은 안 나갈게요.” 예군작은 망설이다가 그녀의 뒤로 걸어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이 낳을 때 꼭 옆에 있어줄게요. 당신이 여기가 좋으면 여기 남아 있어요.” 국정곡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부드러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늘 구분할 수 없었다. 비행기가 제도에 도착하니 시간이 이미 새벽12시가 넘었고, 누군가 공항에 데리러 나왔다. 아택은
아택은 고개를 끄덕였고, 예가네 차가 멀어지는 걸 보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혼자였으니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으나, 아이가 생긴 후로 그는 어딜가든 다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집이 있다는 느낌은 참 좋았다. 언제든 상관없이 집에 그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고,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안야가 아이를 안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느낌은 참 안정적이고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번에 돌아올 땐 그는 그녀가 바보같이 새벽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봐 걱정되어 미리 안야에게 말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후,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고, 안방에 들어가서 갈아입을 옷을 챙긴 뒤 욕실로 들어갔다. 몸에 더러운 걸 씻어내야 아이한테 가까이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샤워를 마치고, 그는 망설이다가 안야와 아이가 자고 있는 안방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그와 안야는 여전히 각방을 썼다. 어차피 그가 자주 집에 오지도 않으니 말이다. 어둠속에서 잠에 든 아이를 보며 그는 부드럽게 웃었고,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아쉬워하며 놓아주지 못 했다. 침대 맡에 있는 스탠드가 갑자기 켜졌고 안야가 일어나 앉았다. “아택씨, 왔어요? 왜 미리 말 안 했어요? 밥은 먹었어요? 뭐 좀 해줄까요?” 아택은 허리를 펴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나 배 안 고파요, 배고프면 아주머니한테 부탁할 테니까 뭐든지 당신이 할 필요 없어요. 그동안 집에 무슨 일 없었죠? 돈은 충분했어요?” 안야는 얼른 말했다. “별 일 없었어요, 돈도 충분했고요. 다음 달은 돈 안 줘도 돼요, 당장 있는 돈으로 아주머니 월급 주고도 남아요. 내가 돈 많이 쓰는 편도 아니라 매달마다 쓰고도 남아요. 당신이 왔으니… 예군작씨도 왔겠죠?” 아택은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번에 예군작이 제도로 돌아왔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면 예가네 어르신이 또 입원을 했으니 말이다.
말이 여기까지 나왔으니 아택은 이제 물러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여전히 망설였고, 안야가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걸까 봐 두려웠다. “아니면… 다시 생각해 보는 거 어때요? 나도 잘 생각해볼 게요. 내일 아침에 각자의 대답을 말해보자고요.” 안야는 이미 생각이 끝났고, 몇 날 며칠을 생각해 왔다. “알겠어요,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요. 내일 당신이 줄 답변 기다릴게요.” 다음 날 아침, 안야는 일찍 일어나서 아침 밥을 차렸다. 평소에는 아주머니가 밥을 하지만, 오늘은 아택이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그녀가 직접 하고 싶었다.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그녀가 바쁘게 일하는 걸 보며 칭찬했다. “사모님, 손이 진짜 빠르시네요.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 자주 집에 안 계시길래요. 아이가 태어난 뒤로 집에 별로 안 있으시던데, 아이가 아빠랑 친하지 않을까봐 해서요.” 안야는 아택의 직업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대충 돌려서 설명했다. “그 사람은… 직업 특성상 출장을 자주 가요, 다 가정을 위해서 그런 거니까 전 이해할 수 있어요. 나중에 아이가 크면 아빠랑 친해질 거예요.” 아주머니는 부러워하는 눈빛이었다. “선싱냄께서 이렇게 마음씨가 착하신 아내분을 두셔서 마음 편히 밖에서 일하시나 봐요. 선생님 같은 나이의 남자들은 책임감이 많이 없거든요, 저는 여자들한테 기대서 살 거나 부모한테 빌붙어 남자들을 많이 봤어서요. 사모님은 좋은 분 만나셨네요.” 안야는 다른 사람이 아택 칭찬하는 걸 좋아했다. 매번 이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속으로 매우 만족스러워 했고, 유일하게 만족하지 못 한 건 그녀와 아택이 정상적인 부부 같지 않다는 거였다. 어제 너무 늦게 돌아와서 아택은 9시가 넘어서 일어났고 안야는 그에게 새로운 칫솔을 꺼내주었다. “얼른 씻고 와서 밥 먹어요, 아침 준비 다 됐어요.” 아택은 그녀의 안색을 보며 어젯 밤 답변을 주기로 한 일이 생각났다. “나… 생각 다 됐어요.” 안야는 그의 답변을 계속 기다렸
안야는 고개를 저었다. “난 이미 여러 번 잘못된 결정을 했었어요. 이번엔 내 자신에게 어떠한 여지도 남기지 않았고, 이미 생각도 확실하게 했어요. 아택씨, 고마워요. 나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마련해줬으니 나도 당신에게 똑같이 해줄게요. 어느 날 당신이 질리면 내가 떠날게요. 당신의 모든 건 다 가져가지 않을거고요.” 두 사람은 서로의 마지막 답변을 줬고, 안야의 불안했던 마음도 드디어 안정이 되었다. 한편, 예가네 개인 저택. 예군작은 어르신의 방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고, 손 옆엔 어르신이 아끼던 예군작의 사진이 있었다. 그게 진짜 예군작이었고, 가짜인 그가 아니었다. 그는 어르신이 낮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심심할 때마다 사진을 계속 보는 걸 알았다. 지금 어르신은 병원에 있었고, 병원은 제도에 있었다. 증세가 심각해서 해성에 돌아가서 치료할 겨를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급하게 해성에 있는 개인 의사를 불러와서 옆에서 보살펴 주게 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예가네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말지는 이번에 봐야한다는 걸 알았다. 만약 어르신이 이번에 다시 일어서면, 그는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고, 만약 어르신이 죽는다면, 그를 다시는 구속할 사람이 없었다… 그는 원래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나, 또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 집착이 심한 이 노인네는 사실상 그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사이도 안 좋았었는데, 그는 자신이 왜 망설이는지 알 수 없었다. 양심 때문인가? 이 단어를 떠올리니, 그는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 웃음은 옆에 있는 사람이 봤을 땐 무서워 보였다. 옆에 있던 경호원은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어르신 병문안 가시겠습니까? 차는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 예군작은 그 자신을 침대 위에 뒤집어 둔 위 일어나서 말했다. “가자.” 병원으로 가는 길, 그는 많은 건강식품을 샀고, 자신에게 이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말하고
그가 멀어지는 걸 보고, 개인의사는 안도하며 병실로 들어갔다. 어르신은 깨어 있었고, 방금 예군작과 의사가 한 대화를 그를 하나도 안 빼고 다 들었다. 개인 의사는 예군작이 가져온 물건을 서랍 위에 두었다. “도련님이 사오신 음식들은 다 드셔도 되세요, 드시면 안되는 게 없더라고요. 도련님이 이렇게 쉽게 가셔서, 어르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무섭진 않았어요…” 어르신은 물건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건 선생님이 걔를 몰라서 그래요. 이번에 온 건 분명 그냥 상황을 살피려고 온 거겠죠, 내가 얼마나 버티나 보려고요. 내 증상이 좋아질 거 같은 기회가 보이면, 분명 내 숨통을 끊을 방법을 찾겠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지금 제 상황 어떤가요?”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 “제가 최대한 노력하면 3개월 정도 더 버티게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3개월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은 못 해드려요. 이 정도 시간이면 아마 급하실 건 없으실 것 같네요.” 어르신은 웃었다. “그렇게 되길 바라야죠… 제 병이 좀 나아지면, 마지막엔 병원에 안 묶여 있고 나가서 바깥 햇빛도 보고 싶어요. 퇴원하고 나서는 해성으로 보내주세요. 뭐든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니, 저도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죠. 걔가 만약 양심이 있다면 제가 이 과정을 다 걸어나갈 수 있게 해주겠죠. 그런데 손자가 태어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 예가네 어르신이 해성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은 빠르게 경소경과 목정침의 귀로 들어갔다. 이번에 예가네 어르신은 정말 얼마 못 살지도 모른다. 사람은 늙으면 늘 이런식이다. 살 수 있는 날까지 사는 거고, 정해진 날짜가 없었다. 예군작은 어르신과 함께 해성으로 돌아갔다. 자신에게 3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걸 알고, 어르신도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예군작이 아무리 인내심이 없어도 3개월도 못 기다리진 않을 테니 말이다. 경소경은 예군작이 전지라는 사실을 더 오래 못 숨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가네 어르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