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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차 사고가 난 서란

이우범은 진짜 불쌍한 사람이다.

전생에 배인호와의 서란 쟁탈전에서 실패했다고만 알고 있었지 그전에 이미 그 패배의 씨앗을 심어뒀을 줄은 몰랐다.

원인은 당연히 민설아였다.

민설아도 의대생이었고 이우범과는 친구 사이였다. 시작은 민설아가 이우범을 쫓아다녔지만 이우범은 그때 연애 생각이 없었던 터라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파티에서 민설아는 배인호를 알게 되었고 이우범을 자극하고 싶어서인지 배인호와 썸을 타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배인호와 사랑에 빠져 사귀게 된 것이었다.

“우범 씨, 왜 그렇게 운이 없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나는 진심으로 이 사람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그런가요?”

이우범이 물었다.

“없는 거죠!”

나는 내 생각을 서슴없이 말했다.

“우범 씨를 좋아하던 사람이 결국 인호 씨로 갈아타고 우범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또 인호 씨와 사귀는데 당연히 운이 없는 거죠!”

말하고 나니 말이 빗나간 걸 느꼈다. 결국 서란도 배인호와 사귀게 될 거라는 걸 그에게 대놓고 말하다니,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우범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랑싸움에서 항상 배인호가 한발 앞선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사실 그때 우범 씨도 민설아 조금은 좋아했던 거죠? 마음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서 포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거고 인호 씨한테 양보한 건가?”

나는 논리적으로 분석했다.

“네, 그렇다고 봐야죠.”

이우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훗날 서란을 두고 둘이 그렇게 죽기 살기로 경쟁한 거구나.’

마음속으로 드는 생각이었다.

이 일의 자초지종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자 마음속에 남아있던 집념도 사라졌다. 며칠 뒤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출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어요.”

나는 소고기 한 점을 샤부샤부에 던져 넣으며 가볍게 웃었다.

전생에 이우범은 나에게 민설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에게도 민설아는 마음속의 가시와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이번 생은 왜 말해주는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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