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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첫만남

마키아토가 달기는 했지만 그걸 마신다고 연애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는 쓰디쓴 아메리카노 같았고 서란은 달콤한 마키아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때때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머릿속으로 내일모레 그녀와 배인호가 만나는 시간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서울시 비즈니스 심포지엄은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되고 서란은 서빙 알바로 일찍부터 회의장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배인호는 문을 통과할 때 그녀를 발견할 것이고 그렇게 큐피드의 사랑의 화살을 맞을 것이다.

“서란 씨, 다른 아르바이트해볼 생각 있어요? 과외 알바 소개해 줄까요? 내일부터 가능한데, 페이도 좋고.”

서란이 옆자리 테이블을 정리하는 틈을 타 나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서란이 고맙다는 듯 나를 보며 웃어 보였지만 내 제안은 거절했다.

“지영 언니,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근데 제가 며칠 뒤면 개학이라 내일모레 임시 서빙 알바까지만 하고 학교 가서 등록해야 돼요.”

생각해 보니 개학이 다가오긴 했다.

내가 한발 늦었다. 며칠만 더 일찍 말을 꺼냈으면 서란이 배인호 앞에 나타나는 걸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다시 놓였다. 배인호와 서연 정도의 인연이면 한 번을 막으면 두 번 세 번 더 막아야 할 것이다...

“고맙긴.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얘기해 본 거야.”

나는 커피를 한 모금 하고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 알바도 그만두는 거야?”

“네, 개학하면 시간이 안 나서요.”

서란이 아쉬운 듯 주위를 한번 빙 둘러본다. 그러고는 보기 좋게 씩 웃어 보인다.

“지영 언니, 보고 싶을 거예요.”

나는 조금 난처했다. 서란이 이 모든 걸 안다면 아마도 멀찌감치 나를 피했을 것이다.

이때 손님이 들어왔고 서란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고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아마 이 저렴한 가게에 다시 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방관자로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다시 한번 감상하는 게 전생보다 쉽지는 않았다.

이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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