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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내가 한짓이야

“어머님, 걱정 마세요. 인호 씨랑 같이 가서 검사해 봤는데 문제 없었어요. 그냥 요즘 그이가 너무 바빠서 집에 잘 못 들어오다보니 계획이 좀 늦어졌을 뿐이에요.”

감동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쉽게도 나에겐 이 집 며느리로 남을 복이 없었다.

“네 아빠랑 나 인호 스캔들 보고 여러 번 뭐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집사람인 네가 단속을 더 잘해야 해. 알겠니?”

어머님이 당부했다.

내가 단속한다 해서 얌전해질 배인호가 아니었고 곧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님의 그 진심 가득한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어머니.”

대화를 좀 더 나누고는 아버님 어머님과 같이 아침을 먹었다. 배인호가 아침 일찍 나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배인호에 대한 생각은 단 하나, 그러든지 말든지였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나는 차를 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우범을 찾아 따져야 할 게 있었다.

이우범이 회진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기회를 잡은 나는 거짓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물었다.

“이 선생님,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바빠요.”

이우범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하얗고 청초한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

“저 보기 민망해서 그러는 거죠?”

나는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원망을 쏟아냈다.

“배인호를 이혼하게 설득해달라고 했더니 아버님 어머님을 청담동으로 오게 설득하셨네요. 이 선생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정의로우셨을까. 열 채의 절을 부술지언정 한 사람의 혼인은 깨지 않는다 뭐 이런 신념이라도 생긴 건가요?”

이우범은 가볍게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한다.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저한테 배인호와 그쪽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셔서 그냥 간단하게 그쪽이 이혼하고 싶어 한다고 했을 뿐이에요.”

이 말을 들은 나는 하마트면 병원에서 난동을 피울 뻔했다.

이 사람은 인성을 잘생긴 얼굴과 맞바꾼 건가? 나와 배인호 사이의 많고 많은 문제 중에 하필이면 “나 이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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