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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현명한 어머님

어머님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인호야, 지영아, 자니?”

배인호가 이혼서류를 이불 안으로 잽싸게 감추더니 문을 열었다.

“엄마, 늦었는데 아직도 안 주무세요?”

“이제 자려고. 그냥 너희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길래. 자는지 궁금해서.”

어머님과 배인호가 문 앞에서 대화를 나눈다.

“어머님!”

나도 얼굴에 붙인 팩을 떼어내고는 문쪽으로 걸어가 배인호와 금술 좋은 부부인 척 쇼를 했다.

“인호 씨랑 막 잠들려던 참이었어요.”

그러면서 배인호의 팔을 끌어안았고 그의 어깨에 달콤하게 기대었다.

배인호가 티 나지 않게 나를 흘끔 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많이 늦긴 했네. 네 아버지 내일 모레 비지니스 심포지엄에 참석 하러 잠깐 서울에 오신 거야. 호텔에 묵을 생각 없어서 여기서 며칠 지내려고.”

어머님이 웃으며 나한테 말했다.

어머님은 평소 세종시에 지낸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

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무 좋아요. 저도 아버님 뵌 지 오래되는데, 요 며칠 오시면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가서 힐링 하는 거예요.”

“그래그래, 좋지. 너희들도 얼른 쉬렴, 늦게 자면 안 좋아.”

어머님이 몇 마디 더 당부하고는 몸을 돌린다.

전생에 내가 크게 착각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배인호는 집에서 뭐라 하든지 꽂히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 내가 최선을 다해 배인호가 나를 사랑하게 만든다면 배 씨 가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배인호는 서란을 위해 필사적으로 배씨 가문 사람들의 인정과 축복을 얻으려고 했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가족 간의 정이 그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나와 어머님과의 관계가 좋았다면, 혹은 내가 아이를 가졌다면, 전생에 게임에서 진 건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문을 닫고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배인호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걱정되기 시작하는 문제가 있었다.

“소파에서 잘래요 침대에서 잘래요? 아니면 제가 침대 인호 씨가 소파 할래요?”

배인호가 아무렇게나 침대에 눕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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