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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최종화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허승현의 모습을 보고 허로아도 이따금 배인호에게 달려가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다.

허로아는 먼저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치마 어때요? 예뻐요?”

난 허로아의 마음을 똑똑히 알고 있다. 허로아는 어른의 주목을 받고 싶을 때마다 지금처럼 멋을 부리곤 했었다.

과연 배인호는 귀여우면서도 멋을 부리는 허로아의 모습에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허로아를 들어서 안았고 뽀뽀까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깔이 보통이 아닌 허로아는 일부러 막는 척을 했다.

“뽀뽀 안 돼요. 침 있어요.”

이에 배인호는 멈칫거렸고 허로아는 발버둥 치며 그의 품에서 내려와 휴지 한 장을 뽑아 오더니 배인호에게 쪼그려 앉아 달라는 손짓을 했다.

“이렇게 휴지로 깨끗하게 닦으면 침이 없어져요.”

배인호는 조금 전에 허승현에게 뽀뽀했을 뿐, 허로아가 말한 침은 없었다.

하지만 허로아는 기어이 입술을 닦아주려고 했고 신경 쓰는 모습이 마냥 우스웠다.

배인호를 위해 입술을 깨끗이 닦아주고 나서야 허로아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자기의 작은 볼을 내밀려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됐어요. 뽀뽀해도 돼요.”

귀엽기 그지없는 허로아의 모습에 배인호의 입꼬리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이 실룩거렸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앞으로 다가가 허로아의 볼에 뽀뽀했다.

그러자 허로아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다소 수줍어하는 모습이 엿보였지만, 겉으로는 무척이나 덤덤한 척을 하면서 배인호에게 당부까지 했다.

“앞으로 저한테 뽀뽀하고 싶으시다면 입술부터 깨끗이 닦아야 할 거예요.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병균 있다고 하셨어요.”

세 사람이 교류하는 모습을 하고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두 아이는 비록 낯을 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난 왠지 그들이 배인호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배인호에 대해 친근함을 드러내었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아빠와 엄마는 아직도 대청소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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