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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낯가림

배인호의 말을 듣고 난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이윽고 살짝 난처해지면서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나의 손을 잡고 아이 침실에서 나와 우리가 지내는 침실로 향했다.

난 배인호가 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어 짧디짧은 2분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거침없이 콩닥거렸다.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배인호는 나를 자기 품으로 끌어안았고 그는 얼굴을 나의 어깨 쪽으로 묻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잔뜩 가라앉은 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지영아, 너 그거 알아?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말이야. 일 년 동안 난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어. 심지어 사람같이 붙여서 너 몰래 네 사진도 찍어오라고 지시했었어. 그래야만 짙은 이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고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어.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 미안해. 너를 행복하게 해줄 능력이 있어야만 너를 다시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한참을 말하다가 배인호는 살짝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에 난 숨을 깊이 내쉬었다. 배인호가 안쓰럽기도 하고 어찌할 도리도 없었다.

배인호는 나의 결심을 너무 얕잡아 보았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난 어떻게 그를 위안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다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거려 주는 것이었다.

가만히 등만 토닥거리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막 토닥거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온몸이 들리는 느낌이 들었고 이윽고 난 침대에 놓였는데,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호 씨, 미쳤어요? 회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어떡해요? 그러다가 또다시 척추하고 허리를 다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네가 이렇게 가벼운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

배인호는 웃으며 천천히 몸을 숙여 나에게로 다가왔다.

우린 한 뺨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숨결을 느꼈다. 그렇게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어 갔고 방 안의 온도도 점점 올라갔다.

배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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