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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칼을 든 장정

“임 대표님은 임 대표님 일에만 신경 쓰시죠.”

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해결됐습니다. 단지, 세상 물정에 다소 섭섭할 뿐이지요.”

성재가 서준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

“한 대표님, 곧 약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

서준이 성재가 건넨 물병을 밀어내고는 긴 다리를 뻗으며 회의실을 떠났다.

...

돌아가는 길.

하경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아까 네 편을 들던 사람이 한서준이야?”

하경의 말을 들은 하연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

“누가 내 편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은 돈이 중요했을 뿐이라고요!”

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그런대로 잘 생겼더라. 근데 여자 안 좋아하잖아. 너랑은 안 어울려. 헤어지길 잘했지.”

하경의 말에 하연은 말문이 막혔다.

‘못 살아 정말...’

“그래요, 그래서 오빠 말대로 헤어졌잖아요.”

하연이 서준과 결혼식을 올릴 당시, 하경은 바다 건너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경은 매제의 인품을 증명하기 위하여 특별히 서준의 노트북을 해킹했었다.

하경은 해킹한 노트북을 이용하여 서준을 탈탈 털어보려 했지만, 놀랍게도 서준의 노트북에는 남자라면 좋아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하경은 서준이 무성욕자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근거를 정리하여 하연에게 메일로 보냈으나 철저히 무시당했었다.

단 한 번도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자니, 하연은 서준이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도대체 민혜경은 어떻게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거야?’

“근데 오빠, 왜 이번에도 혼자 왔어요? 내 새언니 될 사람은요?”

“몰라, 꿈속에 있는 건지,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건지... 아무튼 아직 못 만났어.”

하경이 상큼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만, 빨리 찾아봐요. 더 미루다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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