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영은 전화를 마친 뒤 박예리에게로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걱정 마. 곧 올 거래. 별 말 안 했어.”전화를 끊은 박수혁의 표정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차가운 톤의 수트가 그의 분위기를 한껏 더 차갑게 보이도록 했다. 그 모습에 이한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대표님….”“박예리 찾아서 옷 값 계산해. 그리고 옷은 소은정에게로 보내.”서민영은 그 옷을 소은정이 박예리에게로 떠넘긴 것이라 하였지만, 중간 과정을 굳이 듣지 않아도 박예리가 성질을 부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이한석은 다시금 그에게 질문하였다.“소은정 아가씨께… 보내는 것 맞습니까?”“그래.”“네, 알겠습니다….”이한석은 다시 확답을 받은 뒤에야 일을 이행할 수 있었다.이한석은 곧 박예리가 있는 매장에 들어섰다. 박예리는 매장 사람들의 시선을 참을 만큼 참았다. 겉으로는 공손한 척했으나 모두 그녀의 눈이 없는 곳으로 가 키득거리기 바빴다.점장의 손에 녹음이 없었더라면, 없던 일로 무르고 자리를 떴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박예리와 서민영을 마주한 이한석은 고갯짓으로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계산을 하러 향하였다.이에 박예리는 의기양양하게 다가와 점원에게 말했다.“내가 이 집안 사람 아니었으면 절대 못 샀을 거라고, 이번은 지갑을 두고 왔어서 사람을 부른 거야….”“그럼, 차까지 실어다 드리면 될까요 아가씨?”“그럼 당연히…….”“아, 잠시만요 아가씨.”이한석이 한 손을 들어 보였다.“대표님께서 물건을 소은정 아가씨께 보내라 하셨습니다. 주소지가 없다면 SC그룹 쪽으로 보내라고….”“뭐라고?”박예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왜 소은정에게 보내지? 이건 내 옷이야!옆에 서있던 서민영 역시 놀라 말을 거들 수밖에 없었다.“네, 이건 예리 옷이에요. 소은정이 예리에게 넘긴 거라고요…….”이한석은 미소지어보인 뒤 대꾸했다.“대표님 지시입니다. 저는 따를 수밖에 없어요.”곧 그가 점장을 향해 고갯짓하였고, 점장
제 90장 그녀는 쓰레기통이다 소은정은 의아해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럭셔리하나 단조로운 포장, 또 익숙한 브랜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유라는 고개를 숙여 그것을 하나 집어 올리더니 이내 ‘어?’ 하는 소리를 내었다.“이거 방금 가게에서 골랐던 그거 아니야?”정말이잖아!너무나도 익숙한 이 옷가지들에 소은정의 눈썹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분명 박예리가 빼앗아 갔던 것들이지 않는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프런트의 직원이 곧 말을 걸어왔다.“방금 점장님께서 직접 가져오셨어요. 말씀하시길 이미 계산은 하셨고, 박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물건이라고…” 박수혁?소은정의 안광이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 행동들은 전부 제 손에 있는 담뱃대가 이유 일 것이다.안됐지만, 소은정은 이를 거절할 것이었다.한유라는 냉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박수혁? 이게 대체 무슨 뜻인 거지?”소은정은 덤덤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이거, 박 대표에게 다시 돌려주실래요? 다른 사람에게나 주라고 해주세요.”프런트 직원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둘은 이미 화해한 걸로 알고 있는데?하지만 이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었다.“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곧 전화를 걸어 사람을 불러왔다.“아주 호구로 만들어 버리자, 그 옷 남겨둬! 박예리랑 서민영한테 엿 먹이자고!”한유라가 제안해왔다.소은정은 그런 한유라를 힐끗 보더니 가볍게 웃음 지었다.“난 그 사람이 준 거라면 입을 수 없어. 단 한 푼도 빚지고 싶지 않거든.”결혼 3년 내내 그는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무언가 선물해 온 적이 없었건만, 이제 와서 옷이 웬 말인가? 이혼까지 한 마당에 이런 위선적인 꼴이라니, 그저 우스웠다.한유라가 여전히 찌푸려진 얼굴로 대답했다.“그래, 네 말도 맞다.”이후, 물건은 모조리 태한그룹으로 되돌아갔다. 이한석은 바닥에 널려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내 그는 눈을 딱 감고는 박수혁의 사무실로 향하였다.가볍게 노크를
아늑한 정원에 있는 한 화려한 파티장, 곳곳에 정교하고 화려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빛을 반짝이고 있다.야경과 하나로 이루어진 정원은 마치 지상에 떨어진 은하수처럼 보였다.하늘을 수놓은 별빛과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우주에 진입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소은정과 한유라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소은해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말했다.“나름 잘 꾸며놨네.”소은정은 그런 오빠를 흘겨보더니 고개를 치켜들었다.“당연하지. 연예인들 중에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은 세 사람뿐이야. 그중 한 사람이 오빠고.”“하이고, 영광이네. 고맙습니다.”소은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잘생긴 얼굴이 더 할짝 피어올랐다.“은정아...”이때, 소은정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던 김하늘은 소은해를 발견하고 살짝 흠칫하더니 곧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소은해 배우님, 환영해요.”이에 소은해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하늘아, 너 혼자 패션계를 독점할 생각인 거야?”김하늘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은해 배우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이네요.”“하, 이제 컸다고 오빠라고도 안 부르는 거야?”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던 소은해가 장난스레 물었다.그제야 김하늘도 더 자연스러운 미소로 응했다. 소은해를 바라보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여느 때보다도 더 반짝였다.“그럴 리가요, 오빠.”그제야 소은해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 나는 대충 둘러보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들 놀고 있어.”고개를 끄덕인 김하늘은 멀어져 가는 소은해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소은정과 한유라에게 말했다.“그럼 난 백스테이지로 갈게. 준비할 게 많아.”한편, 한유라와 소은정은 화려한 파티장의 인테리어에 푹 빠져 왠지 평소와 다른 김하늘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진짜 너무 이쁘다. 이 파티장 자체가 작품인 것 같아.”소은정이 감탄했다.남일처럼 얘기하는 소은정을 바라보던 김하늘이 고개를 저었
놀란 건 한유라와 김하늘도 마찬가지였다. 드레스의 아름다움은 모두 동일했지만 소은정의 차갑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어우러져 200% 정도는 더 빛났다.한편, 김하늘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러 소은정의 화장을 다시 수정하도록 분부한 뒤 소은정의 어깨를 토닥였다.“네가 쇼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해 줘.”김하늘은 소은정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돌아서 스태프들과 패션쇼 마지막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어안이 벙벙한 소은정을 보며 한유라도 거들었다.“그래. 오늘은 은정이 네가 주인공이 되는 거야.”이때 김하늘이 다가와 한유라의 손목을 잡아끌었다.“너도 놀 생각하지 말고 거들어. 시작은 네가 서.”“뭐?”잠시 후, 패션쇼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초대받은 게스트들은 서로 형식적인 안부를 나눈 뒤 자리에 착석했다.순간, 음악이 시작되고 런웨이를 제외하고 주위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갑자기 첫 번째 모델로 서게 되었지만 한유라는 긴장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워낙 넘치는 끼와 타고난 자신감 덕분이었다. 한유라가 런웨이에 선 순간, 화려한 드레스와 한유라의 미모에 다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한유라는 사람들의 감탄을 즐기며 한발한발 내디뎠다. 이때, 게스트 좌석 두 번째 줄, 익숙한 두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한유라는 두 사람을 향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여준 후 자연스레 무대에서 내려왔다.한유라를 시작으로 패션쇼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신비감 넘치는 인테리어, 드레스 그리고 모델들의 자태에 게스트들도 숨을 죽이고 런웨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마치 1분 1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자신의 완벽했던 워킹에 만족한 듯 한유라는 잔뜩 신난 얼굴로 2층으로 올라왔다. 긴 머리를 깔끔하게 틀어올려 하얗고 긴 목선을 드러낸 소은정은 마치 오늘 쇼를 위해 태어난 사람인 듯 아름다웠다. 마지막 순서인 그녀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쇼를 즐기고 있었다.“내가 누굴 봤는지 알아?”한유라의 질문에 소은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유라가 런웨이에
패션쇼가 막을 내리자 쇼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려 퍼졌다. 김하늘은 침착한 얼굴로 런웨이에 올라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렇게 패션쇼가 끝나고 이브닝 파티가 시작되었다.김하늘이 런웨이에서 내려오자 기자들이 몰려들어 마지막으로 런웨이에 선 모델의 정체를 묻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해외에서 직접 캐스팅한 신인 모델이냐며 묻는 기자들도 있었다.기자들의 질문에 김하늘은 싱긋 미소 짓더니 소은정을 곁으로 불렀다.“아니요. 사실 마지막으로 런웨이에 선 사람은 프로 모델이 아니에요. 제 사업 파트너, 소은정 씨죠.”소은정은 살짝 당황했지만 곧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를 향해 수많은 플래시가 터졌다. 소은정도 별 불만 없이 여러 포즈를 취해주었다.절친의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정도쯤이야.초대된 매체들 중 해외 유명 잡지사 기자가 소은정에게 질문을 던졌다.“오늘 입으신 드레스는 웨딩드레스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요. 처음 런웨이에 서셨지만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신 건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으신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요?”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김하늘은 바로 저지하려 했지만 소은정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네, 어쩌다 보니 웨딩드레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게 되긴 했지만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경험은 없습니다.”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마침 그 주위를 지나던 박수혁의 주위를 끌었다. 박수혁은 멈칫하다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웨딩드레스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결혼식도 아니, 웨딩촬영도 하지 않았다. 식 하나 없이 부부가 되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시 남이 되었다. 돈을 제외한 모든 것에 인색했던 자신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며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소은정의 담담한 대답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을 찔렀다.옆에 서 있던 강서진도 중얼거렸다.“정말 소은정이었잖아...”한편, 역시 박수혁을 발견한 소은정은 예의 바르게 기자들의 질문에 응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소은정의 이상한 모습에 시
단순한 박예리와 달리 서민영은 한유라를 발견한 순간,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한유라까지 여기 있는 거라면... 소은정도...정말 잘못 본 게 아니었단 말이야?서민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등진 채 앉아있는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야, 내 말 안 들려? 사진 하나만 찍자니까!”무시당한 박예리는 바로 반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한유라는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네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알아? 사진 부탁하러 왔으면 좀 정중하게 굴어야지.”박예리는 그런 한유라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내가 정중하게 굴든 건방지게 굴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그리고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 모델을 향해 다시 말했다.“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나 태한 그룹 둘째 딸 박예리야. 뭐 모델이라고 비싸게 구는 거야? 그래. 돈 줄게. 얼마면 되는데?”사진 한 장 찍겠다는데 더럽게 비싸게 구네. 하지만 sns에 사진을 올린 뒤, 그녀를 부러워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인내했다.끈질기게 달라붙는 박예리의 집요함에 소은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태한그룹 둘째 딸?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초대장은 받고 온 건가?”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박예리와 서민영을 훑어보았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굳이 또 건드려?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네.그제야 소은정의 얼굴을 확인한 박예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네... 네가 어떻게...”그녀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모델이... 심지어 박수혁과 결혼했으면 생각했던 그 여자가... 바로 소은정이었어?웬만한 재벌가들, 연예인들이 아니면 참석조차 할 수 없는 패션쇼의 마지막 모델이 소은정이었다고?“그래요. 나예요. 뭐 문제 있어요?”소은정이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오늘 여러 번 소은정한테 밀린 일로 골이 잔뜩 나있던 박예리는 또 소은정에게 한방 먹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하, 정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그런 드레스
갑작스러운 정보에 서민영은 혼란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충격을 받은 건 박예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share의 창업 멤버가 소은정이라고?하지만 정말 여기서 경비원에게 끌려나간다면 또다시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고쳤다.“하, share? 태한그룹과 비교하면 겨우 동네 옷 가게 수준이면서. 뭐가 그렇게 잘났대? 됐어. 이딴 곳 앞으론 오라고 해도 안 와!”분노에 부들거리던 박예리는 서민영의 손을 끌고 자리를 떴다. 그렇게 패션쇼장을 나서려던 순간, 서민영이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잠깐만.”“왜 그래?”비록 박예리도 이대로 떠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은정이 정말 경비원을 부르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개망신이 아닌가?“아까 패션쇼장에서 수혁이를 본 것 같아서. 같이 가자.”만약 박수혁도 소은정을 알아본 거라면? 패션쇼장에서 다시 만나 관계를 회복하기라도 한다면?귀국한 뒤로 왠지 예전과 달라진 박수혁의 태도에 서민영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는 항상 그녀의 곁을 지키던 박수혁이 요즘은 어째서인지 그녀와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설마 이 모든 게 소은정 때문일까?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는 없어.서민영의 말에 박예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패션쇼장에 있다는 말에 박예리는 다시 의기양양해져서는 말했다.“그래? 잘 됐네. 소은정 그 발칙한 게 나한테, 언니한테 어떻게 했는지 전부 다 말해줘야겠어.”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패션쇼장 휴식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한편, 두 사람을 쫓아낸 소은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한유라는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여전히 씩씩대고 있었다.“그냥 경비 부르지 그랬어! 끌려나가는 꼴을 봤어야 하는 건데.”철없는 한유라의 말에 김하늘은 그녀를 흘겨보았다.“괜히 일이 커져봤자 피곤해지는 건 우리야. 그리고 오늘 주인공은 은정이라고. 그딴 사람들한테 이목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그래...”한유라가 풀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요트?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선물 스케일에 소은해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하지만 남아일언중천금, 한번 뱉은 말을 회수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오히려 김하늘이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오빠. 은정아, 그렇게 비싼 걸 내가 어떻게 받아. 그리고 나 요트 같은 거 필요 없어.”“아니. 거절은 거절할게. 내 마음이니까 받아둬! 그리고 뭐가 걱정이야. 우리 오빠 몰라? 톱스타 소은해. 오빠가 CF 한 편만 찍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건데 뭐.”소은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소은해의 신경을 건드렸다. 나이 차이가 나서 의지가 되는 소은호와 친하긴 해도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 왠지 어색한 소은찬과 달리 소은해한테는 왠지 장난을 더 치게 되는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의 도발에 소은해도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요트 정도야 뭐. 우리 하늘이가 남도 아니고. 은정이 베프인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응...”현실 남매처럼 투닥대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SC그룹의 재산 규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괜히 더 거절하면 관계가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오빠.”소은해는 장난스레 김하늘의 머리를 헝클였다.“그래, 착하네. 요트 볼 때마다 오빠 생각해야 한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김하늘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소은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봤지? 소은정, 오빠가 이런 사람이야. 이제 가자.”소은정은 자연스레 오빠의 팔짱을 끼고 김하늘을 향해 손을 저었다.“하늘아, 우리 갈게.”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3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박수혁에게 무언가를 사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 아니, 그가 건넨 돈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애교까지 부리며 뭔가를 요구하는 걸 보니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었다.고개를 돌린 소은정과 소은해도 박수혁, 강서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 방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소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180도로 달라진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