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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침묵

사실 강서진의 말만 아니었어도 항상 침착하고 냉정한 소은정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강서진은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스타일이었다.

쌤통이다, 이것들아!

강서진은 일그러진 얼굴로 박수혁을 돌아보았다.

“뭐야? 멍청?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래?”

여전히 뻔뻔한 강서진의 모습에 박수혁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

“정말 몰라서 물어?”

그래, 방금 전에는 그가 실수한 게 맞다는 걸 강서진 본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민영이 정말 위급한 상황인 줄 알고 그랬던 것뿐인데. 반창고 하나면 된다는 의사의 말에 황당하고 억울한 건 강서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잖아...”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던데 설마 알몸 사진을 퍼트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뭔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민영이 데리고 병원으로 가봐. 난 이만 가볼게.”

“뭐? 안 돼! 나도 약속 있단 말이야!”

강서진이 기겁하며 말했다. 소은정이 알몸 사진을 기억해내기 전에 먼저 사과라도 하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하지만 박수혁은 강서진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고 강서진도 대충 핑계를 대며 그 뒤를 따랐다.

뭐야? 나 혼자 남은 거야?

박예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편, 소은해의 차 안, 소은정은 쏟아지는 단톡방 메시지를 훑어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한유라가 오늘 소은정과 그녀가 런웨이에 오른 사진을 단톡방에 보내자 성강희는 소은정만 예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고 약이 오른 한유라와 또 투닥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맡긴 일로 해외로 출장을 간 성강희는 오늘 패션쇼에 참석하지 못한 게 한이라며 여러 이모티콘을 난발했다.

그래, 나한테는 친구들이 있잖아. 그런 인간들 때문에 약해지지 말자.

소은정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집에 도착했어?”

이때 김하늘이 따로 소은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니, 가는 중이야. 어떻게 됐어? 죽었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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