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7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요. 기다려요. 형한테 전화하고 올게요. 아마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지유가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

“알리지 말아주세요.”

“아까 간호사가 한 얘기 못 들었어요? 가족분한테 연락 안 하면 퇴원은 안 된다고 한 거.”

지유는 석훈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괜한 참견하지 말고 알리지 말아주세요.”

지유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고집은 무척이나 셌다. 게다가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말하는 태도도 이현과 똑 닮아있었다.

“형 지금 형수님 찾는다고 난리에요. 그리고 저는 의사로서 형한테 연락해야겠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지유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석훈은 이현의 동생이기에 그와 마주한 순간 이렇게 될 걸 예상했어야 했다.

석훈은 행여나 지유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이현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뒤, 이현이 거친 숨을 내쉬며 병실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지유의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야?”

이현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지려는데 지유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이에 손이 어색하게 공중에 굳어버린 그는 그녀의 얼굴색을 한번 보더니 천천히 손을 내렸다.

“길가에서 쓰러졌다며. 대체 왜 그 시간에 집이 아닌 거기에 있었던 건데?”

그는 다그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침착하게 물었다.

지유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만 했다.

“심심해서 산책 좀 하다가 갑자기 저혈당으로 쓰러진 것뿐이에요. 어제 얼마 못 먹어서 그런 가봐요.”

이현이 고개를 돌려 석훈을 바라보았다.

“저혈당은 맞아.”

뭐가 됐든 일단 사람은 찾았으니 큰 근심은 덜었다.

지유는 그 뒤로 줄곧 창문만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이현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석훈은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더니 일단 이현을 복도로 데리고 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