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5화 선의의 거짓말

오늘 저녁 우리 집은 그야말로 명절 분위기였다. 이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모님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다. 저녁 내내 우리 모두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아빠는 맥주 한 캔까지 원샸했다. 혹시나 많이 취하셨을까 봐 걱정됐지만 아빠는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저녁 식사 후 거실로 자리를 옮겨 과일까지 함께 즐기며 그동안 못다 한 얘기들을 나눴다. 시간이 늦어지자, 장영식은 집으로 가려고 준비했고 나는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자청했다. 장영식의 집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집을 나와 같이 걷고 있는데 장영식이 먼저 말을 건넸다. “배가 너무 부른데 좀 걷지 않을래? 유빈이 얘기 좀 해봐.”

나는 흔쾌히 승낙하고 골드 빌리지 대문을 나와 가로등 불빛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유빈이의 일에 대해 전부 얘기했다. 장영식이 회사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파트너로서 회사 일에 대해 숨길 이유가 없다.

한참 얘기하며 걷고 있는데 외투 주머니에 있던 전화벨이 울렸다. 나보다 먼저 벨 소리를 들은 장영식이 나에게 알려줘서야 내 벨 소리임을 알았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배현우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나는 벨 소리를 끊어 버리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하던 얘기를 이어갔다. 회사 일에 대해 우리는 생각이 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얘기가 항상 길어진다.

이때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고 장영식은 나를 보며 물었다. “왜 전화 안 받아?”

나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배현우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는 왜 또 안 받아요? 나와 연락 안 할 거예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어딘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용차 한 대가 내 옆에 멈춰 섰다.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오더니 배현우가 성난 목소리로 나를 행해 외쳤다. “타요!”

갑자기 나타난 배현우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차 옆으로 두 발짝 걸어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