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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상의 없이 마음만 헤집고 간 그

갑자기 온 전화에 너무 당황스러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거절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손이 미끄러져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 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 통화 첫마디가 불평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늦다고? 안 받으려고 했거든!

내가 대답이 없자 배현우는 계속해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무... 무슨일?” 나는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자신 없는 듯 낮은 소리로 물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 배현우는 예민한 말투로 계속 묻고 있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야 할까요?” 인제야 연락해 놓고 내가 연락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드리길 바라냐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었다.

“왜 여태껏 전화 한 통이 없어요. 내가 귀국한 걸 알고 있었잖아요!” 배현우는 오히려 당연한 듯 나에게 불평을 토로했다. 배현우의 뻔뻔한 태도에 기분이 좀 상했다.

“귀국하신 분이 휴대전화에 뜬 부재중 전화는 못 보셨나 보네요. 항상 본인만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드릴까요? 이혼녀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지만, 본인 주제는 잘 알고 있더든요.”

말을 내뱉는 순간 내 표현이 너무 과했다는 걸 느꼈다. 무의식 속에 혀를 깨물었고 진한 피비린내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다시 얘기하려는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어이가 없어 선 채로 휴대전화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무슨 이런 인간이 다 있어. 흐렸다! 개였다! 날씨도 이것보다는 덜하겠네! 전화는 항상 먼저 끊고 말이야!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팽개쳐 버리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대체 뭐냐고? 항상 사람 마음을 헤집어 놓고 본인만 끊으면 다냐고!

이틀 뒤, 장영식은 터벅터벅 걸으며 회사로 들어왔다. 내 눈앞의 사람이 장영식임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수염도 며칠 깎지 않았는지 지저분했고 얼굴도 햇볕에 꺼멓게 타 있었다.

“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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