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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연적을 만나다

도혜선을 불러내기 전부터 나는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불안했다. 그래서 그녀가 내 전화를 받고 조금의 주저도 없이 만남을 수락했을 때는 정말 뜻밖이었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도혜선이 의외로 매우 적극적이어서 불안했던 마음은 싹 가시고 편해졌다.

오늘 나는 그녀에게서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도혜선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봤다.그녀는 똑똑하지만 시원시원했고 나아가 호쾌하기까지 했다.

“먼저 만나자고 하실 줄은 몰랐어요. 무슨 의도로 부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사과는 해야 할 것 같네요. 죄송했어요.”

그녀가 먼저 사과를 시작으로 어색하지 않게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담담하게 미소를 띠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또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러나 혜선 씨를 탓하기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서요, 하하.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그녀도 내 말을 듣고 담담히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듯이 입을 오므렸다가 놨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해요.”

그녀가 어색하게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저는 핑계 대고 싶지 않아요. 사실 줄곧 신호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아요. 신호연이 매력이 있어 여자들에게 호감을 산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죠. 그러나 저는 신호연이 그렇게 찌질할 줄은 몰랐어요. 일이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책임하게 가버리더라고요.”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다른 여자한테서 들은 신호연에 대한 평가였다. 물론 나에겐 남편의 불륜 상대니 연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신호연이 글쎄 저를 호구로 보고 동생을 두둔하지 뭐예요. 제가 신연아에게 폭행당하는 걸 뻔히 지켜보면서 말리질 않더라고요. 이후엔 병원에 버려놓고는 모른 척하더군요.”

도혜선이 말하면서도 치가 떨려 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전히 분노를 품고 있는 그녀의 눈이 이글이글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도 현재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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