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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키스 한 번에 한 번씩 줄여줄게

진유라는 역시 손쉬운 달인답게 신은지가 메세지를 보는 틈에 또 십여 개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은지야, 슬퍼하지 마. 내가 가서 그 망할 놈의 남자, 내가 죽도록 욕해버릴게.]

[감히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다니.]

이어서 폭행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서 화면이 피범벅으로 됐다.

[미친.]

[잘못됐네.]

[내가 마음에 든 게 아니라 너에게서 멀리하라고 그러네.]

[그 개자식이 내가 너한테 음탕한 사진을 보냈다고 모함했어.]

신은지는 고개를 돌려 박태준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약간 숙인 그는 이마에서 턱까지의 선이 도톰하고 매끄러웠다. 진유라에게 보내는 것인지 눈썹을 찡그리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평소에 엄숙하고 담백한 남자가 아무렇게나 검색해도 나오는 사진 때문에 진유라에게 돈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입꼬리가 통제 불능으로 씰룩거리자 신은지가 이렇게 답장하려고 했다.

[태준이 헛소리 듣지 마. 네가 나를 망치지 않았으니까.]

한 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진유라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

"박태준 씨 타자 속도가 너무 느리네. 내가 십여 개를 보내서야 그가 하나 답장할 수 있어. 이런 사람인데 네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신은지는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아까 타자했던 ‘네가 나를 망치지 않았으니까'라는 말을 지우고는 대답했다.

"왜 이렇게 메시지를 빨리 보내?"

그녀의 휴대전화가 진동하고 있었고 박태준의 휴대전화도 진동하고 있었다.

윙윙 진동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진유리의 말을 들어보면 대화 상대는 모두 그녀였다.

그녀 혼자서 그들 두 명과 문자를 하면서도 속도가 아주 빨랐다.

두 사람의 개인 카톡을 바꾸는 것만으로 손가락이 바쁠 것 같았다.

[휴대전화로 하나 답장하고 컴퓨터로 하나 하지.]

[무슨 사진이길래? 나한테도 보내줘야지. 꼭 사진으로 박태준의 그 고리타분한 얼굴을 박살 낼 거야. 그게 무슨 음란한 사진이라고. 분명 생물학적인 그림 설명일 거야.]

[자기가 음탕하니까 모든 사람을 음탕하게 보는 늙고 음탕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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