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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살살할게

신은지는 아직도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박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날 또 속이면 그때는 이 약혼반지가 이별 반지로 변할 줄 알아.”

박태준은 화내는 신은지가 귀여운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너를 왜 속여, 근데 검사결과지를 봐도 네가 이해하지 못할걸.”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보고서나 가지고 와.”

박태준은 얼른 신발을 갈아신고 위층 서재로 가서 검사결과지를 들고 내려왔다.

때마침 신은지가 무채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핀으로 머리를 고정한 채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따스한 노란 불빛 아래에서 채소를 다듬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썰렁하기만 했던 집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

박태준은 자기의 등장으로 인해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깨질까 봐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문득 예전에 신은지가 자기를 위해 죽을 끓여주었던 장면이 떠올랐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무렵 냉장고 문을 열려던 신은지가 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박태준을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기 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와서 도와줘.”

“알겠어.”

박태준은 행복에 젖은 미소를 지으면서 신은지에게 다가갔다.

이어 그는 검사 보고서를 신은지에게 건네줬고 식칼을 건네받아 채소들을 능숙하게 썰었다.

검사 보고서를 받아 든 신은지는 내용을 꼼꼼하게 훑어보았지만, 검사 날짜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내일 의사한테 직접 물어보기로 하고 보고서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이때, 채소들을 썰던 박태준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먹어봤어.”

“응?”

“아까 문득 네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어봤던 기억이 떠올랐어.”

박태준은 동작을 멈추고 신은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집에 늦게 들어왔던 날, 넌 이미 잠들어 있었고 식탁에는 네가 먹고 남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어. 그 남은 음식들을 내가 먹었던 기억이 문득 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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