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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이혼 합의서에 서명해

1층 주방에 내려온 신은지는 싱크대 위에 썰다 만 채소들과 바닥에는 그녀와 박태준의 옷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조금 전 야릇했던 분위기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고 얼른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하나씩 주워들었다.

그러다 박태준의 양복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기심에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고 이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의 표지는 크라프트지의 질감으로 두껍지 않은 편이었고 자주 사용한 흔적이 보였다.

신은지는 문득 전날 아침 박태준이 일기장을 언급했던 것이 생각났고 곧바로 일기장을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소파 옆의 스탠드를 켜고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한 장 한 장 펼쳐보았다.

박태준의 일기장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은지가 새엄마와 여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얼굴에 긁힌 상처가 있는 채로 등교했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나한테 아침을 먹었냐고 퉁명스럽게 물었고 나는 이미 먹었음에도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 이어 그녀는 손에 든 만두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유성에게 아침을 주려고 기다리던 은지는 결국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다가 영어과 얼짱에게 험한 소리를 들었다.」

「...」

「은지가 사채업자들에게 빚 독촉을 받고 있고 신씨 가문의 별장도 압류당해서 값싼 임대료의 지하실에서 머물고 있다.」

「가온 커피숍에서 나의 끈질긴 강요에 끝에 은지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결혼을 동의했다.」

「은지가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져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걸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그 소문을 공론화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은지와 함께 본가에 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그날 저녁, 은지가 내 사무실로 찾아오기를 두 시간 동안이나 기다렸지만, 알고 보니 나 몰래 혼자 본가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은지가 나한테 이혼을 요구했다.」

「...」

일기장은 시간 순서에 따라 서술 형식으로 쓰여 있었고 신기한 것은 모두 신은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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