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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이번에는 달라

신은지를 기다리는 동안, 박태준은 닫혀있는 구청 대문을 바라보며 몇 년 전 그녀와 혼인신고를 하러 왔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두 사람은 지금과 달리 따로 구청에 왔었고 서로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고 각자 인적 사항 표를 작성하고 혼인신고서를 받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여느 커플들처럼 옷도 깔끔하게 맞춰 입고 다정하게 깍지를 낀 채 순서를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가슴이 벅찼다.

그는 오늘따라 유난히 화사하게 차려입은 신은지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배시시 웃으면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아니, 돈 주고 샀어.”

“돈을 주고 자리를 샀다고?”

신은지는 첫 번째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구청에 나와 줄을 선 커플이 돈 몇 푼에 자리를 내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돈을 주니까 자리를 내어주던데?”

박태준은 떨리는 마음을 신은지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말을 될수록 아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신은지는 첫 순서를 내어준 커플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로 뒤에서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풀이 죽어서 서 있는 커플과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꼬집으며 험상궂은 표정과 달리 애교 섞인 말투로 투덜댔다.

“내가 일찍 와서 줄 서자고 했지, 오빠가 머리만 안 말리고 왔으면 2천만 원을 우리가 가질 수도 있었잖아. 그 돈이면 신혼여행을 몰디브로 가고도 남았을 텐데.”

남자는 아픈 듯 비명을 질렀고 여자의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비틀면서 답했다.

“정말 미안해, 오늘 이런 일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진작 알았다면 내가 한 달 전부터 먼저 와서 줄을 섰을 거야!”

신은지는 아웅다웅하던 커플과 눈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멋쩍은 듯 얼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신은지는 그제야 혼인신고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줄을 섰던 커플이 흔쾌히 자지를 내어준 이유를 알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장난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있는 힘껏 박태준의 허리를 꼬집었다.

“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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