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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얼마나 주저앉아 있었을까? 문이 천천히 열렸다.

강여경이 우산을 들고 와 앞에 섰다. 우산 아래에서 강여경은 기세등등했다.

“정말 고맙다. 덕분에 내가 이 프로젝트를 땄네. 넌 정말 천재야.”

여름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강여경을 노려보았다.

강여경이 깔깔거렸다.

“그렇게 노려볼 거 없어. 네 디자인이 아니었어도 어차피 나에게 올 프로젝트였어. 선우 오빠가 외삼촌에게 따로 말을 넣어뒀었거든. 너 그거 모르지? 오빠 외삼촌하고 성 회장하고 오래된 친구 사이래. 네 작품은 그저 구색 맞추기였을 뿐이야.”

외삼촌이라니…… 최하준…?

여름은 자신의 가슴이 예리하게 난도질 당하는 고통을 느꼈다. 숨도 쉬기 힘들었다.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최하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었다.

그런데 최하준은 진작에 결과를 조작해 놓고 있었다니....

'도대체 왜 나를 속였을까? 그 사람은 내가 이번 입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다 알고 있잖아?'

배신감에 눈물이 흘렀다. 얼굴은 온통 젖어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여름이 참담해 할수록 강여경은 더욱 통쾌했다.

“애석하게도 모든 사람이 너에 대해 알아버렸으니 이 바닥에서 너는 퇴출이야. 정말 안됐다, 얘. 걱정하지 말고 앞가림이나 잘해. 엄마 아빠는 내가 모실 테니. TH디자인그룹과 선우 오빠도 곧 내 것이 될 거야.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사실은 말이야, 오빠 눈에는 네가 안 차. 전단이나 돌리고 너무 부끄럽대. 넌 오빠에게 어울리지 않아.”

“강여경!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냐!”

이성의 끈이 툭 끊어져 버렸다. 여름은 실성한 사람처럼 강여경을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는 힘껏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강여경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나쁘게 웃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여름을 잡더니 거칠게 진흙탕에 집어 던졌다.

한선우가 강여경을 끌어안더니 자신의 외투로 꼭 감싸주는 게 보였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요. 여름이가 오늘 입찰에 실패해서 상심이 클 거예요.”

강여경은 한선우의 품에 안겨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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