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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한선우는 강여경을 안아 차에 태웠다.

차가 저 멀리 사라지자, 이제는 정말 한선우와 끝이 났음을 직감했다. 한선우에 대한 사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움과 증오만이 가득했다.

“불쌍해서 어쩌나….”

우산을 쓴 이민수가 실실 웃으며 걸어왔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었네.”

여름은 녹초가 되어 더 이상 이민수를 상대할 힘이 없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자신의 차 방향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이민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일은 이모와 이모부 귀에도 들어갈걸. 그분들은 원래도 너보다 여경이를 유난히 아꼈는데 이제 집에 발 디딜 생각은 하지도 마라. 반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탁”

여름은 차 문을 세게 닫고 시동을 걸었다.

다 아는 일이었다. 이제 아무 상관 없다. 어쨌든 여름의 인생은 이미 충분히 비참했다. 어쨌든 이 세상에 진심으로 여름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다.

******

저녁 6시 반.

최하준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이 조용했다. 전에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집안 모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문을 열면 음식 냄새가 가득했었다. 주방에서 분주한 모습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오늘은, 온 집안이 칠흑같이 깜깜하고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거실 등을 켰다. 여름이 소파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머리도 엉망이고 두 눈은 초점을 잃었다. 지오를 품에 꼭 껴안고 턱을 고양이 머리 위에 파묻은 채 꺼져가는 불씨처럼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여름은 늘 생기 넘치고 밝은 모습만 보여줬다. 이렇게까지 생기를 잃고 어두운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입찰에서 떨어졌습니까?”

최하준이 무심하게 재킷을 소파 위로 휙 던지며 물었다.

“실패 한 번 한 것 가지고 너무 실망할 것 없어요. 아직 어리니까….”

“사람들은 나이가 어리면 놀리거나 무시하죠.”

여름이 발끈하여 최하준을 바라보았다. 벌게진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는 사람 감정이 그렇게 우스워요?”

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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