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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그리고 육경한 앞에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선미가 가늘란 손가락을 내밀자마자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꺼져!"

선미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술잔이 선미의 얼굴을 스쳐 뒤쪽의 액정화면에 부딪혀 와르르 깨졌다.

남자는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치켜뜨고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악마처럼 음흉한 소리를 냈다.

"꺼져!"

그 무서운 표정에 선미는 놀라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

옷 단추를 잠글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뛰쳐나갔다.

밖으로 막 나왔을 때, 영숙이한테 한 발 걷어 맞았다.

"이년아, 그 남자가 너 좀 더 쳐다보면 데려갈 줄 알았냐?”

선미의 마른 몸은 바닥에서 끓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아니에요.”

"그렇게 포기할 줄 모르고 계속 희망을 품고 발버둥 치더니, 이젠 정신 차렸지?”

영숙이는 영수증 한 묶음을 꺼내 선미의 얼굴에 내던졌다.

"오늘 밤의 손실한 돈을 다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선미는 그 영수증 위에 찍혀진 어마어마한 숫자를 보고 놀라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정말 잘못했어요!”

이 돈은 그녀가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네가 벌린 일이야. 사람은 마음이 하늘보다 높아서는 안 돼.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우리는 단지 너더러 함께 술을 마시라는 것일 뿐인데, 너는 밥 한술에 배불러지고 싶어 하잖아!”

영숙이는 조금도 공감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늘에 너 같은 작은 참새가 날아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녀가 이렇게 건방지게 작은 참새 따위가 가지 위로 날아올라 봉황새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큰 손실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들이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큰놈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된다.

육경한처럼 일이 많은 사람한테도 웃는 낯으로 받쳐줘야 한다.

영숙이는 선미의 순진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네가 그를 따라가서 사는 삶은 여기보다 더 비참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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