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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이 목소리...

육경한의 눈은 순간 뭔가에 홀린 듯 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손을 짚고 바닥에서 일어나 이 여자를 자기 품에 껴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 그녀가 검은색 하이힐을 들어 올려 그의 손등에 발을 디뎠다.

여자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너 지금, 이 꼴이..."

말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구두 굽이 남자의 손등을 짓눌렀는데 마치 남자의 손바닥을 뚫고 싶은 것 같았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들개 같아.”

이 말을 마치자 검은 구두 굽은 육경한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소원아!"

그는 그제야 막혔던 목구멍이 터졌다.

"가지 마!"

그는 입안에 온통 피 냄새였고, 말도 안 되게 쉰 목소리였다.

파란색 고급 차의 후미등이 깜빡였는데 마치 그를 비웃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가지 마...”

모든 소리가 자동차의 시동 소리 속에 파묻혔다.

"가지 마...제발...”

육경한은 눈 밑이 촉촉하게 되었고, 바닥 위로 눈물을 떨구며 바람 속에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소종이 찾아올 때까지 말이다.

그날 밤, 소중은 육경한을 태우고 온 서울을 돌아다니며 소원을 찾았다.

하늘가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소종은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셨으니 먼저 약을 드실래요?”

사실 그는 육경한이 너무 많이 마셔서 환각을 일으켰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소원 씨가 죽은 지 이미 5년이 되었다.

뒷좌석에 앉은 육경한은 검은색 셔츠 위에 흙을 뒤집어쓴 채 풀이 죽어 있었다.

그는 손등의 핏자국을 보며 엉뚱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돌아왔어.”

소종은 여전히 그가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만약 소원 씨가 아직 살아 있다면 대표님 집에 누워있는 사람은 또 누구야?'

소종은 감히 계속 생각하지 못했고, 진저리가 났다.

...

아침에 작업실에 가려 하는 윤혜인이 차에 올라탔는데 운전자는 기사가 아니라 곽경천이었다.

"오빠, 오늘 안 바빠?”

"응, 내가 데려다줄게.”

곽경천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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