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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7장

”좋아, 아주 비열하고 좋아. 어디 해 보자고.”

하현은 손을 뿌리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순간 그에게서 천도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마저 사라졌다.

천도는 무덤덤한 기색을 띠며 하현의 표정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놈, 넌 잘 모를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주인의 명령이 곧 법이야. 오로지 주인의 그림자로 살면서 기꺼이 주인의 도구가 되는 거지.”

“주인이 우리한테 누군가를 해결하라고 하면 우린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바로 해결해야 해.”

“이럴 때는 승패와 생사만 있을 뿐 명예와 도의는 없어, 알겠어?”

하현이 냉담하게 말했다.

“난 예전에도 그 딴 것에는 관심 없었어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당신과 난 원래 다른 사람이니까.”

“당당한 전신? 흥! 소신도 없는 전신이 무슨 전신입니까?”

천도는 하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냉소만 흘렸다.

그의 손에 있던 장도가 다시 하늘에서 휘몰아쳤고 순간 한기를 품은 칼날은 사방을 뒤흔들며 하현을 몰아붙였다.

“촥!”

천도가 세차게 칼날을 휘두르며 한걸음 내딛자 손에 있던 장도가 다시 사악하게 찢어지며 사방을 울렸다.

“후!”

온 기운을 모은 천도의 칼놀림에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무서운 살기가 장내를 가득 채우며 보는 사람들마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칼날이 가는 곳마다 하현은 폭풍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처럼 사방팔방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살의를 가득 품은 칼날을 피했다.

하현이 조금만 느리거나 집중력을 잃으면 금방이라도 그의 몸이 두 동강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하현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칼날에 맞섰다.

“촹!”

칼날이 가까워지는 순간 하현은 오른발을 짚고 다시 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날아오는 천도의 칼에 맞섰다.

많은 사람들의 눈 속에 충격의 물결이 일었다.

하현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손쉽게 천도의 칼날을 막아내었다.

저승사자를 몰고 온 듯 살의를 품은 천도의 칼이었다.

그러나 하현의 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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