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8화

조이영과 안지희는 다리에 점점 힘이 풀렸다. 현금 9억원이 산더미처럼 쌓인 광경은 확실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너무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게. 그냥 아빠라고 한 번 불러봐.”

김예훈은 손벽을 치면서 활짝 웃었다.

조이영이 숨을 깊게 마시더니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으며 비웃었다.

“김예훈, 내가 모를 줄 알아? 3년 동안 용돈을 민아한테서 받아썼으면서 어떻게 네까짓 게 9억을 마련해? 도둑질한 건 아니지?”

그 말에 정민아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이내 김예훈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김예훈이 의아했다. 결혼 3년차, 정민아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정민아가 방문을 잘 닫고 목소리를 한껏 낮추면서 물었다. “김예훈,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이 돈 어디서 났어? 진짜 도둑질한 게 아니지?”

“걱정 마. 그러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친구가 빌려줬어.”

김예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YE 투자 회사 신임 대표라는 신분을 어제 말했는데도 다들 믿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말하면 믿어줄까? 정민아가 진짜 신분을 알게 되면 오히려 두 사람 사이가 더 복잡해지니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

김예훈은 자신의 신분 때문에 정민아가 태도를 바뀌는 게 싫었다. 오직 평범한 김예훈을 사랑해 주길 바랐다.

“친구? 무슨 친구?”

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친구와 연락하는 걸 못 봤는데. 거짓말하지 마. 전에 아팠을 때 네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도 다들 무시했잖아.”

그 말이 김예훈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아파왔다. YE 가문 후계자 자격을 잃고나서 인정이 뭔지 깨달았다. 과거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를 엄청난 재액으로 여기고 연락하는 것조차 싫어서 친구 목록에서 차단시켰다.

김예훈이 이를 꽉 물며 괴로움을 참았다. 방문 앞에 서더니 고개를 돌렸다.

“대학교 동창이야. 투자 관련 일을 하는데 전에 내 신세를 진 적이 있어. 지금 돈으로 보답하는 거니까 먼저 써!”

“네 신세 질 게 뭐가 있어?” 정민아는 믿지 않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