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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성철은 강인한 남자였다. 스스로 팔을 부러뜨리면서 아픈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버린 후 성철은 몸을 돌려 서준을 보았다.

“선생님, 마음에 드십니까?”

“음, 나쁘지 않군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부하더러 붓, 주사 그리고 노란 종이를 가져오라고 해요.”

곧 성철은 서준이 원하는 모든 물건들을 가져오게 했다.

그는 종이를 탁자에 놓고 붓을 들어 주사를 먹으로 삼고 손을 휘저으며 재난을 막는 부적을 그렸다.

“이걸 갖고 다니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성철은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얻는 것처럼 부적을 옷 주머니에 넣었다.

예전엔 성철은 이런 풍수지리를 믿지 않았다. 미신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서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서준은 성철이 이 부적을 손에 넣은 후 그에게 해를 가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상대방을 살릴 수 있으면 당연히 그를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말만 하시면 오늘 이씨 부자의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이씨 부자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지면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놀란 얼굴을 했다.

“이렇게 죽이기엔 너무 아까워요. 가끔은 빈털터리로 사는 것도 죽음보다 잔인할 때가 있거든요.”

홀의 기온은 서준이 이 말을 한 후 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변했다.

지수는 눈앞의 서준을 보았다. 정말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자신이 마음대로 괴롭히던 서준이 이렇게 변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서준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람을 구하면서 세상을 어진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악마.

도대체 뭐가 진정한 너야?’

“이지성, 얼마 남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잘 보내길 바라.”

말을 마친 후, 서준은 몸을 돌려 호텔 밖으로 나갔다.

서준이 간 후, 성철은 혁진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그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서준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남아있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일부분 사람들은 심지어 이씨 부자의 연락처를 차단하면서 다시는 그들과 그 어떤 비즈니스 합작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호텔 밖.

사연은 서준을 쫓아가면서 그를 불렀다.

“진서준 씨, 잠시만 기다려줘요!”

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는 사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가씨. 다른 일이라도 있어요?”

“제 아버지께서 진서준 씨에게 저택 하나를 선물하라 하셔서요.”

말을 마친 사연은 글라리아 별장의 열쇠를 꺼냈다.

“이건 글라리아 A급 별장의 열쇠에요. 받아주세요.”

글라리아 별장은 서울시에서 아주 유명했다. 글라리아 산의 중턱에 지어졌는데 산과 물과 가까워 풍경이 정말 수려하다고 한다.

거기에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상류 사회인들이었는데 부유하지 않으면 권력이 있었다. 평범한 백성들이 감히 가까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이 A급 별장은 이곳에서 가장 비싼 거였다.

서준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사연 씨, 허씨 집안은 이미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받아주세요. 이 별장은 저희 아버지 목숨에 비해선 정말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사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께서도 만약 서준 씨가 이 별장을 받지 않는다면 계속 치료받지 않으실 거래요.”

사연의 태도가 이토록 강경한 것을 보자 서준은 어쩔 수 없이 받았다.

먼저 이십억짜리 수표에다가 지금은 귀한 별장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받으니 서준은 조금 얼떨떨했다.

원래 발꿈치를 들어도 닿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이 직접 내어주었다.

사연은 그에게 말했다.

“별장 안엔 가구들도 잘 갖추어져 있어요. 오늘에 직접 이사 가도 돼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전화해요.”

오늘에 직접 이사 갈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혼자 하면 돼요.”

원래 집은 계속 살게 못했다.

그러니 이 별장에서 잠시 지내면서 시간이 있을 때 다른 집으로 옮기면 그만이었다.

“사연 씨, 절 편하게 대하세요.”

서준은 웃으며 말했다.

둘은 나이가 비슷했다.

“좋아요. 서준 씨도 앞으론 저한테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사연도 웃으며 말했다.

“네. 늦었는데 저 먼저 돌아갈게요.”

서준은 시간을 보더니 사연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이었다.

희선은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문 앞에서 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자 희선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

“준아, 일자리는 알아보았니?”

“네. 하나 찾았어요.”

서준은 거짓말했다.

“찾았으면 됐어.”

희선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가 전에 꿈꿨던 평범한 생활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되어 아주 기뻤다.

“어머니, 우리 들어가요.”

서준은 휠체어를 밀고 희선을 방에 데려갔다.

방에 들어온 후, 서준은 동생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희선에게 물었다.

“어머니, 서라는 점심 먹으러 안 와요?”

“밖에 음식이 비싸잖니. 밖에서 먹는 게 돈이 아까우니 매일 점심마다 돌아와.”

희선은 시간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상하네. 이때면 돌아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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