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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문연주는 늘 그랬듯이 무표정에 무감각으로 엽혁연과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굶은 사람마냥 와구와구 전병을 먹고 있었다.

그가 엽혁연을 아래 위로 훑어보고는 자리에 앉는다.

엽혁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두루뭉술하게 말한다.

“네가 밀한 자료니까 알아서 봐. 난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배고파 죽겠다야.”

“집에 밥해 줄 사람 없어? 너네 어머니 너한테 와이프 찾아준다고 하시지 않으셨나?”

문연주는 서류철을 들어 넘겨보며 무심하게 내뱉는다.

엽혁연은 그 미혼모 신분으로 강제로 집에 들어와 사는 늙은 여자 생각만 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지 이내 전병을 주머니에 도로 던져놓고는 종이 몇 장을 뽑아 입가릉 닦으며 불평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나이에 따라 서열을 매기다니. 나보다 다섯살이나 많은데 작은 고모라고 불러야 되는게 말이 되냐. 나이 들어서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아내로 들이라니 우리 엄마가 생각해낸 거라지만 엄마 손에 있는 유산이 목적인거잖아. 그 여자랑 결혼하면 그냥 집에 보모 한 명 더 들인거라고 생각할거야……더는 말하지 말자.“

그가 눈꺼풀을 치켜뜨며 말한다.

”갑자기 왜 이런 작은회사들 자료 달라고 하는데. 이건 너네 비운 앞에서 상대가 안 되지 않나?“

문제는 필요하면 아래 사람한테 시켜면 될걸 굳이 본인이 직접 왔는가였다. 무슨 생각인거지?

몇 백, 몇 천만짜리 프로젝트에서도 이러지 않던 문연주가 진지하게 자료들을 들여다 본다.

“내 손을 거치면 들통나기가 쉬워.“

“작은 규모 회사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인수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누구한테 맡겨서 운영하려고?”

이리도 비밀스럽다니, 엽혁연은 더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누구한테 줄 건데?”

곧 퇴직하는 루장월이 생각난 그는 재밌다는 듯 말했다.

”너 설마 루비서한테 회사 넘겨서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건 아니지?“

문연주가 갑자기 피식 웃는다.

부인도, 그렇다고 승인도 하지 않은 채.

엽혁연이 물병을 열어 물을 마신다.

”다시 출근하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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