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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머리핀

그 머리핀을 받기 전에는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시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시영의 얼굴에는 드문 망설임이 나타났다. 그녀는 바깥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고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시영은 손을 들어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병실 안의 케빈은 시영의 지시를 따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케빈은 고개를 돌리며 성숙하고 매혹적인 시영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기억을 잃은 건가요?”

시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케빈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케빈의 눈빛은 안개를 걷어내듯 맑아져 시영에게 낯선 느낌을 주었다.

그제야 시영은 사건 이후 케빈이 자신을 거의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케빈은 항상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으며 자신이 그를 욕하거나 때릴 때조차도 아무 말 없이 죽은 듯한 모습이었다.

시영은 문득 깨달았다. 사실 케빈도 처음부터 그렇게 죽은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가 점점 무너져 갈 때 그 역시 생기를 잃어갔다.

시영은 오랫동안 케빈을 쳐다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자 케빈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그는 지금의 시영이 매우 이상하다고 느꼈다. 기억 속의 아가씨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기억을 잃은 이 기간 동안 무슨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 시영은 갑자기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케빈 오빠, 좀 괜찮아졌어?”

익숙한 호칭, 하지만 다른 사람.

시영은 자신이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말을 꺼내니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12살에서 18살까지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 부모님이 일과 접대에 바쁜 밤들 시영은 항상 케빈의 이름을 불렀다.

시영은 자신이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기억 깊숙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잠든 기억과 그 밝은 날들을 깨웠다.

시영은 자연스럽게 그의 병상에 앉아 손을 들어 케빈의 상처를 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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