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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안도하다

케빈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시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그는 방금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것이 뭔가를 떠올린 것 때문인지 아니면 기억을 잃은 후 다시 보디가드의 신분에 충실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10년 후의 케빈이 죽은 물이었다면 10년 전의 케빈은 단단한 돌멩이였다.

시영이가 아무리 다가가려고 해도 그는 차갑게 무시했다. 심지어 그녀가 18살 생일에 얇은 옷을 입고 그를 유혹하려 했을 때도 돌아온 대답은 차갑고 냉정한 한 마디였다.

“아가씨, 자중하세요.”

그의 현재 반응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방금 따뜻해진 그녀의 마음은 다시 차갑게 식었다.

결국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는 케빈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만약 그녀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그는 스스로 그녀와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시영은 점차 평정심을 찾았다.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지나쳐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시영은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급하고 초조한 발걸음이었다.

시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뒤에서 케빈이 그녀를 세게 껴안았다.

“아가씨, 저... 저 기억났어요.”

시영은 잠시 멈칫하면서 눈썹을 찌푸렸다.

‘혹시 기억이 돌아온 건가?’

하지만 케빈이 꺼낸 말은 시영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실 저는 계속 아가씨를 좋아했어요.”

병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시영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를 들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계속 나를 좋아했다고?’

‘말도 안 돼. 케빈은 늘 나를 차갑게 대했잖아.’

시영은 고개를 돌려 최대한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 말 못 믿겠어. 정말로 나를 좋아했다면 왜 아까 나한테 그렇게 냉정하게 군 거야?”

기억을 잃은 케빈은 지금의 시영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는 시영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힘들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왜냐하면, 저는 아가씨한테 어울리지 않아요.”

‘게다가 저는 배신자예요.’

케빈은 잠시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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