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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차로 돌아온 유영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부드러운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우울한 분위기가 차 안에서 맴돌았다.

조민정은 저택으로 들어가지 않고 시간 맞춰서 유영을 데리러 왔다. 하지만 한지음이 안에서 나온 것을 봤을 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략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유영에게 생수 한병을 건넸다.

“물이라도 좀 마셔요.”

“고마워요.”

시원한 물줄기가 목덜미를 적시자 갑갑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

“민정 씨.”

“네.”

“결혼의 의미는 뭘까요?”

유영이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

강이한과 7년 연애하는 동안에도 진영숙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적어도 가문이라는 족쇄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영숙은 그녀를 마음에 들지 않아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서 그녀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와 결혼한 뒤로 모든 게 변했다. 시댁의 갑질이 시작되었고 유영은 그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쪽이었다.

조민정이 말했다.

“각자의 선택이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따르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영이 말이 없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 유영 씨가 그때 사랑이 아닌 일을 선택했더라면 아마 그래도 많은 난관을 겪었을 겁니다. 고민의 종류가 다를 뿐이죠.”

고민이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이 가져다준 고민이 없어도 일을 하면서도 각종 고민을 겪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것으로 인해 따르는 고민이 있다.

유영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거 알아요? 오늘 그 사람이 이혼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은 속시원했어요.”

그때 그녀가 느꼈던 감정은 드디어 무거운 굴레를 벗어던진 느낌이었다.

드디어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다가는 말라 죽을 것 같았다.

마치 지난 생처럼….

지난 생에는 그녀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손에 죽어갈 때 그토록 절망했다.

고용인들은 소방차도 불러주지 않았다.

고작 불륜녀 때문에 그녀는 불길 속에서 죽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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