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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사모님!”

한지음이 뭐라고 한 건지, 조형욱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유영이 탄 포르쉐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죠?”

“한지음 씨가 좀 얘기하고 싶답니다.”

조형욱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영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처음 보는 싸늘한 모습에 조형욱이 당황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그녀는 한지음이 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탄 한지음에게로 다가갔다.

한지음의 초라한 모습은 기세등등한 유영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유영이 물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한지음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간사한 인간일 줄은 몰랐네.”

오늘 밤, 그녀는 유영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역으로 자신이 당할 줄은 몰랐다.

이런 기세와 카리스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유영이 웃으며 말했다.

“너보다야 하겠어?”

일부러 장님 행세를 하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건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이런 여자였기에 강이한까지 손바닥에 쥐고 흔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한지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두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는 선명한 증오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조금 전에 창피를 당한 것도 한지음이 주제도 모르고 여기까지 찾아오지 않았으면 아예 없었을 일이었다.

“이유영,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한지음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사납게 말했다.

“난 그 사람이랑 이혼할 거고 우리 싸움은 여기서 끝났어.”

“하? 끝을 내? 꿈 깨!”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에 오히려 유영이 잠깐 당황했다.

조금 전 보였던 이상한 적개심이 착각인 줄 알았는데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널 지옥으로 떨어뜨릴 거야. 아직까지는 네가 잘난 것 같지? 곧 죽기보다 힘든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

한지음은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유영은 어리둥절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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