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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강서희의 두 눈에 환희가 스쳤다. 그녀는 표정을 수습하고 다가가서 진영숙을 부축했다.

“엄마, 너무 속상해하지 마.”

진영숙은 강서희의 부축을 받으며 한지음에게 다가갔다. 조형욱은 지금이라도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상사는 껄끄러운 상대를 그에게 맡긴 채, 안으로 들어가버린 상황.

“당장 여기서 꺼져!”

진영숙은 유영을 대했던 것보다 더한 태도로 한지음을 대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은 며느리라도 공식적으로는 세강의 며느리인 유영과 온갖 스캔들을 제조해 낸 한지음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진영숙은 유영에게 참았던 화를 모두 한지음에게 쏟아냈다.

“강 대표님도 가셨는데 저 여자는 왜 아직도 여기 있대요?”

유영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화살을 한지음에게로 돌렸다.

한지음의 안 좋던 안색이 더 하얗게 질리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목적은 유영을 망신주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나타나기만 하면 강이한은 자신의 옆에 서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 방식으로 유영의 입지를 흔들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당한 쪽은 한지음이었다.

그녀는 세강의 가족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라면 대놓고 남의 집안일에 대해 의논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가 놓친 점이 있다면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상류층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세강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긴 했으나 참석한 손님들도 누굴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대놓고 의논하지는 않았지만 수군거리는 소리와 조소 섞인 눈빛은 숨기지 않았다.

비록 그녀가 눈을 가리고 있긴 했지만 자신을 향한 그들의 적의와 혐오감은 생생하게 느껴졌다. 강이한이 현장을 떠난 지금 한지음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빨리 쟤 안 치우고 뭐 해!”

진영숙은 조형욱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언성을 높였다.

한지음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고 마치 상처 입은 어린 양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조형욱이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한지음 씨,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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