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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요즘 시대에는 불륜녀들이 더 당당하다니까요?”

“누가 아니래요? 생긴 건 참 순하고 참해 보이는데 속은 아주 시커멓네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한지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조형욱은 상사의 싸늘한 기운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그 시각, 유영은 강이한과 대치하고 있었다.

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난 날의 추억들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같이 여행 갔던 일, 같이 손을 잡고 지는 해를 감상했던 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은 차갑게 이혼을 말하던 유영의 모습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그들 사이에 이토록 깊은 곬이 생겼던 걸까? 무엇이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걸까?

유영의 눈에 비친 증오의 감정이 강이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래요, 이럴 거면 차라리 이혼하세요!”

“강 대표님이 먼저 잘못한 거고 사모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이한아, 오늘 당장 쟤랑 이혼 절차 밟아!”

“사모님이 불쌍하네요.”

모두가 그들을 이혼하라고 권유하는 가운데, 유영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이한은 언제부터 유영이 그의 옆에 있는 것 자체로 사람들의 동정을 사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녀의 눈에 가득 담긴 불신과 증오를 본 순간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원하는 대로 해줄게!”

“이혼하자, 이유영!”

강이한은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지르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연회장을 떠나 버렸다.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는 결국 이혼에 동의하고 말았다.

유영은 그 자리에 서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든 부담감을 벗어 던진 것처럼 온몸이 가벼웠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서 고역이었다.

강이한이 병원으로 그녀를 끌고 갈 때, 그녀는 혹시라도 그가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자신을 수술대에 올릴까 봐 노심초사했다.

마치 지난 생처럼….

그때 수술 동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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