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2631 챕터
제171화 재결합
“이제 됐지?”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마침 그 글귀를 확인했다. 순간, 망치로 가슴을 내리친 뒤 답답했다.고개를 홱 돌린 소은정은 박수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 코끝이 찡하며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또 참았다.그런 이름으로 저장해 주고 있었구나.와이프?와이프라고 생각하긴 했었나?한편 박수혁도 연락처를 저장해 둔 호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와이프?이혼 전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오직 그만을 바라보던 소은정을 스스로 버렸던 그다. 그리고 이제야 다시 마음을 되돌리려 하는 사람도 그다.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며 호흡마저 가빠졌다. 이때 박수혁의 휴대폰이 울렸다.“오빠, 할아버지가 본가로 오라시는데...”“그래.”박예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박수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깊은 한숨을 내쉰 박수혁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차라리 다른 일에 집중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한편, 박예리는 거칠게 침대에 휴대폰을 던졌다. 쌤통이라고 놀려주려고 했는데 기회마저 주지 않다니.박수혁이 트윈즈 엔터 지분을 소은정에게 넘긴 덕에 그녀가 트윈지 엔터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에 박대한은 화가 단단히 난 상태였다.소은정에게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일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던 그녀는 할아버지의 화가 다른 곳으로 향하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박수혁이 차량이 박씨 저택에 도착하고 집사가 바로 뛰쳐나왔다.“회장님은 서재에 계십니다.”고개를 끄덕인 박수혁이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서재로 들어선 순간, 찻잔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민첩하게 피한 덕에 애꿎은 찻잔만 문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뭘 잘했다고 여길 기어들어와!”박대한이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왜 그러세요?”미간을 찌푸린 박수혁이 물었다.“왜 그러세요? 소은정 그 계집애한테 트윈즈 주식을 홀랑 다 넘겼다면서? SC그룹에서, 그 애가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이번 기회야말로 우리가 주도권을 다시 찾을 기회인데 그걸 홀랑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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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다른 사람
소은정이 정말 친정의 힘으로 입지를 다지고 싶었다면 그녀를 볼 때마다 비난을 퍼붓는 가족들에게 얼마든지 진짜 신분을 밝혔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건 결혼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박수혁 그의 사랑이었다. 물론 그 기회를 차버렸지만.“그 아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지켜볼 셈이냐? 그건 우리 태한그룹에게 큰 손해나 마찬가지야!”소은정이 다른 누구와 재혼을 한다면 전 남편이었던 박수혁과 태한그룹, 박씨 일가까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게 분명했다. 비록 발칙한 소은정이 며느릿감으로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 뒤에 있는 강력한 SC그룹의 서포트를 얻을 수 있다면 지난 과거는 잊고 편견 없이 다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박대한은 생각했다.한편, 박대한의 말에 박수혁의 마음은 다른 의미로 복잡해졌다.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은정이가?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비록 이혼 뒤 염문이 끊이지 않는 소은정이었지만 그들 중 누구와 결혼을 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하지만 만약 정말 소은정이 누군가와 결혼을 한다면...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거부감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그건 안 돼!“소은정이 싫다고 하면 비슷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 그래야 SC그룹과 싸울 수 있어.”결혼은 결국 그룹과 가문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박대한의 말이 역겹게 느껴졌다.“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더 이상 SC그룹 건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나서지 마세요.”괜히 재결합이라는 말을 꺼내 소은정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도 싫었지만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는 건 더 최악이었다.할 말을 마친 박수혁은 미련 없이 서재를 나섰다.한편 계단에서 할아버지의 호통을 기다리던 박예리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들어가고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 걸 제외하고 큰소리 한 번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엿들을 용기도 없어 서성이던 그때, 박수혁이 내려왔다.“오빠, 내가 말했지. 소은정이랑 엮이지 말라고. 걔한테 잘해 주지 마. 걔는 그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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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여론
이른 아침 햇살이 커튼을 뚫고 흘러들고 소은정은 부스스 눈을 떴다.소은정은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바로 회사로 향했다. 거성그룹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어 매일 직접 연구실로 가볼 필요가 없어졌다.이제 소은정은 새로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눈길을 돌렸다.회사에 도착해 최신 기사를 검색해 보니 어느새 사람들은 “소은정&소은해”파, “소은정&유준열”파로 나뉘어 저희들끼리 싸우고 있었다.그중 일부는 “소은정&박수혁”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불륜남 옹호라며 바로 사람들의 질투를 받았다.하, 다른 건 몰라도 박수혁 욕하는 건 마음에 드네.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연준이 물었다.“대표님, 기사 내려달라고 할까요?”“아니에요. 재밌는데 뭐. 어차피 이 사람들 말대로 될 것도 아니고. 왜 그런 데 신경을 써요?”소은정은 언젠가 소은해와 그녀의 관계를 알게 된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했다.소은정의 반응에 우연준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태한그룹, 이한석은 요즘 따라 점점 더 이상해지는 박수혁의 눈치를 다시 살폈다. 가끔씩 뉴스는 확인하셔도 스캔들이나 루머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던 분이 요즘 따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계신다.가끔씩 그를 향해 악플을 다는 유저들에게는 직접 답글을 달기도 했다. 그럴수록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소은해”파, “소은정&유준열”파로 나뉘어 더 잘 어울리네 어쩌네 떠드는 사람들을 보니 박수혁은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소은해, 유준열, 걔들이 나보다 더 낫다고?왜 나보다 더 인기가 많은 건데!남자 보는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박수혁은 짜증스레 태블릿을 책상 위로 던졌다.힐끗 기사를 확인한 이한석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또 소은정 씨에 관한 거네.“대표님, 이 글들 전부 내리시는 게 어떨까요?”보다 못한 이한석이 제안했다.“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저 두 자식보다 더 떨어진다는 게 말이 돼?”박수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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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다음에
소은정이 맡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거성 건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가격 협상까지 끝마친 상황에서 갑자기 상대편이 가격을 300%나 인상했기 때문이었다.소은정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SC그룹의 대형 프로젝트, 이사, 주주들이 모두 주시하고 있는 사안이었다.협상을 위해 파견한 직원들도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오더니 갑자기 건설 업체의 태도가 더 강경하게 변했다.의미없는 기싸움을 해봤자 양쪽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게다가 소은호는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 즉 그녀 혼자서 온전히 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의미했다.협상을 나갔던 직원들이 올린 보고서를 읽어보던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지?그 표정을 눈치챈 우연준이 덧붙였다.“알아봤는데 누군가 석동우 대표와 은밀히 접촉한 것 같습니다. 새 프로젝트와 보너스까지 제안한 것 같더군요. 지금 두 프로젝트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누군지는 알아냈어요?”“그건 아직. 워낙 신중하게 움직이는 자라 종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괘씸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건설 업체와 협력한다면 원가가 더 올라갑니다. 어떻게든 석동우 대표와 협상을 이뤄내야 합니다.”“한번 만나자고 해요.”이대로 주도권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네.”만나자는 제안에 석동우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흔쾌히 응했다.하지만 약속시간이 맞춰 장소에 도착한 소은정과 달리 석동우는 30분이나 늦게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잔뜩 굳은 소은정의 얼굴을 보며 석동우가 사과를 건넸다.“오래 기다리셨죠? 아 제가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죄송하다는 말과 달리 표정이며 제스처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하? 기싸움을 하시겠다?소은정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렇게 바쁘시면 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오늘만 날인가요? 가보세요. 약속은 다시 잡으시죠.”말을 마친 소은정이 핸드백을 들고 일어서려 하자 석동우는 당황하더니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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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톱스타
한참을 침묵하던 소은정이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한 가지만 더 수고해 줘요...”항진그룹은 한때 잘나가는 기업이었지만 재계 순위에서도 많이 밀리고 재정적인 면에서도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었다.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예전보다는 못하다고 해도 웬만한 중소기업이 맞먹을 정도는 아니었다.석동우 뒤에 항진그룹이 있었다라... 그리고 박수혁까지...저녁, 파티에 함께 참석하다는 김하늘의 초대에 문자에 소은정은 바로 응했다.파티장에 도착하고 오늘 하루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이 착잡했던 그녀는 혼자 바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하지만 어두운 조명 속 술을 마시며 고민에 잠긴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고 남자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이때 그 모습을 몰래 찍은 강서진은 바로 박수혁에게 문자를 보내고 확인도 하기 전에 전화를 걸었다. “뭔데?”“그러게 오라니까 왜 튕겼어? 내가 여기서 누굴 봤는지 알아?”강서진은 짐짓 뜸을 들였지만 박수혁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다.“뭐냐고.”아이 참, 재미없게.“톡으로 사진 보냈으니까 확인해 보든가.”박수혁은 바로 전화를 끊고 문자를 확인했다.화려한 조명과 하나로 어우러진 듯한 소은정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사진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박수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혼자 술을 들이켜던 소은정은 어느새 취기가 올라 뺨이 상기되었다.이때,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모르는 사람이라 딱히 대꾸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여자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소은정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야, 너 뭐야? 왜 나 무시해?”초면에 반말부터 날리는 여자를 훑어보던 소은정이 물었다.“뭐야? 나 알아요?”“나 은사랑이잖아. 재일 교포 3세, 신민그룹 딸이자 가수. 팬클럽 회원만 30만인데 어디서 모르는 척이야?”은사랑은 얼마 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팬덤을 얻은 신인 걸그룹 멤버였다.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자랐지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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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봤지?
소은정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날 무렵.“사랑아, 지금 뭐 하는 거야?”저 멀리서 낯선 여자 한 명이 다가왔다. 화려한 옷차림, 우아한 몸짓, 그리고 입가에 걸린 친절하지만 가식적인 미소. 가까이에서 보니 어딘가 눈에 익었다. 전에 영화에서 봤던가?은사랑은 여자를 발견하고 바로 팔짱을 꼈다.“누군지 알지? 함진그룹 장녀 함세연이야.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던 대배우시기도 하지.”아, 한때 반짝 인기를 끌긴 했지만 곧 연기력 논란으로 묻힌 함세연...하지만 소은정의 구미를 당기는 건 배우 경력이 아니었다.함진그룹?순간,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소은정 씨, 안녕하세요?”함세연이 친절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만 까닥할 뿐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기분도 별로고 함진그룹 딸이라는 말에 형식적인 예의를 차릴 생각마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배우시라고요?”소은정은 함세연을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악수를 거절당한 함세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애기를 이어나갔다.“은정 씨, 사랑이가 아직 어리고 외국에서 오래 지내서 국내 상황은 잘 몰라요. 부족한 게 많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은사랑을 꾸짖었다.“너도 그래. 함진그룹 딸이라고 굳이 밝히지 말라고 했지. 집안 배경에 커리어가 묻히는 거 싫다고.”함세연의 말에 은사랑은 존경 어린 눈빛으로 눈을 반짝였지만 소은정을 다시 노려보았다.“언니야 뭐. 집안 도움 없이 스스로 모든 걸 이뤄내셨으니까 당당하시겠죠. 집에 돈 깨나 있다고 남자나 꼬시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요?”하, 돈 깨나 있다고? SC그룹을 그렇게 묘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싶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고 함세연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난 재벌집 딸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들과 차원이 다른 건 맞죠.”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꼭 상대방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려는 족속들이 있다.소은정의 말에 함세연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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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넌 내 거야
그 모습에 강서진도 혀를 끌끌 찼다. 소은해 저 자식은 연예인이면서 이미지 관리도 안 하나? 소은정도 그래. 아무리 솔로라지만 남자관계가 너무 복잡하잖아.이때, 은사랑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한발 다가섰다.“은해 선배님, 모두 앞에서 해명하세요. 저 여자 때문에 억지로 스캔들을 참고 계신 거죠? 혹시 저 여자가 협박한 거예요? 혹시... 스, 스폰이라도 받으시는 거예요?”한참을 망설이던 은사랑이 결국 스폰이라는 단어를 꺼냈다.“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하면 저희가 어떻게든 구해 드릴게요. 저 여자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으시잖아요!”은사랑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선 소은해는 그녀를 훑어보더니 물었다.“너 뭐야? 미쳤어? 미치려거든 곱게 미쳐. 뚫린 입이라고 마음대로 지껄이지 말고.”소은정과 김하늘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어깨를 으쓱했다.스폰이라니. 여동생에게 스폰을 받냐고 물으니 화가 날 수밖에.항상 짝사랑하던 소은해의 불같은 반응에 은사랑이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함세연이 한숨을 내쉬더니 다가갔다.“은해 씨, 진정하세요. 사랑이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하고 일본에서 자라서 뭘 잘 몰라요. 그냥 걱정돼서...”“넌 또 뭐야?”하지만 소은해는 바로 함세연을 흘겨보았다.비록 집안의 입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나름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배우이다. 동료에게 인지도를 짓밟히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하지만 소은해와 비교해 연기력, 화제성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없는 건 사실이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은사랑의 입을 빌려 소은정의 기를 눌러주려던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그게...”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던 함세연은 사람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 구세주라도 본 듯 눈을 반짝이던 함세연이 바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수혁 씨, 왔어요?”옆에 있던 강서진이 박수혁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형 함세연이랑 아는 사이였어?”박수혁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은 또다시 박수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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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넌 차였어
소은해의 말에 충격을 받고 한참을 멍하니 있던 은사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은사랑은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꼈다.뭐야? 두 사람 곧 약혼할 거라고 세연 언니가 직접 말해줬는데. 그리고 박대한 회장과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까지 보여줬잖아!은사랑이 나지막하게 함세연의 이름을 불렀다.“세연 언니...”한편 함세연은 그녀의 망신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표정의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집요하게 달려드는 기자들보다 침묵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무서웠다.살짝 고개를 떨군 그녀는 겨우 핑계를 생각해 냈다.“어른들 사이에 오해가 있으셨나 봐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실 필요 없어요.”“뭐야? 거짓말이었어? 이런저런 사칭은 다 들어봤지만 약혼녀 사칭은 처음이네.”소은해가 비아냥거렸다.사칭... 함세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행여나 이 사실이 기자들 귀에 들어간다면...다시 변명하려던 그때, 소은정이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했다. 이에 소은해는 바로 핸드백을 들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가자. 약혼을 하든 파혼을 하든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소은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김하늘을 바라보았다.“너도 갈래?”“당연하지.”김하늘도 핸드백을 챙기고 함께 파티장을 나섰다.세 사람이 자리를 뜨고 함세연은 어떻게든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박수혁에게 다가가 머뭇거렸다.“수혁 씨 그게... 집안 어른들이 결혼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니까... 전 당연히 수혁 씨도 아는 일인 줄 알고...”“그럴 일 없으니까 기대하지 마요.”하지만 박수혁은 단호한 거절로 일말의 희망마저 전부 짓밟아버렸다.명분뿐인 결혼이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뼈저리게 느낀 박수혁은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기대가 물거품으로 사라진 함세연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소은정의 뒤를 쫓았다.소은정... 다 너 때문이야.“세연 언니, 왜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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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손해 본 건 나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 안, 한참을 가만히 있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은정아, 아무리 생각해도 박수혁 좀 이상한 것 같아. 설마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김하늘의 질문에 소은정은 박수혁이 임춘식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럴 리가? 함진그룹과 결혼 얘기가 오갔다는 그 말,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은 아닐 거야.”함세연이 아무리 뻔뻔하다지만 빌미 없이 박세혁의 약혼녀를 사칭할만큼 멍청하진 않을 테니까.“하긴. 그런데 태한그룹이 왜 굳이 함진그룹이랑 정략결혼을 하려는 걸까?”김하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알 게 뭐야.”조용히 운전을 하던 소은해가 피식 웃어다.김하늘을 집까지 데려다준 뒤 소은해와 소은정은 본가로 향했다.다음 날 이른 아침, 1층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소은정이 부스스 눈을 떴다.“너, 너 도대체 뭐야? 네 동생 혼사길 막으려고 작정했어? 저, 저 로봇보다도 못한 놈!”소찬식이 소은해를 혼 내는 소리였다.눈을 비비적거리며 내려온 소은정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러세요?”소찬식이 대답하기 전에 집사 아저씨가 태블릿을 건넸다.“소은정이 소은해의 스폰서?”“톱스타 소은해, 재벌 2세에게 스폰을 받다?”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너 같은 걸 요즘 애들 말로 관종이라고 한다더라. 아주 인기 좀 얻더니 점점 막 나가고 있어!”아버지의 분노에 소은해는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아빠, 기사 제대로 보신 거 맞죠? 지금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건 저거든요?”“이 자식이 뭘 잘했다고. 그러니까 진작 친동생이라고 말했으면 될 걸. 뭘 꽁꽁 숨기고 있었어!”거친 숨을 몰아쉬던 소찬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분명 누군가 일부러 루머를 퍼트린 거야.”“이렇게 된 이상 루머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오빠랑 제가 남매라고 밝히는 수밖에 없어요.”소은정이 한숨을 쉬었다.“하이고, 잘 됐네. 이제 다들 네가 집안 배경 덕분에 톱스타가 된 걸 알게 되겠네?”“아빠, 전 제 실력으로 당당하게 된 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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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그럴 리 없어
태한그룹요즘 따라 연예 기사를 살펴보는 데 맛을 들인 박수혁은 오늘도 태블릿을 살펴보고 있었다.역시 소식을 접한 이한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쨌든 라이벌이 하나 줄어든 셈이니 기뻐하시겠지?하지만 박수혁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했다.“저기, 대표님?”이한석의 생각과 달리 지금 박수혁은 그야말로 후회막심이었다.다시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연예인으로 일하면서 스캔들 한 번 없던 사람이 굳이 소은정에게만큼은 다정하게 구는 게 이상하긴 했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표정도 마음에 걸렸었고.그런데 남매 사이였다니.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형님이라고 불렀을 사람. 그런 사람에게 어제 참견하지 말라는둥 하는 말을 건넸으니...가뜩이나 밉보인 상태에서 또 점수가 깎였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물론 박수혁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이한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안 나가? 왜 서 있어?”“아, 함진그룹 함웅진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들어오라고 해.”“네.”이한석의 안내로 사무실로 들어온 함웅진은 아들 뻘인 박수혁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었다.“박 대표, 저번 서해안 프로젝트에 대해서 생각해 봤나?”이번 프로젝트만 따낸다면 적어도 1년 동안 매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빅 프로젝트, 풍전등화인 함진에게는 꼭 잡아야 할 기회이기도 했다.하지만 박수혁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알아봤는데 서해안 프로젝트는 SC그룹이 이미 진행 중이던데요? 함진이 무슨 수로 다 넘어간 프로젝트를 빼앗는다는 거죠?”박수혁의 질문에 함웅진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 자네가 오케이만 하면 프로젝트는 결국 우리 게 될 거야. 박 대표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앉아서 돈이나 세면 돼.”“대표님. 그러니까 무슨 수로 빼앗으실 거냐고요.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투자부터 할 만큼 무모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습니다.”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물어질 듯한 눈치에 잠시 망설이던 함웅진이 결국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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