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1359 챕터
제31장
엘리베이터가 칠층에서 멈춰 섰다.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진흠은 엘리베이터로 들어오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구석으로 옮겼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 남자가 진흠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 그의 말투는 침착했지만 위협감이 섞여있었다.얻어맞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진흠은 배를 감싸며 주저앉고 말았다. "누구시죠?" 그는 당혹감에 휩싸였다."온연 남편."…목가네, 온연은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목정침이 돌아왔는지 확인해 보았다.조심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유씨 아주머니는 실소했다. "도련님 아직 안 오셨어!"그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저녁 먹으러 돌아온댔어요…"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그녀보다 먼저 집에 도착했어야 했다.그녀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식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몸과 살짝 젖은 머리가 금방 샤워를 끝냈다는 걸 설명해 주었다. 그는 항상 집에 돌아오면 샤워부터 했다. 그것이 그의 습관이었다.그녀는 그의 맞은켠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막 한입 먹으려는데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목정침은 핸드폰을 확인해보더니 받지도 않고 전원을 꺼버렸다. 그 모습이 온연을 의아하게 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온연 조심스럽게 물었다. "머리 말려 드릴까요?"그는 거절하지 않고 먼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온연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녀는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창가 옆에 앉기를 기다린 후 욕실에서 드라이기를 꺼내 그의 뒤에 섰다.손가락 사이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니…. 그녀는 조금 놀랬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와 이렇게 가깝게 있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진몽요는 다음 주에 들어올 거야. 심개는 영원히 못 돌아오니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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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온연은 숨을 죽였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는지 그녀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의 평생을 바쳐 빚을 갚으라고 한건 이미 엄청난 배려였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전 게스트룸에서 잘게요." 그것이 그녀의 최후의 발악이었다."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여봐." 그의 온몸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바깥의 한기처럼 그녀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죽을 듯한 침묵의 끝에 드디어 그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 그래, 원하는 데로 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내 애를 낳아."애를 낳다니? 나보고 애를 낳으라고? 낳다니…그의 애를?온연은 갑자기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망설임 없이 떠난 엄마가 생각났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나버린 엄마 때문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다. 아직도 그 기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그녀는 아이를 낳는다는 일에 유독 거부감이 심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유를 갈망했다. 이 감옥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선택을 내렸다. "좋아요."목정침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마음속에 분노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는 주먹에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 내가 널 안고 싶게 만들어야지. 마음만 먹는다고 끝인 줄 알아? 애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헛된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거야!"온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셔츠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속눈썹이 나비처럼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한 눈동자를 숨길 수 없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목정침이 그녀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을 키워준 사람이 남편이 되다니….긴장해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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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다음날 그녀는 아침도 먹지 않고 회사로 출근했다. 사무실 책상에 출처 모를 서류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온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 거야?"옆자리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진 책임님이 시키셨어. 너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진 책임님이 온 부서 일을 다 너한테 시키셨어. 너 오늘 아무래도 야근해야 할 것 같아."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짓을 당하게 된 건지 대충 예상이 갔다.점심시간 때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통 왔다. "저는 강연연의 엄마인데요, 잠깐 만났으면 좋겠네요. 커피숍 '모카'에서 기다릴게요."그녀는 강연연의 이름을 곱씹으며 누구인지 열심히 떠올려 보았다. 낯선 이름에 그녀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저는 강연연이 누군지 모릅니다."답장이 빠르게 날라왔다. "제가 알아요, 그쪽이 누군지.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목정침이 공항에 데리고 온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엇에 홀린 듯 갑자기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쉬는 시간을 틈타 그녀는 회사를 벗어나 '모카'로 향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급 졌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는 또다시 문자를 받게 되었다. "창가 쪽 4번 테이블에 있어요."온연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쳐다보았다. 4번 테이블에 검은색 모피로 한껏 멋을 낸 중년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고 있는 바람에 얼굴은 보지 못했다.온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맞은 켠에 앉았다. "강연연씨 어머님?"맞은 켠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 온연은 얼어버리고 말았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네, 저는 진함이라고 해요. 그쪽을 뭐라고 불러야 하죠?" 그녀는 점잖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에게서 부잣집 사모님의 기운이 느껴졌다.눈앞에 보이는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에 온연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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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회사로 돌아온 그녀는 배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진함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몇 십 년간 만나지 못했던 엄마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분노인지 역겨움인지 모를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 요동쳤다.지나간 세월이 그녀를 몰라보게 변화시켰다. 비록 진함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진함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조금 의아했다. 진함은 그녀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그녀를 떠났다. 바로 애를 낳았다 쳐도 강연연은 그녀보다 7살은 어려야 정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강연연이 미성년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만약 친자식이 아니라면, 새엄마로 그녀를 그렇게 돌봤다는 얘기인데. 그럼 친딸인 자신은 뭐가 되는 거지?"온연, 너 오늘은 밤새 야근할 생각인 거지?" 진흠이 할 일이 없는지 온연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온연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본 그의 말투가 아니꼬웠다.온연은 진흠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일으켜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계속했다. 그녀의 행동에 진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 남편 정말 대단하더라. 회사까지 찾아와서 날 발로 찼다니까. 온연, 네가 여기 있는 한 내가 시키는 데로 해야 할 거야. 모든 일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라야 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뭐라고요?"그 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진흠은 화가 치밀었다. "너 몰랐어? 시치미 떼지마. 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거든. 두고 보자고!"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목정침이 회사로 찾아와서 진흠을 발로 찼다고? 장난치는 건가? 그녀에게는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그녀의 반응에 그녀가 겁이 난 줄 안 진흠은 화가 좀 풀렸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나한테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 줄 수도 있는데."온연은 그를 흘겨보고는 담담히 대답했다. "진책임님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방해하지 말아주시겠어요?"진흠은 너무 화가 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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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말했잖아. 날 떠나게 하고 싶으면 목정침한테 얘기하라고. 나한테 얘기해도 소용없어. 그리고 지금 똑똑히 얘기해 줄게, 난 안 떠나! 목정침 내 남편이야. 우리 이미 결혼했어." 그녀가 나지막이 소리쳤다. 그녀는 몸을 돌려 눈보라 속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에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만날 바에는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나았다.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등 뒤에서 빵-하는 경적소리가 울렸다.진함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가 신경을 끄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갑자기 차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진락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사모님, 타세요."온연은 의식적으로 이미 말라버린 눈물을 닦고는 뒷좌석으로 쳐다보았다. 적막한 목정침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 타자 그녀의 몸이 점점 원래의 온기를 되찾았다.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강연연이 내 이복동생인 거 알고 있었죠? 이것도 복수에 포함 되는 건가요?"목정침이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차 안에는 죽은 듯한 고요함만이 맴돌았다. 얼마 뒤 온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목정침, 갑자기 너무 밉다…."밉다니, 그녀가 처음으로 용기 내 말을 꺼냈다.목정침은 기다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어둠 속이라 그런지 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미워해도 상관없어."목가네로 돌아온 온연은 아래층의 욕실에서 샤워를 끝내고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정침도 자신의 방에 있는 전용 욕실에서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머리가 살짝 젖은 채로 습관적으로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같은 침대에서 잔다는 걸 생각하자 온연은 조금 긴장되었다. 낮의 일까지 겹쳐져 그녀의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되지 않았다.라이터 소리가 방안에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방안에서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온연은 목정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손가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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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온연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서서히 몸을 돌려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코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계속 되뇌었다. 애만 낳는다면 여길 떠날 수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는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텅 하고 비워지더니 그녀가 멍하니 말했다. "머리 아직 안 말랐는데…"그 순간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로 인해 막혀버렸다. 서로의 숨결만이 고요한 밤 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그들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본의 아니게 그녀의 눈동자가 목정침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평소에는 도무지 읽을 수 없던 그의 눈동자에 야릇한 안개가 옅게 끼였다. 그의 마음이 요동쳤다.그녀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 그녀의 손을 잡아주던 그의 온기처럼, 따뜻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낯설고 멀었다. 그녀는 조금 무서워졌다. 그가 3년 전의 일을 생각하게 될까 봐. 그래서 또 그녀를 질색할 까봐…. 그녀에게 기회를 준 걸 후회하게 될 까봐 무서웠다.그때 위에서 전해오는 통증이 그녀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났다.어렵게 잡은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계속 그와 키스를 나누었다. 하지만 통증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해지는 통증에 그녀의 얼굴에 땀이 흥건하게 났다.이상함을 눈치챈 그가 숨을 헐떡이며 행동을 멈추었다. "왜 그래?"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숨겨져있었다."괜…. 괜찮아요…" 온연은 말을 할 때마다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그 모든 걸 목정침은 보고 있었다.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그는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눈동자에 끼어있던 안개가 냉랭함으로 바뀌었다. "밥 안 먹어서 위 아파?"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그녀가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그에게서 분노가 느껴졌다.곧 유씨 아주머니가 약을 들고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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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그녀의 정신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목정침이 떠난 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취했다니?“아…네,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금방 갈게요!” 그녀는 말하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임집사와 함께 술집에 도착했을 때쯤 임립과 경소경이 목정침을 부축하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온언이 외투를 여미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임립이 담담하게 웃었다. “번거롭다니요. 10년 지기 친구인데. 저… 비상 디자인그룹에 다니시죠?”임립이 왜 그걸 묻는 건지 모른 채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도와 목정침을 차에 태웠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집사가 그녀에게 충고했다. “사모님, 도련님이 토 할 수도 있으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 만약 차에 토하게 된다면 아마 이 차 버려버리실지도 몰라요.”온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임집사의 말이 맞다. 그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인간이었다.이번에는 제대로 취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를 침대에 눕혀놓은 온연은 피로함에 침대에 뻗어 버렸다.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알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혹여나 목정침이 깨어날가봐 눈 뜨자마자 알람을 끄려 손을 뻗었다.그녀가 몸을 움직였을 때서야 그에게 꽉 안겨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알람은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불안함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그의 품 안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썼다. 갑자기 손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알람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손을 다시 그녀의 허리로 올려놓았다. 온연은 긴장감에 목이 움츠러들었다. 그가 깬 건가? 그가 한참 동안 미동이 없자 그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목정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마…"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저…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그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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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연은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임립을 본 그 순간 온연은 놀라 얼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임립이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저 이제 그쪽 사장이에요. 혹시나 특별대우 바라지는 말고요. 제가 공사 구분이 좀 철저해서. 잠깐 앉아서 기다려요. 진책임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진흠은 어리둥절 해졌다. 온연이 임립과 아는 사이였다니. 진흠은 찔린 마음에 임립에게 급히 다가가 살짝 웃어 보였다. "임대표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미소 띤 임립의 얼굴이 봄처럼 따사로웠다.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오죽했으면 같은 남자인 진흠도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았겠는가.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혀 따사롭지 않았다. "월급 챙겨서 지금 당장 나가세요."웃고 있던 진흠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뭐.. 뭐라고요?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임립은 눈썹을 들썩였다. "아니요. 그냥 눈에 거슬려서."진흠의 얼굴이 울긋불긋 해졌다. 그는 새로 오신 대표님이 잘 웃어서 성격도 좋은 줄 알았다. 이런 말로 그의 뒤통수를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방을 떠나기 전 진흠이 온연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온연이 유감스러운 듯 어깨를 들썩였다. 본인이랑 상관없는 일이었다.진흠이 떠나자 그제서야 임립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어요. 어젯밤 정침이 챙기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 이거 특별대우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그 멘탈로 일한다 해도 제대로 못할게 뻔하니까. 푹 쉬고 와요."온연은 어젯밤 목정침이 얌전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곤하지 않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감격스러운 듯 그에게 말했다.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목가네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1층 소파에 앉아있는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의외였다. 일을 중시하는 목정침이 이 시간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다니.그녀는 인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 곧바로 계단을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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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그가 그녀를 향해 가차 없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진몽요가 보고 싶은 거야 아님 심개의 소식이 궁금한 거야?”그녀의 숨이 순간 멎어버렸다. 그녀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 “전 다 먹었어요.”목정침이 냉랭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일어나라고 한 적 없는데.”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내일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와. 지키지 못한다면 내일 회사 갈 생각도 하지 마.” 말을 마친 목정침이 그녀에게 아무런 여지도 남겨주지 않은 채 계단을 올랐다. 다른 일이었다면 참았겠지만, 이번에는 그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일 꼭 나가야만 했다. 그 생각이 들자 온연이 이를 악물며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 목정침! 난 그냥 몽요가 보고 싶은 거야!" 목정침의 발걸음이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물음에 대답 안 한 건 너야, 기회는 한번 뿐이야." 그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풀이 죽어 버렸다. 그에 대한 원망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갑자기 유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한말이 떠올랐다.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면 얼어버린 마음을 녹일 수 있어….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는 또 한 번 그를 쫓아갔다. "죄송해요. 보내주세요. 네?" 목정침이 방으로 돌아와 창가에 앉았다. 그는 익숙한 듯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그 순간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라이터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의 말투에 짜증이 섞여있었다. "부탁하는 거야?" 온연이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네." 목정침이 그녀를 흘겨보았다. "화나게 하고 부탁하는 건 누가 가르쳐준 거야?"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침묵은 더더욱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보내주실 건대요?" 그가 조롱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가 어떻게 해야 날 화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온연은 잠시 멈칫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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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온연은 얼굴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라 그랬어?"그녀의 말에도 강연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날뛰었다. "내 말이 틀려?! 삼 년 전에 네가 심가네 셋째 도련님 심개랑 뒹군 거 온 동네가 다 알아. 무슨 낯짝으로 정침 오빠 옆에 붙어 있는 건데? 내가 너였다면 벌써 죽어 버렸을 거야. 누가 정침 오빠랑 나 사이에 끼어 있나 했더니 너였어? 정말 역겹다."강연연이 삼 년 전의 일까지 꺼내자 주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게 쟤였어…? 어쩐지 낯익더라니, 평소에 말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저런 애였어? …사람 얼굴로 판단하는 거 아니라더니… 진흠이 쟤 쫓아다닐 때도, 앞으로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뒤에선 할거 다하고 다닌거 아니야? 그러면서 어디서 고상한 척이야.""누가 아니래? 쟤 오자마자 임대표가 진흠 잘랐잖아. 아마 임대표랑도 보통 사이 아닌 거 같은데? 쯧쯧, 젊고 이쁜 애가 벌써 남자관계가 저렇게 난잡하니…"귓가에 들리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온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진함의 번호 찾기 시작했다. 막 전화를 걸려는데 강연연이 그녀의 핸드폰을 뺏었다. "엄마한테 전화 하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고하는데 엄마랑 목정침한테서 떨어져. 아님 내가 너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할 거니까.""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임립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모두 옹기종기 모여 구경하고 있었을 뿐 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회사에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의 기분이 불쾌했다.임립을 보자 강연연은 수도꼭지 틀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임립에게 달려가 그의 팔짱을 끼었다. "임립 오빠! 쟤가 나 때렸어!" 강연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람을 본 임립의 불쾌함이 어이없음으로 바뀌었다.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알았다면 아마 죽어도 회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강연연, 이게 아침 댓바람부터 회사에서 난동 피울 일은 아니지 않나?"강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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