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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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이승하의 그 말에 연이는 어쩐지 안심이 되었는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였다.“연이도 아빠랑 엄마한테 꽃 주러 가고 싶어요.”왕실 사람들이 죽었을 때 묘비에 국화꽃을 올려놓았던 것을 떠올린 연이가 말했다.딸인 자신이 엄마와 아빠에게 꽃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이승하가 뒤로 손짓하자 경호원 중 한 명이 그에게 국화꽃을 건네주었다. 한 송이가 아닌 여러 송이라 조금 무거웠지만 연이는 거뜬하게 안아 들었다.이승하는 차 문을 열고 먼저 연이를 내려준 다음 힘든 몸을 이끌고 자신 역시 차에서 내렸다.택이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황급하게 그를 제지했다.“그쪽으로 가면 지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이승하는 한 손을 차체에 올려놓고 안에 있는 택이를 보며 말했다.“저들은 날 어떻게 못 해.”만약 지씨 가문에서 이승하를 해하려 했다면 전용기에서 내렸을 때 처리하려 들었을 것이다.이승하가 몸을 돌려 안쪽으로 가려는데 조그마한 아이손이 갑자기 손가락을 잡아 왔다.이에 그는 시선을 내려 뒤꿈치를 한껏 올리고 어떻게서든 손을 잡으려는 아이를 보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손을 빼버렸다.그러고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기억해. 내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네 이모뿐이야.”연이는 그 말에 삐진 듯 볼을 한껏 부풀리더니 씩씩대며 서유 쪽으로 달려갔다.전용기에서 이승하와는 말도 섞지 않겠다며 다짐했던 게 바로 어제였지만 결국 아까 먼저 말을 건 건 아이였다. 그 생각도 함께 떠오른 것인지 연이는 이제는 정말 말을 걸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연이는 꽃을 든 채 사람들 틈을 가로질러 서유의 곁으로 다가왔다.아이의 등장에 지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수군거렸다.“어머, 저 아이 케이시 딸 아니에요?”“아니래요. 제대로 조사해보니 현우 딸이래요.”“듣기로는 케이시가 중간에서 손을 쓴 바람에 현우는 여태 자기한테 딸이 있었는지도 몰랐대요. 아이도 자기 아빠는 줄곧 케이시라고 믿었다고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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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서유는 연이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가 그 뒤로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시선이 멈춰버렸다.남자는 검은색 양복 차림에 조각 같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차에서 내려 굳이 이곳으로 온 것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다는 듯 다시 연이를 바라보았다.원래 그녀는 지씨 가문 사람들이 다 떠난 뒤 연이를 데리고 이곳에 오려고 했었지만 이승하의 여유 넘치는 얼굴을 보니 지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이를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그렇다면 지금은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 부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도리다.서유는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연이야, 연이 엄마 여기 있어.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마음껏 해.”연이는 묘비에 있는 김초희와 지현우의 사진을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앙증맞은 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두 사람 얼굴을 쓰다듬었다.“엄마, 아빠, 천국에서 조금만 더 연이 기다려요. 다음 생에 또 태어나도 연이는 엄마랑 아빠 아이 할래요.”서유는 연이의 말에 찡해졌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고 물었다.“연이야, 현우 삼촌이 아빠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연이는 서유를 보며 대답했다.“삼촌은 끝까지 인정 안 했지만 연이는 알 수 있어요.”아이는 일반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했다. 게다가 이런 복잡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그릇이 크기도 했다.지강현과 심혜진은 똑 부러진 아이의 모습을 보더니 더욱더 환희에 차 허리를 굽혀 아이를 끌어안으려고 했다.그러나 낯선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연이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서유의 뒤로 숨어버렸다.“아이가 이런 상황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러니 주의 부탁드릴게요.”서유는 연이의 앞을 막아서고는 침착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연약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서는 경계심이 잔뜩 서려 있었다.지씨 부부도 교양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무리하게 아이를 빼앗으려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도 않았다.“서유 씨, 현우와 초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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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결국, 지강현이 내린 결론은 감정 면에서 이승하도 지현우와 똑같은 부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 여자에게 꽂히면 곧 죽어도 다른 곳은 안 보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이런 성격은 어릴 때 여자를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그러니 성인이 되고서도 한 여자에 목을 맨다고 지강현은 그렇게 생각했다.그는 마치 단기간에 이승하의 모든 것을 파악이라도 한 양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서유 씨를 아내로 맞이하면 아이의 이모부가 되는 격이니 이 대표도 후견권 얘기에 참석할 자격이 되죠. 자리를 옮겨 함께 얘기 나눌까요?”원수의 아들에게 이 정도 얘기한 건 지강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였다.그러니 도리대로 라면 이승하도 지금은 아버지뻘 되는 사람 앞에서 예를 갖춰야 한다.하지만 그는 지강현 쪽은 보지도 않은 채 한마디만 던졌다.“그 문제는 제 변호사와 얘기하시죠.”그러고는 다시 서유에게로 돌아섰다.“끝났어?”서유는 고개를 숙여 연이에게 물었다.“엄마랑 아빠한테 더 할 얘기 없어?”연이는 지씨 부부가 자신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서유는 그걸 보더니 연이의 손을 잡고 이승하에게 말했다.“이제 가요.”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지나쳐 차량이 세워진 쪽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뒤에 있던 심이준과 조지도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마지막으로 묘비를 한번 보고는 서유네를 따라 차량 쪽으로 향했다.그렇게 일행이 묘원을 벗어나 차에 오르려는데 갑자기 심혜진이 뒤쫓아와 서유를 불러세웠다.“잠시만요. 서유 씨 어머니 관련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차에 오르려던 서유는 어머니라는 세글자에 손이 멈칫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왜 당신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냐는 눈길을 보냈다.이승하도 들어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심혜진 쪽을 바라보았다.“승하 씨, 잠시만 얘기 좀 나누고 와도 돼요?”이승하는 서유의 얼굴을 보더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같이 가자.”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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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따뜻한 심혜진의 손 온기가 어쩐지 불편해 서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손길을 피했다.“저기...”서유의 목소리에 심혜진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미안해요. 내가 실수했네요...”심혜진은 Y 국에 돌아온 후 마인드 컨트롤을 몇 차례나 하고서야 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어차피 아들도 없어진 마당에 여기서 더한 업보를 받는다고 해도 두려울 건 없었다.그녀는 조금 쓸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그거 알아요? 서유 씨는 서유 씨 어머니와 똑같이 생겼다는 거?”처음 만났을 때 심혜진이 그토록 놀란 얼굴이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던 걸까?하지만 그건 놀랐다기보다는 뭔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서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심혜진이 가볍게 웃었다.“얼굴이 망가지기 전에는 지금의 서유 씨처럼 아름다운 얼굴이었는데 참 아쉽게 됐어요.”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두려움이 언뜻 보였다.심혜진이 얘기해주지 않으면 서유도 확실한 증거를 얻지 못하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얼굴은 왜 망가진 거예요?”심혜진은 과거 일은 털어놓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서유는 엄마의 얼굴이 망가진 것이 심혜진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심혜진이 이토록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니까.일단 그 일이 심혜진과 관련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으니 여기서 뭔가 알고 있다는 티를 내서는 안 된다.서유는 질문을 바꿔 물었다.“저희 엄마, 누구예요?”이 질문이 뭐라고 서유는 떨림을 애써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사실 서유는 보육원에 덩그러니 버려졌다가 언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꽤 만족한 상태였다.그러나 지금은 언니에 이어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심혜진은 그 질문에 차량 옆에 서 있는 연이에게로 시선을 주었다.“서유 씨 어머니가 누군지 알려줄 테니 연이를 나한테 넘기세요.”서유 모친에게 미안할 짓을 한 건 맞지만 그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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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서유는 이승하의 목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결국 입을 꾹 닫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이승하는 서유를 먼저 차에 태운 뒤 자신도 그 옆에 타고는 기다란 손을 뻗어 안전 벨트를 매주었다.서유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명함을 쥐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가 다시 풀었다.“승하 씨.”“왜?”이승하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지현우 엄마가 연이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나한테 우리 엄마가 누군지 알려주겠대요. 그리고...”이승하는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나와 멀리하는 게 좋대?”서유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초간 그를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내가 엄마가 누군지 알면 승하 씨와 결혼 안 할거래요. 당신과 우리 엄마 사이에 큰 원한이라도 있는 듯한 말투였어요.”이승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사실 그는 결혼 전에 이런 방해꾼들이 나타나는 건 아닐까 줄곧 조마조마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나타날 줄이야.그는 서유의 얼굴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바람에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그래서 너는 어떤데?”서유는 손에 든 명함을 꼭 쥐고 그저 고개를 저었다.이승하는 그녀가 심혜진의 말에 흔들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졌다.그는 갑자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더니 여전히 답답함이 가시지 않은 건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았다. 이미 끊은 지 오래됐지만 지금 갑자기 담배 생각이 떠올랐다.주머니에 담배가 없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창을 열어 찬바람으로 머리를 식혔다. 그렇게 몇 분간 찬바람을 맞고 나서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돌려 여태 고민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서유야.”그녀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전과 다를 것 없었지만 다리 위에 올린 손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나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은 많아. 그리고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지도 못하고. 하지만 어머님 나이로 볼 때 원한이 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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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서유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모습은 처음이었다.이승하는 놀라는 것도 잠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대로 자신의 다리 위로 그녀를 들어 올렸다.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을 봐서였을까. 이승하의 불안은 점차 사그라들었다.서유는 조심스럽기만 했던 그의 행동이 점점 거칠게 변한 것을 보고는 서둘러 그를 밀쳤다.“여기서는 안 돼요.”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쓰다듬었던 손을 멈추고 풀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그럼 키스만.”여기서 더 했다가는 절대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다행히 연이와는 다른 차에 타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애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뻔했다.서유는 손으로 남자의 입술을 가리고는 말했다.“서울로 돌아가면 우리 혼인신고부터 해요.”아마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그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그 말에 이승하의 눈에 남아있던 욕망이 천천히 가시고 그 대신 놀란 얼굴로 물었다.“혼인신고?”아직 그의 다리 위에 앉아 있던 서유가 시선을 내려 그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싫어요?”이승하는 몇 초간 벙쪄 있더니 서둘러 답했다.“싫을 리가 없잖아.”그렇다. 싫을 리가 없다.이승하는 한시라도 빨리 서유와 결혼하고 싶었으니까.그가 놀란 건 혼인신고 얘기를 그녀가 먼저 꺼냈다는 사실이다.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후에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서유 쪽에서 먼저 혼인신고 얘기를 꺼냈다.초조했던 이승하의 마음이 이제는 완전히 가셨다.차라리 혼인신고부터 하고 먼저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도 좋았다. 그러면 그때는 그 누가 방해하려 들어도 낙장불입일 테니까.이승하는 한 손으로 서유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턱을 잡더니 마지막 경고라도 되는 듯 비장하게 말했다.“혼인신고하고 나서 후회해도 절대 안 놓아줄 거야.”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절대 후회 안 해요.”이승하는 그제야 풀어진 얼굴로 그녀의 턱을 놔주었다.“어머님 일은 내가 알아봐 줄게. 연이 넘길 필요 없어.”서유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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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심이준은 Y 국에 남아 지현우의 회사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함께 귀국은 하지 못하고 대신 두 사람 결혼식에는 꼭 참석하겠다는 말을 남겼다.조지는 가족도 일자리도 모두 Y 국에 있었기에 그 역시 서울로 돌아갈 일은 없었다. 이제는 연이와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연이야, 앞으로 이모랑 이모부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 알았지?”연이는 두 손을 쫙 펴 조지의 허벅지를 꼭 끌어안았다.“네, 연이 말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조지는 연이와 인사를 나눈 뒤 서유와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연이 잘 부탁해요.”“나 연이 이모잖아요. 걱정하지 마요.”조지는 서유라면 마음 놓고 연이를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서유와 결혼하는 이 남자의 집안이었다. 가뜩이나 신분 차이로 말이 많을 텐데 아이까지 데리고 이씨 가문으로 들어서게 되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조지는 그 생각에 이승하와 눈을 마주쳤다. 마주한 이승하의 시선은 마치 자신의 걱정은 하등 쓸모없는 걱정이라고 말하는 듯이 올곧고 또 단호했다.지현우의 복수까지 해준 남자인데 대체 뭐가 걱정일까.조지는 안심한 듯 웃더니 이승하를 향해 눈인사하고 마지막으로 연이를 다시 한번 꼭 끌어안았다.“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할 거니까 꼭 받아야 해, 알겠지? 그리고 연이 생일 때마다 만나러 올 거야.”“네...”연이는 조지의 목을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뽀뽀해주었다.“할아버지, 연이 없다고 쓸쓸해 하지 말고 잘 지내요.”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준 후 차에 앉았다. 그리고 차창을 내리고 그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연이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움직이는 차를 따라 한참을 뛰다가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서야 걸음을 멈췄다.아이는 이런 헤어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현우처럼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서유는 연이 옆으로 다가와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조지 할아버지 보고 싶으면 이모랑 이모부가 언제든지 Y 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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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윤주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뒤를 돌아보니 큰 기럭지의 남자가 문어 귀에서 고개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댄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남자는 조각 같은 얼굴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윤주원은 자신을 경계하며 심지어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이승하 때문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자신이 대체 뭘 했다고 이러는 거지?어리둥절해 하는 윤주원과 반대로 서유는 왜 그러는지 다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가지고 내려올게요.”서유가 올라가자 1층 거실에는 정가혜, 주서희, 연이 그리고 윤주원만 남았다.윤주원을 제외한 세 명은 이승하가 한기를 내뿜는 사실에 이미 익숙해진 듯 아무렇지도 않아 했지만 윤주원은 지금 좌불안석이었다. 뭐라고 말하지도, 그렇다고 웃지도 못했다.그리고 더 무서웠던 건 이승하가 이따금 윤주원 쪽을 쓱 훑어본다는 것이었다.윤주원은 서유가 빨리 내려와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그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서유가 물품을 챙기고 드디어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승하의 팔짱을 끼고는 별장을 나섰다.윤준원은 두 사람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렇게 무서운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팔짱을 낀 서유가 대단하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했다.이승하의 등장에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사람이 곧 부부가 된다는 사실을 잠깐 잊어버린 모양이다.차량이 구청 앞에 도착해 시동이 꺼지자 이승하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그는 서유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손을 잡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혼인 신고 절차는 그다지 복잡할 건 없었고 서류를 작성하고 하고 나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접수가 완료되었다.보통은 일주일 뒤에야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이승하가 어딘가에 통화를 하니 금세 처리해주었다.몇 분 뒤, 그는 서유와 함께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에야 만족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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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이승하는 행여 서유가 결혼을 철회하겠다며 혼인 관계 증명서를 찢기라도 할까 봐 그녀가 보지 못하도록 등으로 가린 뒤에 금고 비밀번호까지 바꿔버렸다.“...”서유는 그 모습을 보더니 어이없음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이 남자는 개인 자신이고 이씨 가문의 재산이고 전부 아낌없이 주면서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증명서는 꽁꽁 숨겼다.“승하 씨, 나 이혼할 생각 없으니까 안심해요.”이승하는 그 말이 이중 보안이라도 되는 듯 더 안심했다. 그는 비밀번호를 바꾸고 난 뒤 경호원에게 금고를 차에 가져다 놓으라고 하고는 서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부인, 혼인 신고도 했으니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요?”오늘 밤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니 무척이나 야릇하게 느껴졌다.서유는 그를 향해 못 말린다는 듯 웃기만 했다.‘상처도 아직 안 나은 사람이 무슨.’이승하는 그녀의 침묵을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입꼬리를 올리고 활짝 웃었다.“새집 인테리어 다 끝났대. 그쪽으로 갈까?”이승하가 활짝 웃을 때면 눈매가 예쁘게 휘어져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서유는 그 얼굴에 취해 언제 그에게 들어 올려졌는지도 모른 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이승하는 그녀를 품에 안고 밤하늘처럼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자,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서유는 그의 상처가 벌어질까 봐 내리려고 했지만 이승하는 그 말을 무시한 채 그녀를 안고 차 안까지 데려다주었다.그들을 태운 차량이 움직이자 바로 뒤에 있던 여러 대의 검은색 고급 차들도 천천히 뒤이어 시동을 걸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했다.구청에 볼일 보러 왔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린 채 그 장면을 구경했다.“방금 저 남자 웃는 거 봤어? 나 방금 기절할 뻔했잖아.”“저 여자 너무 부럽다. 앞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저런 남자가 눈앞에 떡하니 있는 거잖아.”“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저런 남자 꼬셔보든가.”“저런 남자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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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그 소리에 이승하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현관문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시선을 다시 거두고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다시 서유의 입술을 탐했다.서유는 아까 움직임이 멈췄을 때 이승하가 그만둘 줄 알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빠르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결국 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의 목을 잘근잘근 깨물고 키스할 때 그의 가슴팍을 힘껏 밀어냈다.“일단 문부터 열어요.”“싫어.”지금은 저 문밖에 대통령이 와 있다고 해도 그는 그녀를 가져야만 했다.이승하는 서유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리더니 단숨에 그녀를 소파 위에 눕혔다. 그러고는 잔뜩 풀린 눈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춤에 가져갔다.“벨트 풀어줘.”서유는 소파에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상처 벌어지면 어떡해요. 의사 선생님이 과격한 움직임은 안된다고 했어요.”하지만 이미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는 과격한 움직임이라는 말에 더 흥분해서는 서유 쪽으로 몸을 겹치며 말했다.“적당한 운동은 해도 된다고 했어. 그보다 벨트, 안 풀어줄 거야?”그는 흥분한 것치고는 발음이 무척이나 또렷했다. 서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의 눈을 애써 피하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풀어줄 거예요.”그녀가 이렇게나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데도 다 이유가 있다. 매번 이승하와 밤을 보낼 때면 그는 그녀가 이성을 잃을 때까지 몰아붙였고 그럴 때면 그녀는 항상 자기도 모르게 그의 등에 상처를 내고 만다.가뜩이나 상처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지금 만약 또 무의식중에 등을 긁어버리면... 생각만 해도 아플 게 분명했다.하지만 서유는 그를 아프게 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대로 그를 거절해 실망한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법적으로 부부가 된 날이라 그가 얼마나 들떠있는지 보였으니까.결국 서유는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이렇게 해요. 일단 승하 씨는 가서 문부터 열어요. 굳이 지금 찾아온 걸 보면 급한 일 같아 보이는데 일을 다 처리한 뒤에 우리 하던 거 마저 해요. 네?”소수빈과 경호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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