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681 - 챕터 690
812 챕터
제681화
슬픔에 젖어있던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다치고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원래 별생각 없던 남자는 멍하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붉게 물든 눈동자에 욕망이 차올랐다. 문득 지난번, 카펫 위에서 그녀를 괴롭혔던 일이 떠올랐고 나지막이 울음을 터뜨리며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침을 꿀꺽 삼키던 그는 아랫배가 팽팽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다치지만 않았더라면 며칠 동안 당신을 별장에 가두고 맘껏 안았을 텐데 말이야.”그녀를 보고 있으면 밤이든 낮이든 가릴 것 없이 그녀를 안고 싶었고 그녀의 몸과 마음을 다 가져야만 비로소 만족했다.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목 안 말라요? 물 좀 마실래요?”정신이 든 이승하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소 비서한테 데려다주라고 할 테니까 얼른 가서 쉬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그녀가 고생하는 게 싫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그를 놔두고 어딜 갈 수 있겠는가?그녀는 가느다란 손을 뻗어 창백한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여기 남아서 당신을 돌볼 거예요. 그래야 나도 안심이 될 테니까.”자신을 돌보겠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지금껏 그를 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연이도 당신이 돌봐줘야 하잖아”“가혜한테 말해두었어요. 하룻밤만 챙겨달라고. 내일 가서 연이 여기로 데리고 올 거예요.”그녀는 모든 일을 다 안배하고 나서야 서둘러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연이를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힘겹게 몸을 가누며 소수빈을 불렀다.“나 좀 욕실까지 부축해 줘.”결벽증이 심한 그는 몸에 핏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 서유와 소수빈이 아무리 설득해도 말을 듣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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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그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의 곁을 지켰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지니 그제야 피곤이 몰려왔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남자는 흐리멍덩한 두 눈을 뜨고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따뜻한 햇빛이 그녀의 온몸에 스며들어 부드러운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약기운이 지나간 후 찾아온 극심한 고통은 그녀를 이리 보고 있으니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창백한 그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떠올랐고 예쁜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해갔다. 그의 걱정 때문에 깊이 잠이 들지 못한 그녀가 이내 눈을 뜨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이마를 더듬었다. 마침 별빛이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와 마주친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늘의 별조차도 이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만큼 빛이 나는 남자였다. 그녀의 마음속에 이승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손을 그의 이마에 얹었다. 체온이 정상인 걸 보니 아마도 더 이상 열은 날 것 같지 않았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가 다정하게 물었다.“배고프죠?”남자는 고개를 젓더니 심한 통증을 참으며 그녀를 자신의 옆에 눕혔다.“잠 좀 자.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그녀는 그의 하인이 아니다. 이런 일은 그녀가 할 필요가 없었고 그저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눈을 감기 전에 등에 난 상처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남자의 긴 손이 그녀의 눈을 덮더니 그녀의 작은 머리를 눌렀다. “얼른 자.”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자 걱정되고 두려웠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고양이처럼 그의 옆에서 웅크린 채로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며칠 동안 쌓은 피로와 당황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그가 무사히 돌아온 후에야 비로소 조금씩 사라졌다. 얼마 후, 자고 일어났더니 의사가 와서 그에게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감염되었기 때문에 약을 바르기 전에 반드시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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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대표님은 어떻게 됐어요?”주서희는 원래 그의 상태를 확인하러 갈 생각이었으나 이승하는 외상을 입으면 늘 여자 의자가 아닌 남자 의사한테서만 검사를 받았었다. 그는 항상 그 누구도 그를 만지지 못하게 하였다. 그의 몸에 손댈 수 있는 여자는 오직 서유뿐이었다. 사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한 여자만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심한 외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내장은 다치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천천히 몸조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그럼 결혼식은 어떡해?”옆에 있던 정가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발렌타인데이인데 이승하가 이 와중에 중상을 입었으니 결혼식을 어떻게 무사히 올릴 수 있겠는가?“지금은 침대에 누워 푹 쉬어야 해. 결혼식은 아마 예정대로 진행하기 힘들 거야. 다시 상의해서 날짜 잡아야지 뭐.”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의 몸 상태를 돌보지 않고 결혼식을 강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가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결혼식 일정을 바꾸는 수밖에...”이때, 옆에 있던 주서희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는 절대 시간을 바꾸지 않으실 거예요.”그토록 서유와의 결혼을 꿈꾸어왔던 그가 어찌 자신이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식을 미루겠는가?그는 늘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었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쳤더라도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하물며 등만 다쳤으니 결혼식을 미룰 이유가 더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주서희를 보며 정가혜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걷기조차 힘든 사람이 시간을 바꾸지 않으면 누워서 결혼식 진행하겠어요?”주서희는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말했다.“못 믿겠으면 우리 내기할까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내기를 하자는 말에 정가혜는 승부욕이 불타올랐다.“좋아요. 2천만 원 내기하죠.”말을 마친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서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너도 할래?”신부가 영문도 모른 채 결혼식 내기에 끼어들다니. 그것도 신랑이 결혼식장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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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윤 선생이 아동심리학도 전공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예요. 연이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할게요.”“윤 선생님 참 대단하네요.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인신고는 언제 할 거예요?”“대표님이랑 서유 씨 결혼식 끝나면 혼인신고 하러 갈 거예요. 대표님 앞서 이런 일 치르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피식 웃던 정가혜는 서유가 옆에 서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왜 아직도 여기 있어?”서유는 경호원들에게 그녀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한 뒤, 소수빈과 함께 이승하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승하는 이미 깨어나 있었고 방 안에는 가면을 든 줄지어 서 있었고 맨 앞리에는 택이가 서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싸늘한 그의 목소리가 텅 빈 방 안에서 들려왔다. “택이 넌 케이시가 앨런을 차로 치어 죽이고 지현우에게 뒤집어씌운 증거를 왕실에 넘겨.”왕실에서 수년간 키워온 자가 왕실 사람을 죽였으니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왕실에서 케이시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현우의 모친인 심혜진은 Y국으로 돌아간 후, 심씨 가문의 권세를 등에 업고 왕실에 케이시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곧 Y국 쪽에서 케이시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현우의 복수를 위해 힘쓰고 있으니 그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그만 손을 떼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현재 가장 어려운 일은 S 조직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던 남자는 까맣고 그윽한 눈으로 눈앞에 있는 멤버들을 훑어보았다.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그가 문 틈새 사이로 슬그머니 돌아서는 서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승하는 그들을 향해 턱을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방금 내가 한 지시대로 당장 움직여.”사람들은 공손히 대답하고는 재빨리 가면을 쓰고 발길을 돌렸다.그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몸매가 좋아 보였으며 각자 다른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은 한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며 서로만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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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결정한 일은 누구도 바꿀 수가 없었다.손을 내밀어 헐렁한 그의 옷을 올려보니 등에는 온통 무균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이런 몸으로 케이시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옷을 입고 침대에서 일어났던 것이다.상처도 다 낫지 않았는데 기어코 결혼식을 강행하겠다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일단 침대로 가서 쉬어요. 결혼식 얘기는 나중에 해요.”조심스럽게 옷을 내리고는 그의 팔짱을 낀 채 그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히려는 찰나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나랑 결혼하기 싫어?”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가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혼식인데 어떻게 나중에 얘기하자는 소리를 하는 건지?“난 당신 상처가 걱정돼서...”“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이랑 결혼부터 해야겠어.”그의 입에서 또 죽는다는 소리가 나오자 그녀는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다급하게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그를 달랬다.“일단 몸부터 추스르고요. 몸이 회복되고 나면 그때 결혼식 올려요. 네?”이승하는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고는 그녀의 손을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는 차가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그의 모습이 두렵기도 하고 멀리 있는 사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은 것 같았다.주먹을 쥐고 망설이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벽을 짚고 침대 쪽으로 한 발짝 한 발짝 힘겹게 걸어갔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교수님, 일주일 내로 제 상처 낫게 해주세요.”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의 요구를 들은 이 교수는 난감했지만 결국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통화를 마친 그가 핸드폰을 집어던지고는 턱을 살짝 치켜든 채 서유를 쳐다보았다.“됐지? 이젠 예정대로 결혼식 진행해도 돼?”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서유는 결국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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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일 년에 수억은 훨씬 넘게 벌고 자산도 수백억대이긴 하지만 2천만 원을 이리 잃게 되니 정가혜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너무 허무하게 쓰여버린 것 같아서 말이다. 왜 주서희와 이런 내기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정말 유치하다.소파에 앉아 쿠션을 잡고는 이를 갈며 바보 같은 자신을 막 뭐라 하는 그녀를 보며 연이가 환하게 웃었다. 아이의 순진무구한 웃음을 보고 주서희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가혜 씨, 빨리 봐요. 연이가 웃었어요.”그 모습을 본 정가혜도 손을 내밀어 연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래, 네가 웃었으니 이 돈도 값어치가 있는 거야.”주서희는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리고 한 손으로 뺨을 괴고는 연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웃다가 고개를 숙이고 레고를 만지작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혜 씨,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아이에게 주려고 했었다. 근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자궁이 없다. 모성애가 가득 찬 온화한 그녀의 눈빛에 왠지 모르게 우울함이 배어 있었다. 그런 주서희의 모습에 정가혜는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서희 씨, 윤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입양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니 낳지 못한다면 아이를 입양해서 내 자식으로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봤어요. 결혼 후에 한 명 입양할 생각이에요.”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연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다. 낳을 수 없다면 입양해서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강한 여인이라 아쉬움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결 방법부터 찾아내는 사람이었다.사랑에 용감한 그녀는 설령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온다면 그녀는 또다시 마음을 열 용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가혜는 그녀와 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잘 버텨왔고 강한 여자처럼 보여도그것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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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정가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카펫 위에 앉아 주서희에게 물었다.“참, 지난번에 나한테 의사 선생님 소개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언제 해줄 거예요?”그러자 주서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소개팅 다시는 안 할 거라면서요?”지난번 정가혜 클럽의 하 매니저가 그녀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 해놓고서는 자신이 소개팅 상대로 나왔었다.정가혜는 그날 카페에서 자신에게 고백하는 하 매니저를 보며 그 상황이 기가 막히기도 하면서 또 웃기기도 했다.설마 하 매니저가 자신을 몇 년간 짝사랑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하지만 상황만을 따지고 보면 두 사람 다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잘 어울리기는 했다. 다만 그녀는 하 매니저가 전혀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그저 성실하고 우직한 사업 파트너 같은 느낌뿐이었다.그와 사업을 함께 할 수는 있어도 스킨십이나 그 이상의 관계를 맺는 건 불가능했다.그날 정가혜는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사이니 완곡하게 상대를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나타난 이연석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이연석 역시 이씨 집안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갑자기 나타나서는 그녀를 안고 키스부터 해버렸다.명확하게 두 사람 사이를 증명하는 그 장면을 보고 하 매니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어 가방을 들고 자리를 벗어났다.하 매니저에게 이연석 같은 재벌 2세와 한 여자를 빼앗을 담 같은 건 없었다. 그 후로 그는 몇 마디 협박으로 더 이상 클럽에서 일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간 짝사랑한 것을 고백한 후 정가혜에게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도 알아버렸으니 더욱더 클럽에서 일할 수 없었다.정가혜는 그를 몇 번이고 설득하려 해봤지만 단호한 그의 태도에 결국 보내주기로 했다.단 한 번의 소개팅으로 일 잘하던 사람을 잃어 정가혜는 홧김에 더 이상 소개팅 같은 건 안 하겠다고 했다.하지만 주서희를 보니 자신도 일편단심 자기만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일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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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요 며칠 서유는 줄곧 이승하의 옆에서 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었다. 그러다 상처에 딱지가 생긴 걸 보고는 계속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았다.그녀는 이 교수가 약을 갈아준 뒤 물었다.“상처가 다 아물고 나면 역시 흉터가 남는 걸까요?”“상처가 얕은 건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질 테지만 크고 깊은 건 조금 힘들 것 같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일 좋은 약으로 어떻게든 흉지지 않게 노력해볼게요.”확답은 아니었지만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과 의사라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서유는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히 풀었다.“감사합니다, 이 교수님.”“뭘요.”이 교수는 서유와 얘기를 마친 뒤 이승하에게 인사하고는 의사들을 데리고 떠났다.서유는 그들이 떠난 뒤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내일모레면 지현우가 땅에 묻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일 영국으로 가서 언니 유골함을 그쪽에 보내주려고요.”지현우의 아버지는 오늘 아침 그녀에게 합장할 시간에 늦지 않게 빨리 영국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케이시는 Y 국 왕실의 손에 의해 감옥으로 보내져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들어가고 얼마 가지 않아 자살로 죽어버렸다.케이시가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를 죽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은 심혜진밖에 없다.그녀는 지현우가 죽으면 케이시도 죽여버리겠다고 했었으니까. 심씨 가문 외동딸인 그녀가 내린 결정이라 지씨 가문에서 아무리 케이시를 보호하려고 해도 어찌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김초희와 지현우의 일은 함께 땅속에 묻히는 순간 모든 게 끝이 나게 된다.내일 바로 Y 국으로 간다는 그녀의 말에 노트북을 매만지던 남자의 손이 멈춰버렸다.이승하는 시선을 들어 서유를 보며 물었다.“꼭 가야만 하는 거야?”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언니를 위해 하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해줘요.”이승하는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노트북을 내려놓고 소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Y 국으로 가는 전용기 준비시켜 놔.”그는 지시를 내린 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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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모르는 서유는 유골함을 꼭 안고 그에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같이 안 오셨어요?”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불안감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아 보이자 연이에게 시선을 주었다.연이는 이승하와 시선이 마주치고는 서둘러 눈을 피하며 손에 든 인형을 바라보았다.이승하는 그저 한번 보기만 할 뿐 곧바로 다시 시선을 거두어들였다.연이는 이승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고 나서야 다시 몰래 그를 훔쳐보았다.아이는 지금 이승하의 반대편에 앉아 있기에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눈앞에 있는 아저씨는 어딘가 야윈 듯했지만 여전히 잘생기고 멋있었다.다른 사람과 비교도 안될 만큼 마치 천사들의 가호를 받는 사람처럼 그렇게 얼굴에서 빛이 났다.연이는 이승하를 한참이나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제일 소중한 인형을 그에게 건네주었다.사방이 어두운 작은 방에 갇혀 거의 죽을 뻔했던 그때 이승하가 문을 열고 들어왔었다.그는 햇빛을 등진 채 마치 신의 사자처럼 걸어와 아이의 앞에 섰다.그러고는 뒤따라온 사람들에게 철창을 열게 만든 다음 총을 허리춤에 넣어두고 단숨에 연이를 품에 끌어안았다.연이는 그의 체온을 느끼자마자 바로 큰 소리로 울어버렸다.“아저씨, 나 목말라요. 그리고 배고파요...”그때도 이승하는 아이의 눈물을 눈앞에서 보고는 지금처럼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저 큰 손으로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연이에게 이승하는 차갑고 냉랭한 사람으로 비쳤다. 아이를 앞에 두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으니까.하지만 그날 울고 있던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며 안정감을 주었을 때 아이는 그 어떤 말보다 더 안심되었다.이승하는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이었고 그건 서유를 향한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언제 어디서나 그녀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이건 연이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연이는 이 아저씨라면 엄마가 남기고 간 인형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초희는 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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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전용기가 무사히 착륙하자 S 조직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이승하 일행의 뒤를 따랐다.서유는 연이의 손을 잡고 있었고 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은 채 세 명은 그렇게 유유히 공항 밖으로 빠져나왔다.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족이었다.남자는 고고하고 위엄있었고 여자는 우아하고 단아하며 아이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게다가 그들 위에는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그중 선두에 선 두 명 역시 꿀리지 않는 외모였다.그들의 등장에 공항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멈춰 구경했고 또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이승하 일행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차량 쪽으로 걸어가 공항을 벗어났다.그들은 Y 국의 별장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뒤 그 다음 날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묘원으로 향했다.묘원에 도착해보니 지씨 가문 사람들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이씨 가문과 지씨 가문의 선대 가주들은 비즈니스적으로 많이 부딪혔기에 이승하는 연이를 데리고 차 안에 남았다.서유는 유골함을 들고 심이준과 조지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소수빈과 그가 데려온 경호원들의 안내에 따라 서서히 안쪽으로 다가갔다.지현우의 묘비 앞, 지강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묘비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아내 심혜진은 대성통곡을 했다. 그 뒤로 가문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애도를 표했다.“회장님, 사모님, 김초희 씨의 유골함이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누군가의 언질에 지씨 가문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서유가 유골함을 든 것을 보더니 자연스럽게 길을 터주었다.서유는 사람들을 지나 지강현과 심혜진의 앞에선 다음 유골함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다.심혜진은 김초희와 지현우의 합장이 못마땅한 듯 김초희의 유골함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지강현 역시 그저 눈길 한번 주더니 옆에 있는 한 남자에게 말했다.“넣어 놔.”남자는 서유의 손에서 유골함을 건네받고는 지현우와 함께 묻어주었다.서유는 묘비에 새겨진 ‘지현우의 아내 김초희’라는 글과 어린 시절 두 사람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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