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804 챕터
제661화
친부녀 사이는 항상 신기하게도 서로 눈만 마주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지현우는 손가락을 들어 부드럽게 연이의 통통한 볼을 감싸 안으며 더없이 진지하게 말했다.“연아, 네 아빠가 한 말은 모두 거짓이야. 아빠는 너랑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그는 오늘 자신이 살아서 이 별장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만약 오늘이 그의 기일이라면 연이가 자신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영원히 모르기를 바랐다.그는 아버지의 책임을 다한 적도 없고, 연이를 돌본 적도 없으니 연이의 입에서 아빠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었다.지현우의 손가락은 연이의 눈에서부터 어깨를 쓰다듬더니 아쉽게 놓아줘야만 했다.삼촌이 자신을 놓아주려고 하자 당황한 연이는 얼른 그를 껴안고 울부짖었다.“삼촌, 빨리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해요. 아니면 절대 삼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지금 이 순간까지, 연이는 여전히 케이시가 자기를 봐서라도 지현우를 풀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연이는 누가 자기 친아빠인지 알고 싶지 않았고, 단지 마음속에는 아빠와 지현우가 똑같게 중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연이는 지현우에게 사과하라고 달래고는 다시 울면서 케이시에게 사정했다.“아빠, 연이가 삼촌을 좋아하는 걸 봐서라도 그냥 풀어주면 안 돼요?”연이는 아빠가 삼촌이랑 화목하게 지내길 바랐다. 두 사람과 함께 자라면 행복할 것 같았다.하지만 케이시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옆에 서서 연이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연이는 케이시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온유하고 부드러웠다.연이에게 실망한 것 같았다. 아주 실망해서 더 이상 연이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연이는 순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아빠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지현우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연이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지현우의 다리에서 내려와 다시 케이시 곁으로 갔다.“아빠, 연이가 표적이 될게요. 총을 삼촌한테 주세요.”연이는 말을 마치고 머리를 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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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이를 깨달은 지현우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총을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스크린아래에서 그가 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연이를 바라보았다.그 보들보들하고 작은 얼굴, 눈매, 윤곽은 그와 매우 닮았지만 눈은 초희처럼 맑고 깨끗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이렇게 깨끗한 눈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으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지현우는 연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아, 삼촌이랑 약속 하나만 해 줘.”“좋아요.”연이는 묻지도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현우는 연이의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고 아주 아쉬웠지만 꾹 참고 입을 열었다.“먼저 돌아서 있어.”연이는 고분고분 돌아섰다.포동포동한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현우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연아, 이따가 총소리가 나도 돌아보지 마. 삼촌이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알겠어?”“네!”연이가 큰소리로 응답하자 극장 전체가 그 젖먹이 목소리로 메아리쳤다.지현우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눈동자를 늘어뜨리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와 손등에 떨어졌다.그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가볍게 닦은 후, 갑자기 그 총을 들고 벽에 네 발을 연발했다.이 총은 케이시가 총알 세 개를 꺼냈으니 안에 세 개가 남았다. 연이가 한 번 쏜 것이 비었고 지금 연발한 4발 중 2발은 비었고 2발은 총알이 나왔다.이제 총알은 딱 하나 남았다.지현우는 그 총알을 자신에게 남겼다.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을 거두어 심장 쪽으로 겨누고 힘껏 쏘았다.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살 자격이 없었지만 김초희를 만나러 갈 용기가 없었다.이제 이 총은 오히려 그를 해방시켰다. 다만... 그가 가장 아쉬운 건 그의 딸이었다.그는 붉게 상기된 눈을 들어 뒤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연이는 그의 말을 매우 잘 들었다. 단지 8개월을 함께 지냈을 뿐이지만 연이는 그를 좋아했다.이 순간, 지현우는 문득 연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졌다...귀여운 딸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아빠라고 부르면 어떤 기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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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그렇게 많은 피를 보고 연이는 금방 깨달았다.방금 삼촌은 그녀에게 총을 쏘지 않고 자신에게 총을 쏜 것이다.삼촌은 연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표적이 된 것이다.연이는 삼촌을 보러 가야 했다...강한 집념에도 연이는 경호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무력한 연이는 순간 큰 소리로 울었다.“삼촌, 얼른 일어나서 연이 안아주면 안 돼요?”지현우는 의자에 앉아 여전히 덤덤한 자세를 유지했다.그는 연이를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로 힘겹게 연이를 달랬다.“연아... 울지 마.”그가 이 말을 꺼냈을 때 몸속의 선혈이 쏟아져 나왔다.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솟구치는 피를 보고 놀란 연이는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아빠, 삼촌 좀 살려주세요. 빨리 살려주세요.”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그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군화를 신은 발로 지현우에게 다가가 코웃음을 쳤다.“지현우, 너한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케이시는 지현우의 입술에서 흘러내린 피를 손가락으로 몇 번 문지른 후 허리를 굽혀 그를 보았다.“너랑 초희가 정식으로 사귀던 날 내가 한 말 기억해?”케이시는 언젠가 지현우가 자살하게 만들고 지씨 가문의 모든 것을 빼앗을 거라고 했다.지금, 지현우가 죽었으니 그다음 목표는 지씨 가문이었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케이시는 손을 들어 지현우의 핏기 없는 얼굴을 두드렸다.“지현우, 네 딸은 내가 잘 키울게.”케이시는 얄밉게 웃더니 몸을 곧게 펴고 계단을 내려갔다.경호원은 케이시가 떠나자 즉시 연이를 안고 극장을 떠났다.경호원에게 안겨 간 연이는 작은 몸을 뒤틀며 목을 길게 빼고 울며 돌아보며 외쳤다.“삼촌!”의식을 잃어가는 지현우는 연이의 목소리를 듣고 억지로 버티며 나지막이 말했다.“연아...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총 놀이는 그만하고.”비록 낮은 목소리였지만 연이는 그 소리를 듣고 대답했다.“알겠어요. 다시는 총 놀이 안 하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삼촌도 꼭 잘 살겠다고 약속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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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정가혜 별장, 서재.서유는 자를 들고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녀가 충분히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은 계속 비뚤어지고 있었다.심장이 너무 불편하고 뭔가 잃을 것 같은 영문도 모르는 기분이 그녀를 끌어당겼다.서유는 너무 불안해서 아예 필을 내려 놓고 의자에 기대어 미간을 비볐다.책상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서유는 이승하의 전화인 것을 보고 손을 뻗어 수화 버튼을 누르고는 핸즈프리를 켰다.“승하 씨, 어떻게 됐어요? 지현우는 봤어요?”전화기 너머로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비로소 서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천천히 서유의 귀에 들려왔다.“서유야, 지현우 마지막 모습 보러 와.”서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답답하고 조금 아프기도 했다.이 감정은 그녀의 것이 아닌데 그녀는 컨트롤할 수 없이 휘어 잡히고 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허둥지둥 일어나다가 실수로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다.서유가 아파서 쉰 소리를 내자 휴대폰 너머의 남자는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분명히 그녀가 매우 급하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서희네 병원으로 옮겨졌고 내가 너한테 사람을 보냈어.”서유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꼿꼿한 몸매의 이승하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병실 입구에 똑바로 서 있었다.“좀 어때요?”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이승하 앞으로 달려갔는데, 너무 급해서 이마에 땀이 촘촘히 맺혔다.이승하는 양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땀을 닦아주면서 대답했다.“피는 멈췄지만 총알이 심장 부위에 박혀서 구할 수 없어.”오는 길에 서유는 이미 전화로 지현우의 상황을 물었고 또 케이시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서유는 분명 케이시에게 지현우가 묘원에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케이시가 이렇게 빨리 지현우를 찾을 줄이야.‘케이시 이 사기꾼. 8개월 시간이 되어서 지현우를 찾아 연이를 돌려받으러 왔다더니. 이건 분명 지현우 죽이러 온 거잖아!’서유가 케이시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지현우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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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지현우는 그녀의 뺨을 만지던 손을 힘없이 내리더니 손끝을 스치다가 그녀의 긴 곱슬머리에 닿았다.김초희는 그렇게 긴 머리가 아니었다.지현우의 흐릿한 시선 속에 처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목구비의 윤곽이 서서히 떠올랐다.서유였다. 김초희가 아니었다.그가 또 사람을 잘못 보았다.지현우의 빛을 발하던 눈 밑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시선을 옮긴 채 천천히 그 심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그를 안심시켰다.“서유...”그는 간신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옆에 앉은 서유는 그가 정신을 차리자 서둘러 눈물을 닦고 그에게 다가갔다.“형부.”비록 지현우가 전에 그녀를 괴롭혔지만 서유는 그를 형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선량함에 지현우는 죄책감에 눈을 늘어뜨렸다.몇 초 동안 묵묵히 있다가 갑자기 입을 열더니 서유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미안해...”죽음이 임박해서인지, 지현우 역시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나쁜 놈이었는지를 깨닫고 뒤늦은 사과를 했다.서유는 지현우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을 알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지만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현우는 생기가 없는 눈동자로 서유를 바라볼 때, 담담한 기색 속에 약간의 구걸이 섞여 있었다.“우리 계약 기억하죠?”“기억해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 언니 대신 프로젝트 완성.두 번째, 언니의 한 달 대역.세 번째, 지현우는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세 번째...”지현우는 세 글자를 어렵게 말하고는 곧 힘이 빠졌다.그는 병상에 누워 선혈이 낭자한 침대 시트를 잡고 오랫동안 쉬다가 선혈이 묻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나 대신... 연이를 돌봐줘요.”그가 말하지 않아도 서유는 연이를 돌볼 것이다.“형부, 걱정 마요. 내가 연이를 잘 돌볼게요.”지현우는 이승하가 서유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드시 연이를 찾아 데려올 것이다. 그래서 케이시가 연이를 데려갈 때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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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그녀가 대답하자, 지현우는 안심하고 입꼬리를 말았지만 눈은 간신히 입구 쪽으로 돌렸다.그곳에는 여전히 보호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곧게 서 있는 차갑고 고귀한 그림자가 있었다.그 말 하지 않은 답을 문밖의 그 남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김초희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언제부터일까. 아마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제멋대로 그의 차 뒤를 쫓아갔을 때부터였을 것이다.그는 백미러를 통해 그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볼 때마다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떤 사람들은 항상 사랑을 알지 못한다. 잃고 나서야 알게 되고 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 된다.죽음을 앞두고 나니 인생의 조각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빨리 스쳐 지나갔다.지현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김초희를 뼈저리게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그는 눈을 감기 전에 떨리는 손을 내밀어 마지막으로 심장을 만지며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초희야, 사랑해. 나도 너 사랑해.하지만, 그는 힘이 없다.끝내 그는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김초희는 그를 배웅하러 오지 않았고 문밖은 텅 비어 있었다.병상의 남자는 그런 아쉬움으로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귓가에 들려오는 의료기기의 소리, 그리고 가슴을 찢는 조지의 울부짖음 소리.이 소리를 서유는 전혀 듣지 못했고 그저 옆에 앉아 조용히 지현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은 마치 인간 세상에 떨어진 천사와 같았다. 지금 그의 몸은 먼지로 돌아가고 영혼은 조용히 떨어져 나갔다.그는 자신이 속한 곳으로, 또는 언니가 있는 곳으로 가겠지. 어쨌든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속하지 않다.서유는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하얀 손을 내밀어 지현우가 방금 허공에 뻗었다가 떨어진 손을 잡았다.순간 그녀는 지현우가 세상을 떠나기 전 무엇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고, 그 손을 가볍게 자신의 심장에 올려놓았다.그의 손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의 청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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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심이준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 지현우의 몸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그는 영안실에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흰 천으로 덮인 지현우를 보고 있었다.서유가 본 것과 달리 지금 이 순간의 지현우는 깨끗이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는 잠든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에 누워 있었다. 아무런 죽음의 기운도 없이 고요했다.심이준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지현우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스승님...”그는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지현우가 잘 때 누군가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일어나 상대방을 한 대 때렸을 것이다.그런 지현우였는데, 지금은 조용히 누워 그의 방해를 받고 있지 않았다.심이준은 코끝이 찡해지며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스승님, 왜 이러고 계세요? 제가 이길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하셨잖아요?”그가 출사하던 날, 지현우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준아, 네가 나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받으면 내가 너를 위해 황금 오두막을 지어줄게.”지현우는 심이준이 황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가끔 작은 황금을 사서 그의 황금 창고에 넣었다.분명 심이준을 위해 산 것이지만 입으로는 앞으로 돈이 없으면 그 황금 창고를 턴다고 했다.그의 스승님은 좋은 사람도, 철저한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슬픈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는 표현을 잘 못 하는 것 같고 항상 반대로 말해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오직 심이준만이 그가 외롭다고 여겼다.가끔 그가 김초희의 사무실에서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을 보면 불쌍하게 느껴졌다.그럴 때마다 심이준은 그를 웃기려고 노력했다.비록 허술한 농담이었지만 지현우는 항상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한마디 했다.“이준아, 가죽이 근질근질하지?”그러면 심이준은 뻔뻔스럽게 대답했다.“가죽은 괜찮은데 살이 가려워요. 스승님께서 좀 긁어주실래요?”심이준은 얼어붙은 지현우의 몸을 바라보며 울면서 말했다.“스승님, 나 가죽이 가려워요. 일어나서 좀 긁어주시면 안 돼요?”분명히 우스꽝스러운 말인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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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심이준은 무릎을 꿇고 지현우를 향해 세 번 절했다.그는 지현우와 약속했다. 획득한 트로피가 스승님을 능가하면 지현우는 그에게 황금오두막을 지어주겠다고.하지만 이번 생은 불가능해졌다.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지현우의 제자로 살 수 있기를 바랐다.그때가 되면 심이준이 황금오두막을 지어 스승님께 드릴 것이다.이번 생에 받은 은혜를 보답할 겨를도 없이 가버렸으니...심이준이 무릎을 꿇고 오열하자 조지가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임종 전에 소유했던 회사를 이준 씨에게 맡기고 갔어요.”“이준 씨가 회사를 이끌고 전 세계를 제패하기를 바랐어요.”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는 늘 심이준을 강하게 만들었다.그의 스승님은 생전에 그를 후원하고 가르쳤고, 죽을 때까지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천성이 쾌활하던 심이준은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서유는 여전히 병실에 앉아 이승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승하는 택이를 보내 케이시의 전용기를 막으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결과를 얻지 못했다.서유는 조지를 통해 케이시가 연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총 쏘는 것만 가르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케이시의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연이가 직접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이게 하기 위해서였다.지현우가 유언을 남기지 않더라도 서유는 연이가 이렇게 미친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걸 놔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반드시 연이를 데려와야 했고, 연이에게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주어야 했다.이것이 그녀가 언니와 형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택이의 전화가 걸려왔다.서유는 재빨리 몸을 곧게 펴고 긴장한 표정으로 이승하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남자는 그녀 앞에서 숨김없이 핸즈프리를 켰고, 이내 택이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죄송합니다. 착오가 생겨 목표물을 요격하지 못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승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까짓 것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 너희들 대체 뭐 하는 거야?”전에 이승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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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서유는 강세은을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에게서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고귀함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녀 앞에서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서유의 손을 잡고는 깍지를 끼었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꼭 잡고 늘씬한 다리에 그녀의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강세은을 바라보았다.“케이시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봐. 아니면 본사로 돌아가서 벌을 받던지.”인사치레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일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강세은은 그가 서유의 오해를 살까 봐 이러는 것이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승하를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왔다.더는 긴 말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가방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 가면을 꺼내 이승하에게 건네주었다. 그건 양아버지의 가면이었다. 이승하한테 지씨 가문과 왕실 사이의 원한에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한편, 지현우가 케이시 때문에 죽게 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지씨 가문에서 알게 되었고 현재 Y국의 행세는 매우 복잡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부 왕실의 일원들은 이승하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 일에 끼어든다면 S 조직까지 연루됐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께서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가면을 건네받은 이승하는 손가락으로 몇 번 문지르더니 옆으로 내동댕이쳤다.“지씨 가문과 왕실 사이의 일은 상관할 생각 없어. 그러나 내 아내의 조카딸은 반드시 내가 직접 찾아올 거야.”강세은은 양아버지의 충고조차 듣지 않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더니 이내 서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대표님, 아버지께서는 대표님과 서유 씨의 결혼을 못마땅해하셨지만 대표님의 선택을 존중하셨어요. 그러니 대표님께서도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S 조직은 그녀의 양아버지가 만든 조직이었다. 비록 현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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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그녀가 깨어났을 때 이승하는 이미 Y국으로 떠난 상태였다. 그에게 거의 화를 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Y국으로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이 그녀가 잠든 사이에 홀로 떠났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의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직 비행기 안이라고 짐작했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정가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와서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 그녀를 부축했다.“왜 바닥에 앉아 있어?”심장이 떨려 그녀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였고 벽 구석에 몸을 기대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감을 찾았다.“이 사람 언제 간 거니?”정가혜는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앉힌 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아침에 떠났어. 지금쯤 아마도 비행기 안이겠지. 걱정하지 마. 도착하면 너한테 연락할 거라고 했어.”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미간을 눌렀다.“케이시가 현우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 전에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했었어. 나 지금 너무 불안해.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단 말이야.”그 생각에 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Y국으로 가는 비행표를 예약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정가혜가 그녀를 막아섰다.“이승하 씨가 너한테 집에서 푹 쉬라고 했어. 반드시 언니의 아이를 데리고 올 거라고도 했고.””정가혜는 그녀의 핸드폰을 낚아채며 말을 이어갔다.“지금 너한테는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 지현우 씨 부모님이 오셔서 지현우 씨의 시신을 가져가겠다고 해. 조지는 너희 언니와 함께 묻어달라는 그의 유언대로 시신을 가져가는 걸 막고 있어. 지금 병원에서 양쪽이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 모양인데 서희 씨가 너한테 결정을 내리라고 하더라.”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찾아가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지현우가 언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유언을 서유에게 남긴 이상 이 일은 서유가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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