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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3일 후, 유선우는 B시로 돌아왔다.

저녁, 어둠이 드리워진 별장에 검은색 차량이 들어와 시동을 껐다.

운전기사가 내려서 차 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문을 닫았다. 물건을 들려고 하는 운전기사를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내가 직접 올려갑니다.”

거실에 들어서자 고용인들이 몰려왔다.

“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쓰러져서 사모님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위층에 계십니다.”

조씨 가문의 일은 유선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 무거운 심정으로 짐을 들고 올라와 침실 문을 여니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짐을 내려놓은 유선우는 넥타이를 풀면서 침대 옆에 앉아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결혼 후, 조은서는 항상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물건 정리라거나, 디저트 만들기라거나. 만약 그녀의 예쁜 외모와 몸매가 아니었다면 유선우에게는 진짜 가정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한참이 지나도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출장을 다녀온 유선우는 피곤했다. 조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옷장에서 가운을 가진 후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조은서처럼 나약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유선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이미 그의 짐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원래의 부드러운 아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유선우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샤워실에서 나온 그가 원래 자리에 있는 캐리어를 봤을 때, 유선우는 조은서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선우는 소파에 앉아서 아무 잡지나 들었다.

한참 지나서야 시선을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

“아버님은 좀 어떠셔? 그날 밤은... 이미 진 비서를 혼냈어.”

성의 한 톨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말투였다.

조은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유선우와 시선을 맞추었다.

거울 속의 유선우는 선명한 이목구비에 우아한 자태를 가진 남자였다.

한참을 보던 조은서는 눈이 뻐근해질 때야 입을 열었다.

“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

유선우는 놀라서 굳어버렸다.

그날 밤에는 확실히 조은서의 기분을 상하게 한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조씨 가문의 일을 안 후, 유선우는 바로 진 비서를 병원으로 보냈다. 다만 조은서가 거절했을 뿐이다.

이건 조은서가 처음으로 유선우의 의견에 거절 의사를 보인 것이다. 예전의 조은서는 매우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유선우는 옆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고개를 숙여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옅은 연기를 뱉어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며칠 전에는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더니... 이제 며칠이 지났다고 이혼 얘기까지 꺼내? 사모님 소리를 듣는 게 지겨워서 서민 생활이라도 체험해 보고 싶은 거야? 조은서, 네가 나가서 일을 해봐. 다른 사람들이 상사 눈치를 보고 야근까지 하면서 고작 한 달에 몇백만 원을 받는데, 당신은 700평짜리 별장에서 사모님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 그런데 뭐가 불만이야!”

...

그의 말투는 매정하고 각박했다.

조은서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입술로 미소를 짓더니 얘기했다.

“사모님이요? 이런 사모님이 어디 있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선우를 끌고 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홱 열었다.

안에는 주얼리를 정리해 놓은 진열대가 있었는데 전부 잠겨있었다.

조은서는 비밀번호를 몰랐다. 이건 모두 진 비서가 관리하는 것이었다.

조은서는 그 주얼리들을 가리키며 자신을 비웃듯 얘기했다.

“어느 사모님이 주얼리 하나 때문에 남편의 비서에게 얘기해야 해요? 어느 사모님이 돈을 쓸 때마다 남편의 비서한테 신청하냐고요! 어느 사모님이 택시를 탈 돈도 없는데요? 선우 씨가 얘기해 봐요. 사모님이라는 게 다 이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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