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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아버지 죽음의 진실

만약 본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미리 알았다면 승우는 절대 그 편지를 숨기지 않았을 거다.

승우는 편지에 적힌 시간보다 1시간 일찍 GH빌딩에 도착했다. 그날 옥상에서 본 이성호는 원래보다 열 살은 늙어 있었다.

이제 막 공은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데다, 도준이 보복할 거라는 생각에 큰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탓이었다.

하지만 기척을 들은 순간 그의 눈은 반짝 빛났었다.

“네 엄마는? 혹시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승우는 아버지에게 본인이 시윤에게 느끼는 감정을 영원히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옆에만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앞에서 친동생을 좋아한다는 말을 도저히 내뱉을 수 없었다. 천륜을 배반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까.

때문에 이성호의 물음에 승우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안 왔어요.”

그 순간 이성호의 눈에 있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

얘기를 이어나가는 승우의 눈에는 고통과 회한이 가득했다.

“그 한마디 때문에 아버지가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릴 줄 알았다면 절대 그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시윤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고개를 마구 저으며 뒷걸음쳤다.

“그러니까 아빠는 도준 씨 때문에 돌아가신 게 아니라 가족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아빠를 버렸다고 생각해서 속죄하려고 했던 거야?”

“왜...”

시윤은 고개를 번쩍 들어 승우를 바라봤다.

“왜 그랬어? 왜 편지를 숨겼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승우는 시윤을 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내가 너 좋아하니까. 우리가 친남매인 줄 알고 그 마음이 드러날까 봐 두려웠어. 미안해, 윤아...”

승우는 점점 무너져가는 시윤의 머리를 만지려 했지만, 시윤이 차갑게 뿌리쳐 버렸다.

심지어 낯선 사람을 보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빠는 이제부터 내 오빠 아니야. 나한테 아빠를 해친 오빠는 없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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