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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주방 문의 방음 효과는 꽤 괜찮았다. 그 한마디만 어렴풋이 들리고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강은우는 안영 그룹 영업팀 팀장으로 고객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상대를 자주 “자기”라고 부르는 것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너무 잦아서 들키기 쉽다”는 말은 뉘앙스가 이상했다.

서유는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서유의 청초한 얼굴에 강은우는 잠깐 얼어붙었다.

“서, 서유 씨...”

강은우는 잠깐 흠칫하더니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객님이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고 대량 반품하겠다네요. 전화 와서 저한테 처리하라고 하는데 저도 회사 쪽에 반품 신청을 해야 하거든요? 이걸 다 해결해야 갈 수 있어서 지금 제발 시간을 좀 달라고 사정하는 중이었어요...”

그럴듯한 변명이었지만 “너무 잦아서 들키기 쉽다”는 말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직접 따져 물을 생각이 없었던 서유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저한테 뭘 그렇게 많이 설명해요? 전 은우 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도 못했는걸요?”

강은우는 그 말을 듣자 긴장이 풀렸다.

“전 혹시라도 서유 씨가 오해할까 봐 걱정돼서 잘 설명할 생각이었을 뿐이에요.”

서유는 식판을 들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제가 문을 열려고 할 때 은우 씨가 마침 문을 열었거든요. 엄청난 우연이죠?”

서유는 식판을 냉장고 안에 넣었고 강은우는 그제야 모든 의심이 풀렸다.

서유는 주방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려고 한 것뿐이지, 일부러 그의 통화 내용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닌 듯했다.

강은우는 “그러게요”라고 짧게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

고개를 돌려 강은우의 뒷모습을 눈에 담은 서유는 어쩐지 불안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정가혜에게 알려야 할지 주저했다. 정가혜는 강은우를 많이 사랑했고 그만큼 그를 많이 믿었다.

만약 그녀에게 이 일을 알린다면 어쩌면 그들의 감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얘기하지 않는다면 또 친구인 그녀에게 미안했다.

서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정가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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