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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평소에 쿨하고 제멋대로인 바람둥이 도련님이 이렇게 당황한 모습은 처음 본다. 설마 이 사람...

“연석 씨, 왜 그렇게 신경 쓰고 긴장해요? 정말 날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

그녀의 말에 그는 행동을 멈추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여자한테 마음이 생겼다니. 그럴 리가 있나? 3년이라는 세월, 함께 몸을 섞었던 사이라 그저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만났었는데 어떻게 이혼한 여자에게 마음이 갈 수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육성재는 우리 둘째 형의 원수예요. 그리고 당신은 내 전 여자 친구고. 그 사람과 얽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억지스러운 이유였지만 정가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바람둥이인 이연석은 그녀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이혼녀인 그녀도 그와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지난 3년은 그저 장난에 불과했을 뿐, 그 누구도 누구에게 신경 써서는 안 되는 사이었다.

정가혜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말고요.”

그녀는 저 멀리 복도 끝에 서서 이연석을 기다리고 있는 안희연을 쳐다보았다.

“안희연 씨는 투정도 많이 부리고 성격도 안 좋지만 그게 다 당신을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이왕 재결합한 거 잘 해줘요. 또다시 사람 갖고 놀지 말고. 여자한테 꽃 같은 시절은 얼마 안 되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이연석을 밀어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쳐다보면서 이연석은 벽을 짚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한편, 서유는 디저트 가게에서 정가혜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몇 가지 구입한 뒤, 클럽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음흉하고 악랄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그녀는 재빨리 눈을 내리깔고 옆으로 걸어갔다.

“잠깐만요.”

TV 속 성우의 목소리처럼 듣기 좋은 그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마력이 있는 것처럼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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