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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케이시는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채 후회막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지현우를 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아까 그랬지? 너는 네 그 입 때문에 팔자가 꼬일 수밖에 없다고. 어때? 이제야 내가 한 말이 뭔 뜻인지 알겠어?”

지현우가 만약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더라면, 독선적이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연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도 진작 알았을 것이고 말이다.

지현우는 지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 언제나 남 위에 있어야 직성이 풀렸고 온 세상이 자기 것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 당시 조그마한 우리 안에 갇혀있던 케이시는 지씨 가문의 장남은 자신일 텐데 대체 왜 자신은 그늘 속에 있어야 하고 지현우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활개를 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그를 낳은 어머니가 술집 여자라서?

그는 그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이렇게 된 건 전부 지현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가 태어나는 바람에 자신이 누려야 할 것들이 전부 다 사라지게 된 것이라며 말이다.

지현우만 없었더라면 지씨 가문에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떠돌이 생활했을 때 그는 김초희를 위해 음식을 뺏다가 죽을 듯이 맞아댄 적도 있었다. 그 당시 지현우는 차 안에서 마치 천민에게 호의를 베풀듯 그저 ‘그만해.’라는 한마디만 던졌다.

그리고 그날부터 김초희의 눈에는 오직 지현우밖에 없었다.

지현우가 대체 뭐길래.

만약 자신이 김초희가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돈을 지원해줬었다면, 만약 그날 차 안에서 오만하게 그들을 내려다보던 사람이 지현우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면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달랐을까?

그녀를 먼저 알게 된 것도 자신이었고 그녀 옆에서 어둡고 시린 밤을 함께 보내준 것도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무색하게도 지현우는 그저 한 번의 등장만으로 그 시간을 산산조각내버렸다.

왜 지현우는 항상 자신의 것을 앗아가는 걸까.

왜 가족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그의 빛마저 탐을 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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