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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감정에 멋대로 휘둘리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질문은 방식만 달랐을 뿐 송재이도 여러 번 그에게 물었었다.

얼마 전 그날 밤, 설영준은 홧김에 침대 위에 누워있던 그녀에게 그 답을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는 곧바로 다시 없던 일로 했다.

그의 한마디에 그녀가 얼마나 행복해할지 뻔히 알면서도 그는 습관적으로 입을 닫고 진심을 숨겼다.

설영준은 이제껏 무언가에 얽매이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송재이와 함께 할 때는 오로지 그녀의 몸만 탐했으며 주현아와 약혼한 것도 비슷한 조건의 아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여자는 필요로 인한 것이거나 자신을 밝혀줄 액세서리에 지나치지 않았다.

설영준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한다 해도 곧바로 그 마음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다.

누군가에게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 따위에 멋대로 휘둘리게 되는 것을 그는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진심이 되면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들이 머리를 지배할 테고 그렇게 되면 그는 지금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 테니까.

설영준은 그런 감정에 자신을 맡기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되도록 용납할 생각도 없다.

민효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의 답을 기다렸다.

설영준은 담담하게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여자예요.”

이 대답은 모든 걸 설명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애매한 그런 답변이었다.

민효연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녀는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설영준이 남녀 사이에서 이토록 자신감 없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녀와 설영준의 대화는 언제나 이렇게 꼭 맛만 보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라 구태여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민효연은 시선을 내리며 짧게 웃었다.

평소의 그녀였더라면 이쯤하고 이야기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겠지만 주씨 가문을 절벽 바로 앞까지 밀어 넣고 그 때문에 주현아가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가게 만든 설영준이 오늘따라 괘씸해 보여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결국 한 번 더 입을 열고야 말았다.

“설 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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