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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이 슬리퍼를 신은 남자가 또 있었을까?

송재이는 지금 그와 자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설영준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집요하게 따라오는 그의 손길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못하도록 아예 벽에 몰아세워 버렸다.

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그를 힘껏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을 받고도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새삼스럽게 왜 이래?”

“오늘은 하기 싫다고!”

송재이는 그의 손등을 할퀴며 벗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식 웃으며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곧이어 그녀의 벨트가 풀리고 설영준의 손은 그녀의 배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폭풍우가 내리치는 밖과 달리 집 안은 농밀한 분위기가 한껏 감돌고 있었다.

그의 손길에 그녀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딴 짓 하려고 널 집으로 데려온 거 아니야.”

송재이는 간신히 숨을 고르고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이딴 짓’이라는 말에 설영준은 흥이 다 깨진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딴 짓 한두 번 한 것도 아닐 텐데?”

그는 그녀의 얼굴을 홱 돌려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소유욕이 물씬 묻어나 있었다.

설영준은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겹쳐왔다.

조용한 공간 속에 두 사람의 입술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문예슬과 그런 일이 있어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했지만 자꾸 파고 들어오는 그의 열기에 송재이는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은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송재이는 지금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고개를 뒤로 돌린 채 허리가 잔뜩 꺾여있었다.

설영준은 그녀의 입술이 통통하게 부어오르고 나서야 천천히 놓아주었다.

“나... 나 오늘은 정말 힘들어.”

“그럼 빨리 자.”

그는 예상외로 쉽게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기기 전 그녀의 엉덩이를 두어 번 두드렸다.

아까 그녀가 말한 ‘이딴 짓’이라는 단어 때문에 욕구가 갑자기 사그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영준은 욕실로 들어가기 전 마치 허물을 벗듯 옷을 하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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