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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실망했어요?”

한지영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백연신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실망 안 했어. 임신은 천천히 해도 돼. 그보다 이제 거기서 나와.”

“나 지금 못 나가요.”

한지영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갑자기 터진 거라 나 지금 생리대도 없단 말이에요. 연신 씨가 나가서 사다 줘요.”

그 말에 백연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생리대를 사 오라고?”

오늘 밤 그는 벌써 두 번이나 삑사리가 났다.

“아니면요? 내가 피를 뚝뚝 떨구며 나가서 사 올까요?”

한지영은 피가 뚝뚝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도우미한테 사 오라고 할게.”

“안돼요!”

한지영이 다급하게 그를 제지했다.

“민망하단 말이에요. 그리고 시간도 늦었는데 좀 미안하잖아요. 그냥 연신 씨가 사다 줘요.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이런 부탁 해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어릴 때 남자친구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여자애들이 얼마나 부러웠는데요.”

백연신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생리대 사 와달라는 부탁이 뭐라고 부럽기까지 한 거지? 누가 사든 다를 거 없지 않나?

여자들만의 그런 로망 같은 것이 있는 걸까?

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백연신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네, 잘 다녀와요.”

한지영은 그제야 활짝 웃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아, 화이X 대형에 날개 달린 거로 사 와요. 알겠죠?”

“...”

백연신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기분이었다.

오늘 그는 한 번도 구매해본 적 없는 것들을 참 많이도 샀다.

다행히 아까도 그렇고 지금 생리대를 살 때도 그렇고 직원들이 이상한 눈길로 보지는 않았다.

다만 결제하고 나가려는데 그의 귀에 대학교 신입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방금 봤어? 저 남자 생리대 사는 거?”

“여자친구 아니면 와이프한테 사주는 건가 보네.”

“부럽다. 나도 저런 남자랑 연애하고 싶어.”

“나도.”

그 말에 백연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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